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5일 김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 씨(47)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김 씨가 귀국하는 즉시 신병을 확보한 뒤 이른바 ‘집사 게이트’와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 의혹’ 사건을 병행해 수사할 방침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카카오는 물론 신한 계열사와 한국증권금융 등 여의도 증권가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김 씨가 올 7월 1일 자녀들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본인과 아내 모두 연락이 전혀 닿지 않고 있어 자발적 귀국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김 씨의 여권을 무효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신병 확보에 즉각 나설 계획이다.
특검팀은 김 씨를 추궁하며 이른바 ‘집사 게이트’로 불리는 IMS모빌리티(옛 비마이카) 대가성 투자 의혹과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 의혹’ 사건에 대한 병행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집사 게이트의 핵심은 김 씨가 설립에 관여한 렌터카 벤처기업 IMS모빌리티가 2023년 6월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대기업과 금융사로부터 받은 184억 원 투자금의 대가성 여부다. 당시 IMS모빌리티는 부채(1414억 원)가 순자산(556억 원)을 크게 웃도는 상태였는데도 한국증권금융(50억 원), HS효성(35억 원), 카카오모빌리티(30억 원), 신한은행(30억 원) 등 다수 기업이 투자에 참여했다. 특검팀은 기업들이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인 김 씨와의 연관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이른바 ‘보험성 투자’를 진행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우선 이달 17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우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특검팀은 이들에게 투자 결정의 구체적 경위와 김 씨, 그리고 김 여사와의 접촉 여부를 집중 확인할 예정이다. 당초 같은 날 소환 대상이었던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베트남 출장 일정을 이유로 특검 측과 일정을 다시 조율 중이다.
신한금융그룹에 대한 조사도 곧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씨가 과거 신한자산운용(옛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어 신한금융이 투자 이전부터 김 씨와 김 여사의 존재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관계자에 대한 소환 조사 이후 IMS모빌리티 의혹과 연루된 기업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재청구할 방침이다.
여의도의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신한금융그룹 내부에서도 IMS모빌리티 투자 문제로 긴장감이 크다”며 “투자 결정 과정과 당시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파악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대표는 “오아시스에쿼티의 비마이카 투자 펀드에 참여했던 금융사들이 자칫 김 여사 사건과 엮일까 우려해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코바나컨텐츠 전시 협찬 구조 전반에 대한 재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씨가 코바나컨텐츠 감사로 재직하던 시절 다수의 대기업이 협찬사로 이름을 올렸던 만큼 이들 전시가 단순 후원이었는지 아니면 대가성이 개입된 유착이었는지를 면밀히 따지겠다는 것이다. 당시 코바나 전시 협찬사 명단에는 삼성·현대차·LG·포스코·대한항공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이 올라 있었다.
한편 조은석 특검팀은 이날 내란·외환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강제 구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치소 방문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특검팀은 전날과 이날 두 차례 서울구치소에 윤 전 대통령을 조사실로 데려오도록 인치 지휘를 내렸지만 구치소 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특검은 결국 조사 없이 직권남용 혐의만으로 우선 기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명현 특검팀은 이른바 ‘VIP 격노설’이 나온 회의 참석자인 이충면 전 대통령외교비서관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이 화내는 것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비서관은 14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약 7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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