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재판 100번 넘게 불려가고 무죄…상처만 남긴 '檢의 무리수'

[사법 족쇄 풀린 이재용]

◆ 대법원, 검찰 상고 기각

적법절차 침해 증거수집 미인정

합병비율 조작 판단하기 어려워

대법 "원심, 법리 오해 잘못 없다"

변호인 "합병·회계처리 적법 확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스1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무죄를 최종 확정하면서 수년간에 걸친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수사 과정에서의 불법적인 증거 수집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적법하지 않은 증거로 진행된 검찰의 기소는 범죄 입증 부족으로 이어졌고, 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목적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최종 확정으로 연결됐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추측에 기반한 시나리오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17일 법조계 따르면 검찰은 2020년 9월 “이 회장이 당시 삼성그룹 부회장으로서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했다”며 이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당초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혐의 입증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을 권고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를 강행했다.

검찰은 혐의 입증을 위해 1심에서만 약 80명에 달하는 증인을 신문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등 10개 계열사에 대해 37회, 임직원 주거지에 대해서는 13회의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약 300명을 상대로 총 860여 회의 소환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은 2021년 4월 본격적으로 시작해 2024년 2월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총 107차례의 공판기일이 열렸다. 항소심에서도 올해 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공판이 진행됐다. 이 회장은 1·2심에 걸쳐 총 102회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대통령 국빈 방문 시 경제사절단 참석 등 법원의 허가를 받고 불출석한 11번을 제외하고 빠짐없이 출석했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 직후 상고심의위원회를 거쳐 상고했다. 이는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그 경위, 회계 부정 및 부정 거래 행위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검사가 제기한 다섯 가지 상고심 쟁점에 대해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적법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들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전자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의 적법성, 재전문증거의 증거능력,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예외 등에 관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증거능력’은 증거로서 사용할 수 있는 법률상의 자격을 의미한다.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법원이 유무죄 판단의 근거로 증명의 가치를 따질 수 있다. 검찰은 1심에서 대부분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자 항소심에서 2300여 개의 증거를 추가로 제출하며 증거능력 입증에 주력했다. 아울러 형사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2019년 5월 7일 자 18TB 백업 서버와 5월 3일 자 NAS 서버 등에서 확보된 증거들이 절차 위반으로 인해 위법 수집된 것이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의 휴대폰에 저장된 전자 정보 역시 선별 절차 없이 수집돼 적법 절차의 실질을 침해했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검찰 측이 제출한 핵심 증거들에 대해서도 증거 조사를 실시하고 내용을 검토했지만 결과적으로 유죄를 인정할 정도의 증거능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증거능력 관련 상고 이유 외에도 검찰이 이 회장에게 제기한 여러 혐의에 대한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검찰은 이 회장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배임 등 총 19개 혐의로 기소해 재판을 진행했다. 그러나 1·2심 모두 삼성 미래전략실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 비율과 시점을 결정해 각 회사에 하달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은 합병 비율이 조작됐다고 보기 어렵고, 합병과 관련한 허위 정보 유포나 삼성물산 주식의 부정 거래 등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중요한 범죄 사실은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할 때 추측에 기반한 시나리오만으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부정 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지난해 8월 선고된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제재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 내용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유죄 입증을 시도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2015년 재무제표에서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회계 처리를 옛 삼성물산 합병일 이후로 진행한 점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일부 회계 처리를 부정적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지배력 상실 회계 처리가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한 “회계 처리 결과가 특정인에게 유리하다고 해서 곧바로 부정 회계로 판단할 수는 없다”며 “보고 기업이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면 형사적 제재 필요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단들에 대해 “원심 판결에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업무상 배임과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법원은 합병의 필요성이나 합병 비율 등에 관한 배임이 인정되지 않으며 공모나 재산상 손해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일부 피고인의 발언도 위증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판단은 대법원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