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온플법이 제정되면 소상공인과 플랫폼 업체 간 불공정한 행위를 막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보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경기 불황, 내수 부진으로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온플법이 규제 강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 후보는 28일 공개한 공약집에서 온플법 제정을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다. 온플법이란 온라인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한 시장 규율을 담은 법으로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 및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시장 공정화법 도입 △국내외 거대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 및 독과점에 따른 폐해 방지법 도입 △플랫폼 소비자 피해 방지 및 소비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제도 정비를 포함한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플랫폼에 입점하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이 후보가 온플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같은 취지에도 온플법 제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온플법이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배달 플랫폼 업계가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공약집에서 온플법 공정화법을 제정해 중개 수수료율 차별 금지 및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배달의민족, 쿠팡이츠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정부 때 상생요금제에 합의해 입점업체의 매출규모에 따라 2~7.8% 수수료를 받고 있다. 수수료 상한제가 법적으로 도입되면 중개수수료는 더 낮게 책정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배달 플랫폼이 정부로부터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이거나 진입 장벽이 높은 사업이 아닌데 수수료의 상한선을 제도화하는 게 과하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수수료 상한으로 배달비 등 다른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가맹점주, 대리점주, 플랫폼 입점사업자의 단체등록제, 단체협상권 부여 공약.거래조건 등을 협의할 수 있도록 협상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를 대상으로 협상권을 가질 수 있는 만큼 이 공약을 지지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주와 불필요한 갈등 및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에 관련 단체들이 난립하고 있어 대표성을 띈 단체를 선정하기 쉽지 않는 만큼, 최소한 가맹점주 협상단체를 일원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부터 가맹점주 단체를 노동조합과 같은 법적 단체로 인정하고 단체 규모와 무관하게 어떤 제한도 받지 않고 본점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추진해온 바 있다.
당장 온플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 기업들도 향후 온라인 플랫폼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경우 법이 기업의 활동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법 제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성장을 추진하겠다면서 인공지능(AI) 육성과 함께 온플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게 모순적”이라며 “온플법이 제정되면 기업 전반의 투자가 위축되는 등 폐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대관 조직을 확대하며 차기 정부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쿠팡은 길진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국회 대관 담당 임원을, 배민은 안순모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을 영입했다. 두 회사 모두 대관 담당을 추가로 영입해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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