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저평가주인 증권주가 최근 차익 실현 매물에 눌리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고ROE(자기자본이익률) 종목들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새 정부의 증시 부양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되면서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는 조정을 받고 있지만 고ROE 종목들은 견조한 실적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중장기 펀더멘털 회복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코스피 PBR은 1.07로 지난해 말 0.84에서 크게 올랐다. 특히 증권주는 대표적인 저PBR 업종으로, 정부의 상법 개정 추진 등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상승 탄력이 둔화됐다. 지난달 25% 넘게 급등했던 KRX 증권지수는 이달 들어 2.36% 상승에 그쳤다. 이날 미래에셋증권은 전 거래일 대비 1.45% 하락한 2만 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주가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와 동시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잔액도 증가해 주가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 업종의 공매도 잔액은 이달 16일 기준 약 3089억 원으로 3월 말 대비 6.84배 급증했다.
조정을 받는 저평가주와 달리 고ROE 종목들은 견조한 실적과 탄탄한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그간 시장 관심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왔다. 이달 들어 두산(-12.65%), 실리콘투(-17.34%), 코스맥스(-13.96%) 등 고 ROE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평균 올해 예상 ROE는 △두산 16.11% △실리콘투 50.11%, 코스맥스 24.43%로 집계됐다. ROE는 기업이 자기 돈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내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ROE가 높을수록 경영 효율성과 이익 창출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ROE가 높은 기업은 주주 환원 여력도 풍부하다고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2분기 실적, 지수 상승세 둔화, 기관 수급 회복 등을 고ROE 팩터 반등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고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저점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기 수급과 심리 요인에 따라 고ROE 전략이 부진했지만, 이익 창출력과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우위를 지닌 종목이 많다”며 “결국 주주 환원 여력이 높은 기업은 고ROE 종목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관심이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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