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연구원 박천홍 박사는 초정밀장비의 핵심기술인 초정밀 위치결정기술(물건을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나르는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운동정밀도(물건을 원하는 위치까지 정확한 경로로 나르는 것) 향상기술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했다. 또 이를 기반으로 국내 초정밀 장비개발기술을 활성화시켰다. 박 박사는“이 기술은 반도체 등 정밀성을 요구하는 산업에는 필수적”이라며“우리의 장비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초정밀 장비개발에 필요한 가공기술이 전무한 상태에서 박 박사는 장비의 운동정밀도를 초정밀화 할 수 있는 가공이론을 4년간의 연구 끝에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를 이용해 0.1㎛ 이하의 운동정밀도를 갖는 초정밀 위치결정장치를 실용화했다. 이 기술은 아직 이론적으로 정립되지 못한 상태이므로 선진국에서도 숙련도가 높은 기능인의 경험과 장시간에 걸친 반복적인 가공 및 수정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박 박사의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초정밀 관련 생산기술의 맹점이었던 초정밀 가공기술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원천기술과 실용화 기술을 동시에 보유함으로써 초정밀 장비분야의 국내 위상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정밀가공분야 이론적 기반 세계최초 마련
초정밀 위치결정 스테이지는 가공 또는 측정 대상물을 적재하는 테이블과 테이블의 이동경로를 안내하는 가이드레일, 모터와 볼스크류 등을 이용해 테이블을 이동시켜주는 이동기구 등으로 구성돼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물체를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이동시키고 이동과정에서는 직선을 정확하게 유지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D램이나 LCDㆍPDP 등 디스플레이용 패널 등에 가공되는 회로 패턴의 경우 가공에 사용되는 노광장비의 스태이지의 직선운동 정밀도에 의해 미세 선폭의 균일도가 결정되며 이를 검사하는 측정장비에 있어서도 선폭보다 높은 정밀도가 요구된다.
현재 초정밀분야에 사용되는 장비들의 세계적인 수준은 200∼300mm를 이동할 경우 0.1∼0.2㎛이내의 오차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정밀도를 얻기 위해서는 스태이지의 운동을 안내하는 가이드레일의 가공오차가 500∼600mm의 길이에 대해 1㎛이내가 되도록 초정밀가공을 해야 한다. 이 기술은 아직 이론적으로 정립되지 못한 실정이므로 선진국에서도 숙련도가 높은 기능인이 장시간에 걸친 반복적인 가공 및 수정기술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다. 더욱이 국내의 경우 숙련자가 부족해 초정밀장비의 상용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생산기술의 핵심이 되는 고가의 초정밀장비를 주로 일본·미국 등 선진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 박사는 가이드레일과 테이블의 운동정밀도의 관계에 대한 정량적 해석을 가능하도록 했다.
또 가이드레일의 가공형상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도 측정된 테이블의 운동정밀도를 이용해 가이드레일의 형상을 추정해내고 추정된 레일 형상으로부터 운동정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수정가공정보를 산출할 수 있도록 해서 숙련자가 아니더라도 가이드레일의 초정밀 가공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 박사는 현재 이 기술을 렌즈가공용 초정밀가공기, 정밀연삭기, 반도체용 검사장비의 개발 등 3개의 초정밀장비 개발에 적용해 실용화 및 기술이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다양한 초정밀기술 관련장비에 대한 응용이 가능하도록 응용성 확장에 관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3년 동안 43편의 국내외 학술지 발표, 4개의 국내외 특허등록을 마쳤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심사위원들은 박천홍 박사가 과거에는 기능인의 몫으로 돌려서 기술발전이 전혀 안됐던 초정밀가공분야에서 이론적 기반을 세계 최초로 마련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초정밀 장비기술
초정밀장비 기술이란 현재 최고의 정밀도를 얻을 수 있는 각종 부품을 이용해 최고의 정밀도를 갖는 핵심부품을 가공하거나 측정해낼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장비가 생산성을 갖춘 기계가 되기 위해서는 가공대상물을 기계 위에 장착하고 회전 또는 직선이동을 시키면서 여러 가지의 연속적인 가공작업을 수행해야 하며, 마지막으로는 가공된 제품이 설계한대로 가공되었는지를 측정·검사 해야한다.
따라서 초정밀장비의 개발을 위해서는 장비 내에서 가공대상물을 이동시키는 초정밀운동기술은 물론이고 제품의 가공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초정밀 측정·검사기술, 그리고 지속적으로 정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장비주위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외부로부터의 미소한 진동도 차단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어하는 기술 등이 병행돼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기술은 초정밀 위치결정장치기술이다. 위치결정장치란 가공(또는 측정)대상물을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경로로 정확히 이동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장치로서, 거의 모든 초정밀장비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 장치를 장비내부에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256메가 D램을 제조하려면 웨이퍼상에 0.13㎛라는 미세한 회로패턴을 연속적으로 가공해야 하므로 회로패턴을 가공하는 노광장비에는 웨이퍼를 연속적으로 초정밀하게 이동시켜줄 수 있는 초정밀위치결정장치를 필요로 한다. 현재 이러한 미세회로패턴 가공기술은 LCD·PDP와 같은 디스플레이장치의 제조에도 적용되고 있다.
또 천체망원경이나 가전제품용 광학렌즈 등 광학부품의 제조에 있어서도 설계된 렌즈형상과 0.1㎛이내의 오차를 갖도록 가공하는 기술은 매우 중요하며, 이 경우에 있어서도 가공시 장비상에서 렌즈를 정확한 경로로 이동시켜주는 위치결정장치의 정밀도가 가공오차의 대부분을 좌우하므로 초정밀 위치결정장치는 렌즈의 정밀도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나노기술에서도 최종적으로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있는 장비 개발이 필수적이며 초정밀 위치결정장치는 핵심부품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돼 향후 수십년 동안 생산기술의 핵심기술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수진기자<popsci@sedailly.com>
박천홍 박사 약력
60년 서울생
83년 한양대 정밀기계과 졸업
00년 일본 고베대 공학박사
85년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원
88년 일본 전자종합연구소 방문연구원
90년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
00년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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