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치과용 임플란트 업체 오스템임플란트가 사상 첫 연 매출 1조 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에 이사회 구성을 비롯해 내부관리 시스템을 싹 바꾸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버넌스가 후진적인 탓에 기업가치가 글로벌 경쟁사 대비 크게 저평가 받고 있다는 게 3대 주주 KCGI의 판단이다. 특히 지분을 약 20% 보유한 최대주주 최규옥 회장이 이사회 대신 회사 의사 결정 과정을 사실상 통제할 수 있는 구조로 보고 최 회장은 퇴사하고 경영에 손을 떼라는 주장도 함께 내놨다. 회사는 이런 제안을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지만 ‘역대급’ 횡령 등을 거치며 회사를 대하는 시선이 곱지 않은 ‘개미’ 주주들 사이에서 ‘강성부 펀드’의 제안은 큰 호응을 얻는 분위기가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및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KCGI는 지난 18일 ‘글로벌 기업 오스템임플란트 신뢰 회복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의 주주서한을 오스템임플란트 측에 전달했다. 총 52쪽 분량인 이 자료에는 KCGI가 보는 오스템임플란트의 현 위치와 향후 필요한 개선 방안 등을 담았다.
이에 따르면 우선 KCGI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시장 점유율 세계 4위, 국내 1위 등 성과와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지만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 가치는 그렇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4.2배로 동종 업종의 글로벌 평균인 25.3배 대비 44%가량 낮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실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평가받는 스트라우만의 PER은 약 34배 선에서 거래된다. EV/EBITDA(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로 본 밸류에이션도 오스템임플란트는 8.8배로 글로벌 평균 16.9배에 비해 약 48% 낮다.
KCGI는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적게는 2배, 많으면 5배 이상의 기업가치 상승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작년 말 기준 시가총액 약 2조 원의 5배 이상인 기업가치 10조 원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시와 견제를 바탕으로 바닥에 떨어진 시장 신뢰도를 회복한다면 글로벌 수준의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KCGI가 후진적 거버넌스로 △내부통제 미비 △비효율적 종속회사 관리 △최대주주 등과의 거래 등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내부통제 미비로 2215억 원에 이르는 최대 횡령 사태가 발생했고 리베이트 등을 비롯한 임직원의 위법 행위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형편없다는 지적이다. 또 비효율적인 종속회사 관리로 약 1876억 원대 손실을 끼쳤고, 최 회장과의 거래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우선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KCGI는 “회사 지분의 약 20%를 보유한 대주주가 회장으로서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장악해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주주가 구성한 이사회를 통해 회사를 경영하며 감시와 견제를 바탕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 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을 위해 최 회장은 퇴사하고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마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사회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할 것과 함께 이사회 구성 시 성별 다양성을 고려하는 것을 의무화하자고 했다.
또 주주 권익 증진 방안으로 일반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의 선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자투표제, 서면투표제, 집중투표제, 주주의 질문권 보장 등 주주권 행사를 위한 제도 도입 역시 이들이 요구하는 것들이다.
KCGI는 이어 “최대주주, 최대주주 관련 법인과의 거래를 막아 최대주주로의 회사 자산 이전을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며 “회사 영업과 무관한 금융자산 투자를 막아 주주환원 재완이나 차입금 상환에 활용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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