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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형사처벌·손배책임 피할 수 없을 것"…공권력 투입 戰雲

[대우조선 긴급 장관회의]

■강경 대응 예고한 정부

산업 전반 피해확산에 입장 급선회

기존 일정취소 관계부처 장관 소집

법원 "도크점거 멈춰라" 결정 명분

경찰 '강제 해산 시도' 가능성 고조

노정 관계 급랭 '파업 들불' 우려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불법 점거가 18일로 47일째를 맞았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선박 건조 시설 1도크에서 건조 중인 30만 톤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에서 농성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18일 오전 10시 15분.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킥오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당초 이 장관은 최영기 교수의 ‘노동 개혁 사례 분석’ 발제와 참석자들의 자유 토론이 끝나는 11시 20분까지 자리를 지킬 예정이었다.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지” 하는 웅성거림이 나왔다. 잠시 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장관이 한덕수 총리 주재로 긴급 소집된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 관계장관회의 참석차 이동한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정부는 이날 오후 4시 30분 관계 부처 담화문을 발표하기까지 긴급하게 움직였다. 담화문이 발표된 정부서울청사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들이 총출동했다. 그만큼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에 대한 정부의 엄중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경제부총리는 “하청노조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라며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의 판단으로 공권력 투입 명분 쌓여=이날 5개 부처 장관들의 긴급 담화는 사실상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에 파업을 풀라는 최후통첩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해석이다. 노사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정부의 기조가 개별 기업과 산업 피해 확산 탓에 급선회된 것으로 보인다. 불법을 좌시할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해진 상황도 정부의 공권력 투입 결정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고민은 14일 고용부와 산업부 장관의 ‘1차 담화’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두 장관은 점거 행위를 처음으로 불법이라고 규정했지만 파업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공권력 투입을 결정할 수 있는 행안부 장관이 아니라 노사 갈등을 중재하는 고용부 장관이 담화자로 나선 점도 같은 이유다. 노조에 파업을 스스로 풀 일종의 출구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로 고용부 장관은 당시 파업 현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날 한 총리가 노조에 불법 점거를 우선 풀면 교섭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기류가 주말 새 바뀐 것은 법원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법은 16일 노조원들의 도크 점거를 멈추라는 결정을 내렸다. 정부가 공권력을 통한 사태 해결의 명분을 더 쌓게 된 것이다.

◇이대로 두면 제2 한진중 사태 된다=이날 정부가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한 것은 이번 파업이 ‘제2의 한진중공업 사태’로 비화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단체들은 23일 ‘희망버스’를 타고 파업 현장으로 이동해 파업에 대한 지지 입장을 낼 계획이다. 희망버스는 2010년 한진중공업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출범한 일종의 노동 시민 연대체다. 당시 희망버스에 4만여 명이 참가하면서 한진중공업 파업이 1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야당도 사실상 노조 편에 서 파업 사태 해결에 정부가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4개 야당 의원 64명은 15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23일까지 파업이 이어지면 개별 사업장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대우조선해양 파업으로 지역 시민도 두 쪽으로 갈라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일 논평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누적 손실은 약 6000억 원”이라며 “피해는 수많은 협력 업체, 근로자, 장기적으로 조선업에 타격을 입힌다”고 우려했다. 14일 대우조선해양 직원과 소재지인 거제 시민 5000여 명이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인간 띠 잇기 행사까지 열었다.

◇“교섭 원칙도 무시하나” 노동계 반발 고조=하지만 실제로 현장에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뿐만 아니라 노정 관계도 급속하게 얼어붙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노동계는 공권력 투입이 실제 이뤄질 경우 법에서 보장한 교섭 원칙까지 정부가 무너뜨렸다고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과 하청 업체, 하청 업체 노조 등은 15일부터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양측의 이견이 커 극적 타결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어렵게 교섭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권력 투입은 이해하지 못할 결정이라는 의견이 비등하다. 전국택배노동조합·화물연대 등 최근 여러 노조의 파업에서도 강제 해산이 이뤄진 전례가 없다.

대우조선해양 파업의 여파는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20일부터 시작되는 금속노조 총파업에서 결의대회 구호 중 하나는 대우조선해양 파업 해결이다. 9월부터 매달 도심에서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한 대규모 노동계 집회도 예정됐다. 이미 부처 비정규직 근로자, 철근콘크리트 업계, 버스 업계 등 여러 현장에서 파업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파업은 고물가로 인한 대책을 호소하는 일종의 생계형 파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3개 종교 단체도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파업에서의 정부 역할을 비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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