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 씨의 IMS모빌리티(렌터카 플랫폼) 지분을 인수한 카카오·HS효성 등 대기업들의 투자가 윤석열 정부의 특혜를 바란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투자였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당시 HS효성 등은 ‘대규모 전기차 구매’ 등 조건부 투자 계약을 맺었는데 만약 정치적인 특혜를 바랐다면 이런 계약을 맺을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이 17일 단독 입수한 내부 계약서 및 사업 관계자 인터뷰에 따르면 2023년 HS효성은 IMS에 투자한 오아시스PE 펀드에 35억 원을 출자하는 조건으로 벤츠 등 수입 전기차 신형 총 985대 납품을 선제 조건으로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기준 벤츠 등 수입 전기차의 1대당 평균 가격을 약 9770만 원으로 가정해 985대를 납품하는 경우 962억 원가량이 필요하다. 신형 고급 세단 모델일 경우 IMS가 매입해야 할 가격은 이보다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투자 금액 35억 원의 27배 이상을 부담하는 것이다. HS효성 측은 여기에 ‘손해배상 및 위약벌’ 조건도 걸었다. ‘향후 5년간 전기차 985대를 판매하지 못할 시 1대당 355만 원씩 손해배상한다’는 조항을 명시했다. 기한별 조건도 걸었다. 계약일로부터 3년 이내에 IMS가 직접 구매하거나 제3자에게 판매한 차량이 총 328대를 넘지 못할 경우에도 미달 차량 수당 355만 원씩을 배상하는 조건을 부과한 것이다.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성장 가능성을 담보로 손실 리스크를 감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거래 조건을 두는 것이 일반적인 투자 관행이다. 자금을 투입하는 동시에 스타트업에도 인력이나 기술·구매 등을 요구하는 셈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손해배상 및 위약벌 조건만을 따져보면 사실상 IMS에 특혜를 준다기보다 물량 미달에 따른 손실까지 모두 지게하는 구조”라며 “오히려 투자받는 기업보다 철저히 투자자 입장에서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래 구조를 치밀하게 세웠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IMS 투자 역시 투자 과정에서 조건부 계약이 수반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4월 IMS로부터 받은 공문에 따르면 양 사는 2021년 6월 ‘렌터카 중개 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카카오 플랫폼 안에 IMS의 차량 관리 시스템을 연동해 중개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카카오는 차량 렌털을 앱으로 예약하고 연결해주는 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IMS와 보험 결합 상품(CDI보험)이나 월 단위 렌트 요금제(월렌트) 같은 새로운 서비스 모델(BM) 개발에 협력해왔다.
하지만 이런 협업은 사실상 IMS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협업 초기엔 새로운 상품 모델을 개발하자며 직접 기술 인력을 보내 협업을 추진했으나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치자 투자 재검토라는 압박 카드를 내놓았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IMS가 2022년(9억 9000만 원)과 2023년(8억 6000만 원) 각각 약 1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자 카카오는 투자자들을 앞세워 “사업 타당성과 지속 가능성을 재검토하겠다”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30억 원 투자 조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카카오는 일본 진출 등 해외 확장을 IMS 측에 요구했고 초기 법인 설립과 인허가, 시스템 구축 부담까지 사실상 떠안긴 것으로 확인됐다. IMS 내부 관계자는 “당시 해외 진출은 당사의 선택으로 추진된 게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대기업들의 IMS 투자를 ‘정치적 특혜’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기업 투자 자문 변호사는 “대기업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 일정한 성과 조건이나 물량 계약을 감내하는 건 드물지 않다”며 “이는 오히려 기술력을 인정받아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협상의 일부로 봐야지, 투자받은 것을 특혜로 볼 수는 없다”고 해석했다.
한편 특검은 IMS 구주 인수와 관련해 배임 혐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며 자금 흐름과 투자 결정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날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대면 조사했으며 다음 주에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조현준 HS효성 부회장에 대한 출석 조사도 조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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