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원전 활성화 등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에 힘입어 재도약의 날개를 펼쳤다. 국내외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올 해 수주 목표인 8조 600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돼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000150)에너빌리티는 1분기에만 4조 원대 수주 실적을 올렸다. 덕분에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두산에너빌리티의 1분기 영업이익은 3646억 원에 달하며 1년 전에 비해 90.7% 뛰어올랐고, 매출은 35% 증가한 4조 410억 원을 기록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K-원전'을 이끌고 있다. 한 공장에서 원전 설비 소재부터 최종 제품까지 일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사다. 탈원전 정책과 그룹 구조조정 등의 악재를 날린 두산에너빌리티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원전 시장이 회복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대규모 수주의 물꼬를 튼 것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계약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3월 한수원과 2조 9000억 원 규모의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신고리 5·6호기 이후 국내 원전 업계에서 9년 만에 성사된 거래였다.
이후 ▲카자흐스탄 복합 화력발전소 공사 계약 1조 1500억 원 ▲우즈베키스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기자재 공급 600억 원 등 추가 계약에 성공해 1분기에만 4조 원 넘는 수주 실적을 올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1조 원 늘어난 8조 6000억 원으로 설정했는데 1분기 선전으로 이를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이다.
원전 관련 수주를 늘리는 동시에 친환경 에너지사업의 체질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대형 원전과 더불어 SMR(소형모듈형원자로)·가스터빈·신재생에너지 등에 집중하면서 외형과 내실을 고루 챙기고 있는 것.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용량이 300㎿(메가와트) 안팎인 SMR 시장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형원전(1000~1500㎿)보다 규모는 작지만 효율성과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에 일찌감치 공을 들인 덕분이다. 2019년 미국 원자력기업 뉴스케일파워에 국내 투자자들과 함께 총 1억 400만 달러를 투자했고 1월에는 또 다른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와 지분 투자 및 핵심 기자재 공급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SMR 사업 확대를 바탕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향후 10년 간 연평균 1조 2000억 원의 원전 수주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수주는 지난해 1조 7000억 원에서 올 해 신한울과 SMR 등에 힘입어 3조 3000억 원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폴란드 퐁트누프 및 SMR 추가 수주로 5조 1000억 원까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소터빈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수소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리는 수소터빈을 개발해 최근 공개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수소를 연료로 하는 터빈 개발에 성공하면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며 "2027년 380MW급 수소 전소 터빈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풍력발전 사업 확대도 가시화하고 있다. 2010년 아시아 최초로 해상풍력 발전기를 개발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8MW급 해상풍력 발전기 실증을 완료했다. 회사 측은 올 해 1000억 원으로 예상되는 풍력발전 수주 규모가 2027년 4조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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