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미국 재무부가 제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해석 중 양극재·음극재 관련 내용이 자국에 불리하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양극재·음극재 같은 배터리 핵심 소재를 미 재무부가 부품이 아닌 '구성 소재'로 분류한 탓에 외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길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의 IRA 백서와 관련한 미국 배터리 부품·소재업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IRA는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을 △전기차 배터리에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50%(2029년 100%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 사용한 경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40%(2027년 80% 이상으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경우로 규정했다. 즉 특정 소재가 부품이냐 핵심 광물이냐에 따라 미국 내 생산 필요성이 달라지는 셈이다.
그런데 IRA는 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양극재·음극재를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한 반면, 미 재무부는 지난해 연말 발표한 백서에서 이들을 구성 소재라는 새 범주로 분류했다. 만약 이 구성 소재가 부품보다 핵심 광물에 가까운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면,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이 양극재와 음극재를 한국에서 생산해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양극재·음극재의 대부분이 한국·중국·일본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길 필요성이 줄어든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주 소재 음극재 개발 기업인 미트라켐의 비바스 쿠마르 최고경영자(CEO)는 백서 내용이 "배터리 공급망의 가장 가치 있는 부분을 여전히 미국 이외 지역에 둘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터리 소재기업 레드우드 머티리얼스 창업자이자 테슬라 공동창업자인 JB 스트라블도 자동차 기업들과 소재 기업들이 백서 발표 이후 미국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재무부의 해석은) 분명히 IRA의 전체 취지를 뒤바꾼 것"이라고 꼬집었다.
IRA 전기차 보조금의 혜택이 미국 기업에 집중돼야 한다는 입장인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도 "재무부의 움직임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크게 위협할 것이며 해외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무부가 의회의 의지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세간의 시선은 재무부가 다음 주 발표할 IRA의 전기차 관련 세부 지침이 수정될지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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