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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흔들기'서 '주주가치 제고'로…행동주의 펀드가 달라졌다 [시그널]

■신생 PEF 주주제안 잇따라 성공

FCP·얼라인, 언론·유튜브로 소통

탄탄한 논리로 주주친화정책 제안

KT&G·SM 등 1% 보유지분으로

경영환경 바꿔 기업가치 끌어올려

기존 '먹튀' 외국계 헤지펀드와 대조

'韓증시 저평가 해소' 첨병 기대도





글로벌 사모펀드(PEF)를 거쳐 독립계 PEF 운용사를 설립한 전문 투자자들이 최근 증시에 거센 행동주의 투자 바람을 일으키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투자 기업의 지분을 1% 정도만 확보하고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앞당기는 데 투자자들과 적극 협의하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투자 기업의 투명성과 성장성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투자 기업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 단기 투자 수익을 추구하다 떠나던 외국계 헤지펀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기관투자가 및 소액주주들과 적절한 소통을 통해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글로벌 PEF에서 기업 경영권 인수와 다양한 투자로 기업가치를 제고했던 경험도 이들의 행보에 힘을 더하고 있어 향후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금융투자 업계에 형성되고 있다.

KT&G(033780)는 3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370만 주를 취득하고 배당금을 주당 최소 200원 늘려 5000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앞서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는 지난달 26일 KT&G를 향해 다섯 가지 주주제안을 언론에 공개했는데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를 분리 상장하고 대표이사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 등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KT&G 이사회의 주주친화적 경영 활동이 예정된 것이긴 했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을 고려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한 조치로 해석했다. KT&G는 지난해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고 3년간 1조원 자사주 매입, 1조 7500억원 배당 등 총 2조 7500억원 규모의 주주 환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FCP의 주주 제안에 이어 KT&G가 예정된 자사주 매입 등을 단행하자 8만 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최근 9만 50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KT&G의 주가를 단숨에 끌어올린 FCP의 대표는 이상현 전 칼라일 한국 대표다. 이 대표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칼라일 한국대표를 지내며 ADT캡스를 2조 원에 인수하고 이를 다시 SK텔레콤에 3조 원가량에 매각하는 등의 성공적인 투자를 이끈 바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 적극적인 주주제안을 펼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도 대표적인 신생 행동주의 펀드로 꼽힌다. 얼라인은 SM엔터와 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 간 얽혀 있는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주주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얼라인 측은 올해 3월 SM엔터 주주총회에서 처음으로 외부감사를 선임하는 등 표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고 지난달 라이크기획과 SM엔터 간 연결 고리를 끊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내년 주총에서 얼라인 측은 SM엔터의 이사회 재편까지 시도할 것으로 예상돼 그간 공고히 이어져온 이 총괄 주도의 독단적 경영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얼라인은 SM엔터뿐 아니라 JB금융지주의 지분도 적잖이 보유하고 있는데 JB금융과는 원만한 협의를 통해 좋은 관계를 맺고 있어 SM엔터의 지배구조상 문제점이 두드려졌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얼라인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이창환 대표 역시 골드만삭스를 거쳐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3대 PEF인 KKR에 몸담았다. 이 대표 역시 KKR에서 오비맥주를 AB인베브에 2014년 58억 달러에 매각하는 등의 빅딜을 챙기며 자본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실제 FCP와 얼라인은 촘촘한 논리와 폭넓은 경험으로 무장한 대표들을 앞세워 투자 대상으로 삼은 기업의 지분을 약 1% 정도만 소유하고도 자신들의 주주제안을 관철시킬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두 대표가 언론과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우군을 확보하는 투자 전략을 펼치는 것도 관심을 모은다. 주주친화적 정책의 경험이 많지 않은 한국 상장사들이 쉽게 허점을 노출하면 FCP와 얼라인은 이를 놓치지 않고 시장에 알리면서 주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증시에서는 글로벌 PEF 출신 투자 전문가들의 활약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면서 해묵은 문제 중 하나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FCP나 얼라인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성과가 계속 나오면 대주주와 소수 주주 간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가 많아져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한결 투명하고 선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그간 행동주의 투자 전략을 표방했던 국내 운용사들이 주로 주식형 펀드 매니저나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주주제안을 펼쳐온 것과 결이 다른 것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2019년 SM엔터에 처음 라이크기획 문제를 제기한 KB자산운용이나 BYC·한국알콜 등을 타깃 삼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모두 주식형 펀드 운용사들이다. 한진칼 2대 주주에 올라서며 국내에 대표적 행동주의 펀드로 인식된 KCGI는 옛 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등을 거친 강성부 대표가 설립한 PEF 운용사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PEF에서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린 경험은 행동주의를 하는 데 큰 자산이 된다”면서 “기업 탐방이나 재무제표 분석을 통해 주식을 사고팔았던 펀드매니저 출신과는 기업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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