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송파구 롯데 에비뉴엘 잠실점 정문 앞. 오전 9시 전부터 20여 명의 고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몇몇은 아예 간이의자를 챙겨와 앉았다. 백화점이 한 달에 한 번 쉬는 공식 휴무일인 이날 고객들이 모여든 것은 VIP 초청 행사인 ‘더 프라이빗 데이(The Private Day)’ 때문이다. VIP들은 샤넬의 인기 제품을 사기 위해 더 프라이빗 데이에도 ‘오픈런’을 했다.
경기 침체, 내수 부진에 백화점 업계가 VIP 초청 행사 등 VIP 모시기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가 주를 이루지만 이런 가운데에도 명품 소비가 줄지 않으면서 백화점들이 VIP를 통해 매출 방어를 하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잠실점 외에도 본점, 인천점 등 주요 점포에서 더 프라이빗 데이를 개최했다. 국내 백화점 중 가장 먼저 VIP 초청 행사를 도입한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이날 압구정점에서 ‘프레스티지 데이’를 진행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앞은 정기 휴무일에도 직원들이 오전부터 꽃 장식, 케이터링 재료를 나르느라 분주했다.
VIP 초청 행사는 백화점별로 해마다 다르지만 대개 전년도에 2000만~4000만 원 이상 구매한 VIP를 대상으로 초청한다. 통상 인기 럭셔리 브랜드 상품을 10% 할인해주고 각종 공연,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업계는 올해 초 일부 백화점 지점에 한해 비공식적으로 ‘VIP 매칭서비스’도 제한적으로 운영했다. 고객이 A 백화점에서 받은 VIP 등급을 B 백화점에서도 비슷하게 받아 VIP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뜻한다. 백화점으로선 ‘큰 손’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할 수 있다.
업계가 VIP 모시기에 주력하는 것은 VIP 매출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은 전체 매출의 45%가 VIP 지갑에서 나왔다. 갤러리아백화점은 51%로 VIP 매출 비중이 제일 높았다. 지난해 백화점 매출 1위를 차지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연 매출 3조 원 중 절반가량인 약 1조5000억 원이 VIP에서 발생했다. 올해 소비 심리가 더 위축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백화점이 VIP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백화점들이 VIP 라운지를 리뉴얼하고 주얼리, 워치, 키즈 브랜드를 적극 입점시키고 있다”며 “경기가 어려운 요즘 같은 때 그동안 VIP 관리를 잘해온 백화점들의 실력이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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