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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대통령의 오진

■양철민 경제부 차장





진단이 잘못되니 처방도 맞지 않는다. 오진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환자 몫이다. 원인을 잘못 짚은 고집쟁이 의사는 요지부동이며 처방전은 남발된다. 여기서 진단을 내린 곳은 대통령실이며 환자는 플랫폼 업체다. 오진과 상관없이 처방을 남발하고 있는 곳은 공정거래위원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시장 왜곡에 대해 제도적으로 국가가 대응해야 한다. 그런 문제는 공정위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당시 카카오 서버 화재에 따른 ‘국민 대혼란’의 원인으로 카카오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지적했다.

문제는 카카오 먹통 사태의 원인은 백업 서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이익 극대화에만 집중했던 기업의 탐욕이지 플랫폼 독과점에 따른 이용자 쏠림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카카오는 쪼개기 상장 등 몸값 높이기로 주목을 받은 반면 정보기술(IT) 업체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서버 관련 투자에는 인색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유구무언이다.

반면 독과점이라고 불리는 카카오로의 이용자 쏠림은 귀감이 될 만하다. 플랫폼 기업은 태생적으로 다수 가입자를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 효과가 형성돼야지만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카카오뿐 아니라 메타(페이스북), 구글, 우버 등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 같은 사업 모델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넉 달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우리 정부의 플랫폼 옥죄기는 심화되고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 독과점 방지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기존 ‘온라인플랫폼팀’을 ‘온라인플랫폼정책과’로 승격시켰다. 여기에 공정위는 지난해 말 공개된 심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 판단 때 시장 진입 장벽 여부 등을 추가했다. 플랫폼 업체를 대상으로 한 제재의 칼날을 한결 쉽게 휘두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달 14일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에서 ‘콜(택시 호출) 몰아주기’로 가맹택시를 우대했다며 25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 같은 플랫폼 옥죄기의 결정판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인공지능(AI) 배차 로직이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켰는데도 일부 사업자의 주장에 따라 제재 결정이 내려졌다”고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론 플랫폼 독과점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정부가 교정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카카오 먹통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플랫폼 독과점을 지적하면서 그때부터는 독과점 그 자체가 문제가 됐다는 점이다. 관료 사회에서 집권 초기 대통령이 강조한 정책 방향은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 볼 수 있듯 이성과 합리성을 압도한다.

플랫폼 업체는 정부의 이 같은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경영 환경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규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혁신은 요원해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자가 고사한 후에야 정책 방향을 바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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