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특별검사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첫 소환 통보를 받자 "건강이 좋지 않으니 하루에 한 혐의씩 자주 조사하자"며 '조사 방식 협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특검은 "불필요하다"고 즉각 일축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전직 대통령 배우자를 향한 사상 초유의 특검 수사가 시작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예고하는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얽힌 혐의의 개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에 의해 7개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 헌정사상 전례 없는 전직 대통령 부부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적인 대치 국면으로 확전되고 있다.
김 여사 특검 소환 통보…'조사 방식' 이견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에게 오는 8월 6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김 여사가 연루된 각종 의혹이 불거진 이래 특검 또는 검찰 등 사법기관으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직접 소환 통보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은 이달 21일 윤 전 대통령에게도 오는 29일 출석을 통보하며 수사 개시 3주 만에 전직 대통령 부부를 동시 소환하는 강도 높은 수사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김 여사 측은 소환 통지서를 수령한 뒤 '조사 방식 협의'를 요청하며 특검과 미묘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 여사 측 변호인은 23일 특검팀에 "김 여사의 건강이 좋지 않으니 하루에 한 혐의씩 자주 조사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에 대해 "별도 협의는 불필요하고, 통보한 일자에 출석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김 여사 측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는 앞서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했던 김 여사 측의 초기 입장과 달라진 부분이어서 실제 조사가 순조롭게 성사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 여사 수사 대상만 '16가지'…주가조작부터 통일교까지
김건희 특검팀은 이번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한 2022년 지방선거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물을 계획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별도의 의혹들도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법에 명시된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대상 의혹은 총 16가지로 광범위하다. 이처럼 광범위한 수사 대상 중에서도 현재 언론에 활발히 보도되며 특검의 구체적인 수사 움직임이 포착된 주요 의혹만 해도 6가지에 이른다. 윤 전 대통령과 공동 연루 의혹이 있는 '명태균 게이트' 관련 2022년 지방선거 공천 개입 의혹을 비롯해,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 씨 물품 전달 관련 이권 개입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 김예성 씨 관련 이른바 '집사 게이트', 그리고 최근 수사 대상에 포함된 통일교 관련 의혹(증거인멸교사, 횡령 등) 등이 있다.
윤 전 대통령, '내란 특검' 7개 혐의 기소
한편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 특검)은 지난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총 7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재구속된 지 불과 9일 만에 이뤄진 조기 기소로, 이는 현재 활동 중인 3대 특검 중 가장 빠른 사법 처리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서 내란 혐의 특검의 출석 요구에도 불응해 왔기에, 김건희 특검 소환의 실제 출석 여부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을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받는 혐의 또는 특검 수사 대상 의혹을 모두 합치면 총 24가지에 달한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으로부터 기소된 7개 혐의와 김건희 특검에서 수사 중인 '명태균 게이트' 관련 1개 혐의로 총 8개 혐의를 박고 있다. 김 여사는 특검법에 명시된 대로 16가지 광범위한 의혹의 수사 대상이다. 이처럼 혐의와 수사 대상의 개수는 다를 수 있으며, 수사 과정에서 혐의는 구체화되거나 추가될 수 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부부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향후 특검 수사의 향방과 법원의 판단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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