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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네트워킹, 한국의료 생존의 길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필자가 30년 전 보건사회부에서 공직의 첫발을 내디딜 당시 우리나라는 동네의원·병원·종합병원 간 의료 전달 체계 협업이 제대로 작동하기는커녕 서로 경쟁하는 구조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한 세대가 지나도록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지원은 줄었고 이를 벌충할 전문의는 충원되지 않았다. 이는 대학병원 교수를 포함한 봉직의들이 전보다 더 자주 당직을 서야 함을 뜻한다. 개원의, 특히 피부과나 성형외과 개원의보다 훨씬 낮은 소득을 올리면서 당직과 악성 민원에 치이고 사고라도 나면 조사에 소송까지 휘말려야 하는 필수의료 분야의 선배 의사들을 보면서 그 길을 가지 않으려는 의대생들의 심정이 납득될 정도다. ‘명예보다 돈’이라는 시대 가치관의 변화도 한몫한다. 그 결과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조차 필수과목의 의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요즈음이다. 지방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필수의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 필수의료의 위기는 병원의 위기에 기인한다. 병원을 구하기 위해 세 가지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종적·횡적 의료 전달 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일부 대형병원은 협력 병원 체계를 운영하면서 이들의 서비스 질 관리(Quality Control·QC)까지 지원한다. 급성기·회복기·만성기의 횡적 전달 체계는 제대로 시도된 적이 없지만 수술 후 일정 기간 회복해야 하는 환자가 비싼 3차 병원에 계속 입원할 필요는 없다.



둘째, 전공의 중심의 병원 인력 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전공의 수련은 질 좋은 의사 양성에 주안을 두고 개편한다. 병원이 충분한 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각종 평가와 수가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셋째, 의료기관 간, 전문의 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필자가 최근 방문한 소아 전문병원 ‘우리아이들병원’은 상급병원 및 동네의원들과 두 개의 네트워크 체계를 통해 어린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의료 전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제2차 심뇌혈관관리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환자 관점의 수요 충족과 중증·응급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인데 가장 특이할 만한 것으로 ‘인적 네트워크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치료 역량 있는 전문의들의 네트워크에 사전 보상 수가 100%를 지급하고 활동과 성과에 따라 40%까지 추가 보상한다. 신속한 치료와 이송을 독려하는 것이다.

전달 체계를 바로 세우고 인력을 확충하는 앞의 두 가지 구조 개혁에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아쉽게도 이를 마냥 기다릴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네트워크는 한정된 인적 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비책이자 한국 의료의 지향점이다. 심뇌혈관질환 분야를 시작으로 응급의료와 소아 진료 등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구조 개혁 완성까지 우리 필수의료를 살려낼 단기책이자 필생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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