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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학교에서 실험한 공항 화재 진압 차량

오늘 필자가 타는 차에는 스노즐이 안 달려 있다. 스노즐은 1.2m 길이의 탄소섬유 바늘인데 그 끝이 강철로 되어 있다. 불타는 항공기의 동체에 구멍을 내어 순식간에 항공기를 내염제로 가득 채우는 장비이다. 창문에서 25cm 정도 위에 구멍을 내서 그 안에 아무런 장애물도 없기만 바라는 것이 작업의 비결이라면 비결. 그보다 높으면 내염제가 짐칸에만 차게 되고 그보다 낮으면 좌석 때문에 내염제를 제대로 분무할 수 없다.

오시코시 트럭사의 조립 라인에서 나온 제품 중에서 최신형 제품이 공항 구조 화재 진압(ARFF) 차량인 스트라이커이고 또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이 장비이지만, 알고 보면 잡다한 내염 기술의 한 부분일 뿐이다. 만일 세스나 경비행기나 보잉 747, 또는 A380 이층 항공기가 이착륙 중에 충돌 사고가 나면, 스트라이커의 4x4 견인 장치가 당장 3분안에 목표지점으로 도달할 것이다. JFK 국제 공항이 끝도 없이 넓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통 일이 아니다.

뉴욕 공항 경찰과 뉴저지 구조 훈련 센터에서 하루 종일 메이저 리그급 소방 훈련에 참가한다는 것은 기술 분야의 글을 쓰는 작가라면 누구나 탐낼만하다. JFK 공항의 ARFF 소방대가 출동 명령을 받은 횟수는 작년에만 무려 420회. 하지만 대다수는 엉터리 신고였다. 어쨌든 적어도 5대의 트럭은 24시간 비상 대기하는데 이들 소방대원이 가지고 훈련하는 것이 바로 최근 뉴욕 공항 당국이 22대를 구입한 스트라이커다. 이 글은 모의 쌍발 제트기 동체를 가운데 놓고 거대한 원형 불구덩이를 만들어 그 속에서 4시간 동안 장비를 시험한 결과에 대한 것이다.

‘소방대원들이 하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할까’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그 거추장스러운 방화복을 입고 한 30분만 있어보라고 하고 싶다. 이 옷은 밖에서 들어오는 열을 차단하기도 하지만, 안에 있는 열을 안에 가두는 구실도 한다. 고생 끝에 옷을 입고, 압축공기 탱크를 맨 후, 마스크와 헬멧을 써서 정상으로 걸어보려 했다. 그리고 둘이 함께 헤어가듯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불은 근처에 있는 관제탑에서 원격 장치로 점화하는데, 교외 막다른 골목 크기의 가스 그릴 안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될 듯 싶다. 그리고서 스트라이커의 고압 호스를 다루려 해보았다. 바비큐가 되는 느낌이었다. 화염이 이는 바닥 쪽에 대고 물을 뿌리는 동안 조절기를 통해 에어를 들이키는 소리가 화염이 으르렁대는 소리와 섞여 공포감을 자아낸다.

우리 뒤에는 27t이나 나가는 스트라이커가 마치 화난 코뿔소처럼 버티고 서 있다. 253.5kg·m의 토크에 15.8m짜리 디젤 엔진이 차 뒤에 달려 있다. 뒤에 달린 이유는 될 수 있는 대로 발화 지점에서 멀리 하자는 뜻에서다. 차축은 각각 13,154kg 급이고, 코일을 감은 완전 독립식, 전자 조정식 서스펜션은 16인치까지 이동할 수 있다. 양 바퀴 사이 간격이 3m나 되고, 중력의 중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30도나 되는 경사지에서도 똑바로 설 수 있다. 그러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차가 경사진 곳에 가거나 코너를 돌 때 전복할 위험이 있을 만큼 기울어지는 순간 차에 탑재한 경사도 계측기가 시끄러운 경보를 울리게 된다. 프랭크 지아라미타 경사는 “우리의 임무는 소방보다는 인명 구조에 있다”며 “따라서 사고 현장에 가능한 한 빨리 가야 하며 도중에 차가 전복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지아라미타 경사가 통계없이 그저 해보는 말이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ARFF 트럭이 전복된 경우는 30번이 넘는다. 코너를 돌 때 5,670ℓ의 물이 쏠리며 격벽을 치면 머리칼이 곤두설 정도다. 이를 시험해보기 위해 구식 솔리드 차축을 단 ARFF 트럭과 독립식 차축을 단 스트라이커를 완만한 기복이 있는 잔디밭에서 비교해보기로 했다. 시속 24km에서 솔리드 차축 트럭은 주뼛거리며 이륙이라도 할 듯 요동쳤다. 그런데도 스트라이커는 시속 64km에서도 GMC 엔보이와 다를 바 없이 무난히 움직였다.



제한 속도가 64km 이하인 도로를 벗어나 회전 반경이 큰 U턴을 해보았다. 스트라이커는 더블 디스크에 여섯 개의 변속 기어를 갖춘 자동 변속기, 동력 보조 장치가 있어서 거의 같은 속도로 스테이션 웨건처럼 쉽게 운전이 가능했다.

5,670ℓ의 물을 싣고 여기에 794ℓ의 거품에 45.4kg의 퍼플케이 화학 화염 방지제까지 더 싣고도 고작 25초 이내에 시속 80km로 달린다. 그리고 코모도 푼의 벤틀리처럼 60도나 되는 경사로도 시속 113km로 달릴 수 있다. 돌출식 GPS 화면이 있어 콩죽처럼 짙은 안개가 끼거나 연기가 자욱해도 30cm 단위까지 자기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미래형 적외선 카메라가 과열점을 찾아내고, 불타는 항공기의 연료가 차 밑으로 흘러 들어오면 트럭 밑에 달린 노즐이 두툼한 거품 매트를 깔아버린다. ‘물홍수’ 시스템이 있어서 운전석 유리창에 물을 흘려 강한 열에 유리창이 상하는 것도 방지한다. 강력한 A/C 역시 제 기능을 다했다. 트럭에서 불을 끄는 훈련을 여러 번 했다. 정지 상태에서도 하고, 이동 중에도 해보았는데 운전석 내부의 열은 반사 장치가 없으면 스테이크를 구워먹을 정도였다.

직선 코스가 끝나고 유도로가 왼쪽으로 90도로 꺾이는 부분에서 시속 40km 정도가 되도록 속도를 줄였다. 압력이 확실하게 오래 잘 듣는 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트라이커에 타는 승무원은 둘이고 그와 별도로 두 자리가 더 있다. 운전자는 계기반에 장착된 조이스틱으로 기중기와 완충기 사닥다리를 조정하고, 조수는 통신을 맡고 외부 호스에 인원을 배치한다. 그리고 스트라이커 1500은 분당 2,835ℓ씩 물을 내보내, 2분이면 싣고 간 물을 다 비워낸다. 너무 시간이 짧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지아라미타의 말에 따르면 2분이면 불을 꽤 많이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스트라이커 3000은 1500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3000모델은 6x6 형식에 11,350 ℓ의 물과 1,588ℓ의 거품을 싣는다. 이보다 더 뛰어난 모델은 최고 모델인 8x8 스트라이커 4500. 물론 가격은 매우 비싸 결정에 앞서 예금 잔고를 확인해야 한다. 1500은 약 60만∼75만 달러, 모든 사양을 포함하면 80만 달러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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