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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 숨겨진 위험요소들

2004년 12월 27일. 전 세계의 이목은 인도양의 쯔나미 사태에 쏠려있었다. 그 사이, 일부 천문학자들은 쯔나미보다 훨씬 치명적인 지구 대재앙의 발발 가능성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거대한 소행성의 지구 충돌이 그것이었다.

크리스마스 직전, 미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지구 근처의 소행성 2004 MN4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직경 0.2마일의 이 소행성은 1908년 시베리아 밀림의 거대한 한 부분을 초토화시켰던 운석보다도 무게가 더 나갔다. NASA 과학자들은 2029년 4월 13일,

이 소행성과 지구와 충돌 가능성을 2700분의 1로 잡았다. 그리고 이틀 후, 그 가능성은 165분의 1로 높아졌다. 27일 아침, 과학자들은 이를 다시 상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수치가 무려 38분의 1로 치솟았다. 소행성 충돌시 그 잠재적인 피해 정도 1를 나타내는 토리노(Torino) 규모도 4로 집계됐다. 이는 지금까지 발령된 경보 중 최고 수준이었다.

대다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 잠재적 위험을 망각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위험요소들을 계속 주시하기가 힘들어졌다. 자동차 사고, 범죄, 암 등은 이제 흔한 위험이 되었고 새로운 위협들도 연이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며 바이오 기술을 이용한 천연두, 지구상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며 자가증식을 하는 나노 로봇 그레이 구(Gray Goo)는 또 어떤가?

때때로 내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가장 두렵게 느껴지곤 한다. 위험도를 평가하고 이를 피하는 것은 진화론의 기본 원칙중 하나다. 피할 수 없는 위험은 줄이는 것도 오랜 법칙이다. 2.현대의 과학, 의학, 첨단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위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거기에 보다 더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 세기만에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47세에서 77세로 껑충 뛰어올랐다. 하지만 마냥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구상의 위험이 과거보다 더 증가했으면 증가했지 감소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80%에 이른다고 한다.

올 초, 나는 한명으로 구성된 피실험군을 대상으로 위험도 조사 실험을 실시했다. 그 한 명은 바로 나 자신이다. 우선, 일지를 가지고 다니며 2주 동안 내가 마주쳤던 모든 위험들을 기록하고 등급을 매겼다.

그런 다음, 내 자신을 사고와 사망, 전염병, 유독성 데이터에 집어넣었다. 학술 서적도 장서로 구입했고 미국 최고의 위험 전문가들과 상담도 했다. 주요 상담 내용은 이러했다. 내가 내린 위험도 평가가 얼마나 정확했는가, 그리고 그 개선 방법은 무엇인가?

물론, 그렇게 해서 내가 위험이 전혀 없는 삶을 살게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작정 두려움에 떠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현명하게 두려움에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 말이 정말인지 궁금하다면, 이제부터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2005년 1월 23일
도시의 눈보라 속에서 자전거를 타다.

어제, 1월 기상관측사상 100년 만에 최악의 눈보라가 미국 동부를 강타했다. 그로 인해 뉴욕은 도시 전체가 1.5 피트 높이의 눈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그렇게 맹위를 떨치던 눈보라가 지나간 도시에서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눈썰매를 타는 것이었다.

나는 브룩클린의 프로스펙트 파크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도저히 약속시간에 맞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문밖으로 뛰쳐나가면서 나는 전화로 여자친구 앤에게 헬멧을 꼭 쓰겠다고 약속했다.

일지에 나는 자전거 타기를 아주 위험한 일로 기록했다. 그러나 조심해서 자전거를 탄다면 그 위험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 일지 내용을 검토한 위험전문가들은 나의 이런 합리화를 비난했다. 3. “때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지를 결정한다.

