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립전자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고 싶습니다.”
국내 최초의 장애인 기업 정립전자. 지난 2014년 이 회사의 당시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2008년 한 번의 폐업 위기를 잘 극복한 정립전자가 새롭게 도약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후 약 10년이 흐른 지금, 정립전자는 폐업을 앞두고 있다. 지난 30년 장애인 자립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경영 상황 악화로 정립전자는 오는 9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립전자는 관할 지자체 광진구에 폐업신청을 내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오는 9월 최종적으로 문을 닫을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근무하는 장애인 근로자는 한 명도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광진구청에 폐업 신고를 제출하고 최종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면서 “9월께 최종 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립전자는 1989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장애인 기업이다. 사회복지법인 한국소아마비협회 산하의 근로사업장으로 중증장애인들이 직업을 통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세워졌다.
회사는 LED 조명, CCTV 카메라 등 전자 장비를 주로 생산했다. 한때 삼성전자에 제품을 납품하며 연 매출 400억 대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뀐 환경을 따라가지 못했고 대기업 납품이 끊기는 등 상황으로 사세는 급격하게 기울었다. 여기에 경영진 비리 사태가 터지면서 회사는 휘청였다.
특히 코로나 사태 때 시도한 마스크 사업의 실패는 직격탄을 입혔다. 2020년 회사는 마스크 생산 라인 구축하려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불량 기기를 들여와 생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 결과 약 40억 원 규모의 빚이 남았고 지난해 이사회 등을 거쳐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정립전자의 현 상황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립전자는 한때 장애인 자립의 상징 같던 곳”이라면서 “장애인 복지의 새 모델을 보여준 것 같던 정립전자가 시대 변화를 버텨내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립전자에서 근로하던 장애인들이 재취업 등을 희망하면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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