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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국산업 보호에 '제2 IRA' 나올 것…韓, 선제적 대응해야"

[해외 특별인터뷰] 에릭 모브랜드 랜드연구소 한국 석좌

인태전략, 美와 차별화 필요…첨단기술 등 韓강점 부각

對中의존도 美에 양해구해 경제체질 바꿀 시간 벌어야

韓 자체 핵무장, 경제적 대가 심각…北과 긴장완화 우선





“이제 경제가 안보와 직결되는 시대입니다.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동과 같은 상황을 앞으로 더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의 에릭 모브랜드 한국 석좌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제 안보주의를 경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한미 동맹의 건설적 발전 방향을 여러 번 강조하는 한편으로 미국의 이 같은 보호주의가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에 미칠 영향을 경계했다.

외교 면에서는 한미 양국이 각자 보완하거나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한국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모브랜드 석좌는 “투자와 무역·관광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연결돼 있다”며 “한국이 동남아시아·남아시아에서 미국과는 차별화된 경제적 접근에 나선다면 미국과 한국, 해당 지역 국가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브랜드 석좌는 한국의 인태 전략이 “미국의 전략과 상당히 비슷하다”면서 “한국의 인태 전략이 지금 한국이 갖고 있는 이 지역과의 관계에 기반을 둔 게 아니라는 데 놀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인태 전략은 워싱턴 것의 메아리”라며 “심지어 이름도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인태 전략은 자유와 평화, 번영을 기본 틀로 하며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와 개방, 번영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둘 다 한미일 삼각 협력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인도 등과의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북핵 같은 안보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한국이 지역 내에서 갖는 강점이 드러나지 않고 실질적·경제적 측면의 접근이 아쉽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은 인태 지역에서 미국이 하지 않는 많은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포함해 많은 지역에서 인프라 개발 지원을 하는데 미국은 최근에는 이런 것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모브랜드 석좌는 “한국과 미국이 동남아와 남아시아에서 함께 (차별화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면) 미국과 한국, 해당 지역 국가 모두에 이익”이라면서 한국이 전해줄 수 있는 차별화된 항목으로 첨단 기술과 민주주의, 국가 개발 노하우 등을 꼽았다. 그는 “나는 한국의 인태 전략에 이런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한국 내 핵무기 보유 주장에 대해서는 경제적 대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존중하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관련 논란이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상태다. 모브랜드 석좌는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어떤 결과를 낳느냐가 중요한데 NPT를 위반하거나 탈퇴하면 매우 심각한 경제적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나는 한국이 핵무기 보유를 진지하게 추진한다면 이에 앞서 여론조사와 토론을 해야만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북한과의 긴장 완화가 시급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모브랜드 석좌는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원하지만 협상 시작부터 이를 현실화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긴장을 낮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갈등이 악화하는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긴장감이 높아질수록 실수 가능성이 커지며 그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 긴장을 낮추기 위한 대화가 없다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미중 갈등과 쿼드(Quad), 칩(Chip)4 동맹 같은 서방 진영의 중국 배제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동남아시아의 많은 국가들, 필리핀과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은 오랫동안 이런 압박을 느껴왔고 최근 더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모브랜드 석좌는 “최선은 한국이 중국 때문에 경제적 취약성이 있다는 것을 미국에 설명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스스로를 강화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며 이를 미국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먼저 나서 중국과의 관계에 선을 긋기보다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미국 측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함으로써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맥락에서 바이든 정부의 IRA를 포함한 자국 산업 보호 움직임을 경계하기도 했다. 모브랜드 석좌는 “한국은 전기차 관련 대미 투자를 한미 동맹과 미국의 안보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한 반면 미국의 IRA는 미국 내 경제 문제(자국 산업 보호)만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IRA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 분석과 대응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8월 미 의회를 통과한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대당 7500달러(약 926만 원)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도록 돼 있다. 미국 정부는 리스 같은 상업용 차량은 북미에서 조립하지 않아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우리 측 요구를 일부 반영했지만 개인 판매용 전기차에 대해서는 해당 요건이 남아 있어 국내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모브랜드 석좌는 “미국의 경제정책, 예를 들면 반도체는 좀 더 정교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바이든 정부는 미국이 뒤처진 반도체 제조에서 앞서나가길 원하는데 20~30년 전 미국은 한국과 대만 업체들에 제조를 맡기고 미국은 반도체 디자인을 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갑자기 미국이 제조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할 당시 “30년 전에는 미국에서 전체 반도체의 30%가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10%도 되지 않는다”며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을 노골적으로 주문했다. 미국 정부의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전략에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5나노 공장을 짓고 있고 삼성전자도 텍사스주에 20년간 250조 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 11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모브랜드 석좌는 이대로라면 미국이 세계화의 장점을 스스로 깨는 측면이 있다면서 미국이 혼자 모든 제품을 다 만들 수도 있겠지만 국제 분업을 하면 모두가 승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반도체 정책 변화는 갑작스럽고 놀랍다”며 “복잡한 국제경제 관계 속에서 안보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미국 정부가) 더 많은 고민을 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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