그러고는 왜 어떤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또 어떤 일들은 걱정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고안해 내기 시작한다.”라고 하버드 위험분석센터의 조지 그레이 소장은 말한다. 나는 일반적인 자각의 함정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제럴드 와일드라는 캐나다 심리학자는 나의 행동을 이른바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하는 위험균형 프로세스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헬멧을 쓰면 안전할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지 않고 더 위험한 행동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4.다른 연구가들은 자전거 운전대를 잡고서 달릴 때 느끼는 균형감은 그릇된 안전의식을 심어준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1989년도의 한 연구에 따르면, 호프스트라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윌리엄 샌더슨은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농도 5.5%의 이산화탄소를 쉽게 공포를 느끼는 환자들에게 들이마시게 했다.

그리고 그 중 절반에게는 다이얼을 돌리면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이 그룹에서는 공포감을 호소한 환자의 수도 적었고 그 정도도 미약하게 나타났다. 물론, 다이얼 얘기는 지어낸 말이었다.

프로스펙트 파크로 갈 때마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플랫부시가(街)는 부분적으로만 눈을 치워놓은 상태였다. 자동차와 버스들이 지나다니면서 갓 길에는 눈이 1~2 피트 높이의 진창으로 변해있었다. 나는 그 위를 자전거로 달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당시 나는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메릴랜드주에서 발생한 자전거 사망사고 3 건당 1건은 알코올 관련 사고라고 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8 이상이면 중상 또는 사망 위험성이 2,000배나 증가한다.

그러나 불행스러운 것은 내가 남성이라는 사실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자동차와 충돌하여 목숨을 잃는 사람이 한해 평균 800명가량 되는데, 이중 90%가 남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50만 명의 부상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80%나 된다.

전체 자전거 운전자중 남성의 비율은 여성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고 남성이 여성보다 자전거를 더 자주 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만으로는 남성의 높은 사망/부상 비율을 설명할 수 없다. 남성들은 한마디로, 위험을 무릅쓰는 성향이 여성보다 높은 것 같다. 하지만 자전거 타기는 누구에게나 위험한 활동임은 분명하다. 자전거를 타고 1마일을 달리는 것은 같은 조건하에서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 사망 가능성이 무려 14배나 높다. 5

프로스펙트 공원에서는 그야말로 노먼 록크웰의 동화책에나 나오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벙어리장갑에 목도리를 두른 아이들이 눈이 부시도록 하얀 눈 위로 썰매를 끄는 모습. 친구들과 합류한 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눈비탈로 향했다.

썰매를 타다 매년 약 3만3천명의 미국인들이 부상을 입지만 나는 일지에 썰매를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기록했다. 그러면 이번에는 나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근거를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어쨌든,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썰매를 타러 가지만 다치지 않는다.

위험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의 수학적 무지를 비난한다. 막연한 수치만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비율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 예로, 매년 열기구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평균 2.6명이다.

반면 사냥을 나갔다 사망하는 사람 수는 600명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에서 사냥을 즐기는 사람은 2백만 명이나 되고 열기구를 즐기는 사람은 고작 3천명 밖에 안 된다. 이러한 사실로 인해 열기구 사고 사망률이 사냥보다 30%나 높게 나온 것이다.

2005년 1월 24일
즐거운 나의 집?

작년, 샌디에고 주립대학과 콜로라도대학의 연구원들은 일상에서 흔히 간과하고 지나가는 집안의 위험도를 밝히기 위해 비누거품 찌꺼기 실험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반복실험 결과, 비닐로 된 샤워 커튼에 무수한 미생물로 이루어진 막이 형성되었다."라고 발표했다.

이 미생물 막에는 혈액 및 요로에 심각한 감염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Sphingomonas spp., Methylobacterium spp. 같은 기회 감염성 병원균, 즉 신체방어기전에 결함이 있을 때 원인균으로 작용하는 병원균이 살고 있다. 비록 이러한 비누거품 찌꺼기가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들에게만 해를 끼친다고는 하지만, 생물학자인 스콧 켈리는 그래도 주의를 당부한다. “요즘은 나도 집에 있는 샤워 커튼을 자주 청소하고 정기적으로 교체하고 있다.”라고 샌디에고 유니온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샤워를 마친 후, 나는 물이 뚝뚝 흐르는 비닐 샤워 커튼 주위를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나는 집안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고 일지에 기록했다. 그러나 위험분석센터의 위험정보전달 책임자인 데이비드 로페이크는 이런 나의 의견에 반대했다. 그의 주장은 “집안은 우리 생각하는 것처럼 안전하지 않다” 는 것이다.

