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도주 우려 없으면 불구속?… 영장실질심사 기준 구체화해야

‘신당역 스토킹 살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오전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원이 ‘신당역 스토킹 살해’ 피의자 전주환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로 모호하게 규정된 현행 기준를 선진국처럼 세분화하고 구속 결정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에서 영장 실질 심사 제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증거인멸의 위험이 없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규정한 현행 법률이 지나치게 애매하고 추상적이라는 얘기다.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장은 “영장 전담 판사가 없는 지방법원의 경우 ‘구속 여부를 심사할 당직 판사를 보고 영장 신청 날짜를 정한다’는 말이 검사들 사이에서 돌 정도로 우리나라의 구속 심사는 주관적이고 추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구속 기준이 되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는 피의자의 재범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주거지가 일정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전주환에 대한 구속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주환이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 설명


주요 선진국들은 구속 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동시에 수사 초기 단계부터 구속하는 방향으로 사법 체계가 이뤄져 있다. 미국에서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법원의 사전 영장 없이 체포된다. 체포와 동시에 곧바로 구속도 이뤄진다. 통상 경찰관이 직접 법원에 출두해 신속하게 판단을 구하는데 치안 담당 판사는 구속 여부가 아닌 보석 여부를 주로 판단한다. 긴급 상황에서는 경찰관이 범죄 현장에서 곧바로 전화를 이용해 수색 영장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구속 영장을 신청하기 전에 반드시 체포 절차를 거쳐야한다. 구속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취지인데 체포 뒤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는 경우는 드물다. 일단 체포되면 90% 이상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영장이 청구되면 95~98%는 발부된다. 구속 기간에 제한이 없고 기소 전 보석 제도가 없다는 점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독일은 ‘재범 위험성’을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주거가 안정되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 하더라도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면 구속한다. 1개월에 불과한 한국과 달리 최장 6개월까지 구속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검찰 내부 지침에서 형법 70조에 명시된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외에 ‘범죄 중대성, 재범 위험성, 피해자 위해 우려’까지 5가지 기준을 두고 있다. 피의자 전과와 범행 동기, 피해자 진술 등이 고려된다. 하지만 법원은 영장 발부·기각 사유로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만 공개를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의해 영장이 발부, 기각됐는지 알 수 없어 재청구해도 기각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정 학회장은 “영장 항고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법원 내부에서도 기준을 세분화하고 구체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