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계가 보유한 자산이 증시 회복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카드 빚 역시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326조 원)를 돌파해 일부는 더 어려운 경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분석된다.
CNN은 11일(현지 시간) 앞서 공개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2분기 미국 가계 자산이 154조 3000억 달러(약 20경 4417조 원)로 전 분기 대비 5조 5000억 원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종전 최대 기록인 지난해 초 152조 달러보다 2조 달러가량 많다. 가계 자산은 앞선 1분기에도 3조 달러 증가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눈에 띄게 완화하면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회복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미국인들의 주식 투자 가치는 2조 6000억 달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보유액 역시 같은 기간 2조 5000억 원 불어났다. 미국 연준은 지난해부터 물가가 급격히 치솟자 4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이에 주식 가치가 폭락하고 주택 시장이 냉각되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바 있다. CNN은 늘어난 가계 자산에 대해 “소비자들이 미래의 경제적 폭풍이나 잠재적인 실업 증가 등을 헤쳐나갈 수 있는 쿠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밖의 회복세를 이어가자 앞서 불거졌던 경기 침체 우려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의 향후 12개월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올해 초 35%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최근 두 달 연속 3%초반을 기록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0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정확히 그 길(연착륙)로 가고 있다”며 “이 같은 예측에 대해 예감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용 시장이 다소 완화되는 것은 중요하고 좋은 일”이라며 “더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는 점은 분명한 플러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미국인은 더 어려운 경제 환경에 처하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2분기 가계의 신용카드 부채는 1조 3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조 원 달러 선을 넘어섰다. CNN에 따르면 신용카드 대출 및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의 신규 연체 건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중저가 백화점 체인 JC페니의 마크 로즌 최고경영자(CEO)는 CNN에 “핵심 고객층인 서민 가정이 점점 더 신용카드에 의존하고 있고 청구서가 밀리고 있으며 더 저렴한 상표 브랜드로 전환하고 있다”며 “그 고객들은 더 어려운 경제 환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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