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정책과 글로벌 업황 부진에 위기 경영 체제를 가동 중인 삼성전자가 국내 주요 시중은행으로부터 10조 원 안팎의 차입 약정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시중은행과 크레디트라인(신용 한도)을 열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최근 KB국민·우리은행·IBK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과 약 10조 원 내외의 원화 포괄 약정을 다시 체결했다. 원화 포괄 약정은 일정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자금을 가져다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은행별로 각각 수조 원 안팎의 여신 한도를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금리는 연 3~4%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또 약 2조 원 규모의 반도체 저리 자금 대출을 지난달 한국산업은행에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된 ‘반도체 설비투자 특별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출금리는 2% 초반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해당 자금을 쓰지 않았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지난해만 해도 정책자금을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주요 은행과 대규모 거래를 튼 것과 관련해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가전의 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자금 조달 창구를 다양화한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삼성전자가 매출 채권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조건이 유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다양한 측면에서 재무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원화 포괄 약정과 같은 수단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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