박진 외교부 장관이 미국 측에 외교·상무(산업)장관 간 ‘2+2’ 협의를 제안했다. 글로벌 공급망 개편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할 사안이 많아지는 만큼 외교·국방장관 채널과 별도로 운영할 필요성을 제시한 것이다. 외교부는 “한미 간 차관급의 ‘고위급경제협의회(SED)’를 현재 운영 중이지만 다양한 방식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방미 마지막 날인 15일(현지 시간)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을 만나 반도체 협력, 공급망 안정화 등 양국 간 경제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기자들과 만난 박 장관은 “한미가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급망 확보 등의 분야에서 협력해나가기 위해 장관급 협의를 이어나가자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외교·상무장관이 협의하는 ‘2+2’ 협의를 하면 좋겠다는 제안도 했다”며 “(러몬도 장관도) 필요성에 대해 많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간에도 미국과 일본처럼 외교·국방 ‘2+2’ 회의에 이어 외교·경제 ‘2+2’ 회의가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과 일본은 외교·경제장관의 ‘2+2’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으며 다음 달 2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첫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한미는 현재 ‘2+2’ 장관 회의 대신 차관급의 SED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개최됐던 ‘제6차 SED’에서는 최종문 전 2차관과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차관이 만나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안전성의 강화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투자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동 사업 발굴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아직 SED가 열리지 않았는데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이달 초 페르난데스 차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SED의 조속한 개최를 논의한 바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 동맹이 경제·기술 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다양한 방식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게 됐다”며 “외교·상무장관 ‘2+2’ 협의는 그런 차원에서 제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이번 방미 일정에서 “한미가 첨단 기술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핵심 물자나 전략물자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조기 단계에서 대처하기 위한 시스템을 한미가 협력해 운영하자는 이야기도 나눴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귀국길에 오르면서 “대한민국 외교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 가는 아주 큰 역사적인 계기를 맞았고 그것을 현장에서 실감했다”는 소회도 밝혔다. 그는 12일부터 3박 4일간 진행된 이번 방미 일정에서 카운터파트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물론 러몬드 상무장관,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을 비롯해 미 의회 관계자들을 두루 만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