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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KAIST 물리학과 교수

국내기술로 차세대 광통신 국제수준 도약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2월 수상자로 선정된 이용희 KAIST(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는 물리적으로 가능한 가장 작은 크기의 광결정(光結晶ㆍPhotonic Crystal) 레이저를 개발, 도청이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기술의 초석을 쌓은 공로를 인정 받았다. 이로써 초고속ㆍ저전력의 양자광컴퓨터 등 광전자 기반기술에 활용도 가능하게 됐다.

이 교수는 이러한 내용을 ‘전기로 구동되는 광결정 레이저의 실험적 구현’이란 제목으로 지난해 9월 미국의 유명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번에 개발된 광결정 레이저는 특수한 구조로 된 화합물 반도체 InGaAsP 기판에 아주 작은 양의 전류만 흘려주면 빛이 증폭돼 발생하는 것으로 이때 레이저의 지름은 1㎛(마이크로미터ㆍ100만분의1m) 정도에 불과하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광결정 안에 있는 발광물질이 빛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른 레이저로 발광물질에 빛을 쏘여야 하는 광펌핑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광펌핑 과정을 거치게 되면 이중장치가 들어가게 되고 반응도 느려져 실제적으로 산업적 응용이 어려웠다.

광결정 구조는 특정파장의 빛만 반사시키고 나머지는 투과하는 성질을 가진 기하학적 형태를 말한다. 이런 특성을 잘 이용하면 작은 공간에 빛을 교묘하게 구속시켜 레이저를 만들 수 있다.

전기로 구동되는 광결정 레이저는 별도의 광펌핌 과정을 없앴다. 전기만 연결하면 레이저가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핵심기술은 전류가 통하는 길. 이 길은 광결정의 특징을 훼손시키지 않고 단지 전류만 흐를 수 있도록 구조의 대칭점에 매우 작게 제작돼 있다. 전기로 구동되는 광결정 레이저는 하나의 광자만을 만들 수 있는 ‘단일 광자원’의 가능성을 열었다.

단일 광자원인 빛 입자, 즉 빛 알갱이를 하나씩 만들어 통신에 활용할 경우 도청이 불가능하다.

이 교수는 극미세 레이저를 바탕으로 전류를 아주 약하게 흘려 빛 알갱이인 광자가 하나씩 나오는 레이저총이 등장하면 비밀 광통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광자를 하나씩 보내면 도청을 시도할 때 광자의 상태가 바뀌기 때문에 도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유를 하면 구슬 상태의 광자를 하나씩 보낼 경우 누군가가 도청을 시도하면 구슬상태가 깨지면서 전혀 다르게 바뀐다. 도청하는 사람은 잘못된 정보를 얻을 뿐 아니라 도청 여부도 금방 들통이 난다. 현재의 통신은 전파든 빛이든 다발 형태로 신호가 전달된다. 신호의 진폭(높낮이)으로 정보를 보낸다고 할 때 신호의 일부만 빼내면 도청이 가능하다. 도청된 신호는 진폭이 다소 줄어들지만 도청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광결정 레이저는 광전자 기반기술로서도 중요하다. 빛은 1초에 30만㎞라는 엄청난 속도를 낸다.

따라서 빛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는 제격이다. 하지만 현재의 광기술로는 반도체 칩처럼 손톱만한 크기에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회로망에서 빛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빛보다 느리지만 말을 잘 듣는 전자가 아직 반도체의 주역인 이유다.

최근 들어 전자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집적도를 높이려고 칩의 크기를 줄이다 보니 덩치 큰 전자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서로 몸을 부딪히며 정보전달에 실수를 연발하기 때문이다.

정보처리의 양과 속도면에서 빛이 전자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 덧붙여 빛의 발생과 전달을 원하는 대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광집적 회로가 가능해지고 현재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광컴퓨터가 만들어진다.

광결정 레이저는 빛이 생성되는 공간을 매우 작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적은 에너지만으로도 작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기로 구동되기 때문에 그동안 적용이 어려웠던 초고속ㆍ고효율 및 저전력의 광컴퓨터 등 광전자 기반기술에 활용도 가능하게 됐다.

** 대전=최수문 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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