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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尹, 재정 정상화 시동…내년 예산 증가율 5% 중반 이하로

내년 예산 640조 이하서 결정

전년 예산 밑돌아…2010년 이후 13년 만

현금성 지출 사업 등 구조조정 착수

"무너진 건전성 서둘러 회복해야"





내년도 예산이 올해 본예산(607조 7000억 원) 대비 증가율이 5% 중반을 넘지 않는 640조 원대 이하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10%에 육박한 예산 증가율이 윤석열 정부가 처음 편성하는 내년 예산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는 겁니다. 그간의 고삐 풀린 씀씀이를 조절하는 한편 무분별한 현금성 지출 사업을 도려내 무너진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13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내년 예산 증가율을 올해 본예산 대비 5% 중반을 상회하지 않는 범위에서 설정하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살림 규모는 640조 원대 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는 세부 예산 사업을 이달 확정한 뒤 다음 달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계획입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새해 본예산은 13년 만에 전년도 예산(추경 포함)보다 줄어듭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다음 해 총지출이 전년보다 축소된 사례는 2010년 단 한 번밖에 없었습니다.

앞서 발표된 재정 관리 목표에 견주면 증가율을 억제하려는 당국의 의지는 더 도드라집니다. 정부는 연간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내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지난달 발표한 바 있습니다. 내년 국세 수입만 40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재정준칙에 따라 허용되는 최대 총지출 증가율은 6%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재정준칙 이상으로 씀씀이를 관리해 재정 건전성을 서둘러 회복하겠다는 게 당국의 방침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첫 예산안에서 증가율 마지노선을 설정한 것은 그간의 확장 기조를 전면 전환하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통상 새 정부가 편성하는 첫 번째 예산안은 임기 내 재정 기조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로 통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 처음 마련한 2018년 예산안에서 총지출 증가율을 7%로 설정한 사례가 대표적이죠. 직전 박근혜 정부는 매년 4% 안팎의 지출 증가율을 유지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크게 끌어올리면서 과감한 확장재정을 예고했습니다. 실제 총지출 증가율은 해마다 상향 조정됐고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연간 예산 증가율은 10%에 수렴할 정도로 높아졌고요. 같은 맥락에서 윤 정부가 내년 지출 증가율을 5%대 중반 이하로 정하면서 임기 내 5%대를 넘지 않는 선에서 나랏돈 씀씀이를 관리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고위 관료는 “단기에 성과를 보이는 데 예산만큼 좋은 수단이 없는 터라 매 정부의 첫 예산을 편성할 때면 통상 지출 증가율을 높게 잡기 마련”이라며 “(현 정부도) 유혹이 만만찮을 텐데 출범 첫해부터 고삐를 죄겠다는 것을 보면 그만큼 나라 곳간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지난 5년간 관련 지표를 살펴보면 재정 상황이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부채는 5년간 400조원 넘게 늘었고 맞물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36%에서 50%대로 높아졌습니다. 위험 수준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인 비(非) 기축통화국의 평균 부채(54%)에 달한 상태입니다.

특히 전 세계 최고 수준인 고령화 속도와 맞물려 매년 복지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재정 여건이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경우 GDP 대비 채무 비율은 2025년 61%로, 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27년에는 67.8%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당국은 그간의 재정 기조를 서둘러 전환하지 않으면 자칫 외화 유출을 비롯한 대외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급증한 나랏빚에 한국의 신용등급이 내려앉기라도 한다면 급격한 외자 유출을 시작으로 경제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 재정수지와 함께 대표적 신뢰지표인 경상수지마저 무역적자로 적자 전환할 수 있는 만큼 재정 기조 전환이 시급하다고 당국은 판단했습니다.

고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정책적 고려도 작용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7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모든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인플레이션 조절”이라며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의 적절한 믹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재정지출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IMF의 기조와 비교하면 건전 재정의 중요성을 한 단계 더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민간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는 저물가가 10년 가까이 이어졌기 때문에 정부 지출 확대에 부담이 없었지만 지금은 정부 지출을 늘리면 물가가 자극받고 물가가 오르면 경기가 꺾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재정지출 계획을 짤 때 부양 효과가 적은 복지성 지출은 줄이고 경기 부양 효과가 큰 지출을 늘리면서 총지출을 관리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당국은 부처별 예산 증가율을 전년 대비 1% 안팎으로 묶어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정과제 이행에 따른 추가 예산 수요를 감안해 기존 사업 지출을 사실상 동결하려는 것입니다. 복지 지출 등 구조 조정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의무지출을 손보는 방안도 정부 내에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고령화 추세에 따라 재정 악화가 만성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지출 증가분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연금과 건강보험 개편처럼 굵직한 재정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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