아침마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나의 일과를 한번 예로 들어보자. 미국안전협회(NSC)에서 매년 발행하는 상해쪾사고 보고서(Injury Facts)에 따르면, 2002년에는 약 280건의 샤워, 욕조 사고로 사람들이 응급실로 실려왔다고 한다. 이 중 화장실 관련 사고가 190건이나 되었다. 이 보고서는 다른 조건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최근 데이터를 인용하고 있다.

세면대(23,283명 상해)에서 뜨거운 물(42,077명 상해)로 면도(33,532명 상해)를 한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그레이프프룻을 칼(441,250명 상해)로 자르고 주스를 유리잔(86,909명 상해)에 붓는다. 식탁에 앉기 전에, 문 앞 계단을 두 번 만에 뛰어내려가 신문을 집어 온다. 여기서 잠깐! 부디 진정하시길... 이처럼 뛰어내리는 행동은 아주 위험하다. 매년 3만 건의 집안내 사망사고 중 6.28%에 이른다고 한다.이런 얘기를 들으면 더더욱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다.

“광적으로 위험 분석에 매달리면 일상 속의 모든 위험 요소들을 피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활동하려고 들지 않게 된다. 어쩌면 결국에는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신세로 전략할지 모른다.”라고 오리건 대학 심리학과의 폴 솔빅 교수는 말한다. 슬프지만 그것 역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해마다 400명가량이 침대에서 호흡곤란이나 질식으로 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견습 단계의 위험 전문가인 나는 무언가에 놀라기 전에 잠시 생각하는 습관을 훈련 중이다. 현재 미국의 인구는 거의 3억에 달한다. 따라서 나에게 이런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다. 게다가 집안내 위험은 누구에게나 같은 비율로 발생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한 예로, 75세 이상이 추락사할 확률은 45세 이하보다 70배나 많다. 그러나 집안내 사고 위험성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하다. 2003년, 가정내 상해 사고로 하루 이상 몸을 움직이지 못 했던 비율이 37명당 1명꼴이나 됐다. 상해쪾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해를 입은 사고는 직장내 사고와 자동차 사고를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고 한다. 일부 오염물질로 인한 위험은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라돈 가스는 미국에서 폐암을 일으키는 두 번째 원인으로 밝혀진 상태다.8.무색, 무취의 방사능 가스인 라돈은 주로 지반에서 배출되어 실내로 자연적으로 스며든다. 그러나 다른 많은 오염물질들의 경우, 과학자들도 인체의 유해성에 대해 아직 정확히 규명하지 못 하고 있다. 미국내 공업과 농업 활동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7만5천 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현재까지 미국의 질병예방통제센타의 전국생물감시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의 사체 검시 결과, 발견된 것은 이 중 157개에 불과했다.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는 화학물로 합성된 나노분자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물질이 체내에 축적되었다가 세포막으로 침투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해,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의 연구원, 에바 오버도스터는 0.5 ppm으로 농축 버키볼(Buckyball)을 어항에 집어넣어 보았다.

버키볼은 일종의 탄소 나노분자로 약품, 컴퓨터 및, 연료 전지에 그 사용 가능성을 연구중인 물질이다. 버키볼을 활용한 최초의 제품 중 하나는 균열이 잘 가지 않으면서도 내충격성을 지닌 볼링공이 될 것 같다. 비록 모의실험이긴 했지만, 오버도스터의 이 실험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다. 이틀 만에, 어항 안에 있던 거구(巨口)의 배스(bass) 아홉 마리가 모두 뇌손상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해악을 단정 짓기는 아직 성급한 감이 없진 않지만 나노분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위험 교육을 받은 나로서는 이것처럼 불확실한 위험요소들은 일단 요주의 목록에 올려놓게 된다. 버키볼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러나 보다 정확한 과학적 분석이 나올 때까지는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을 생각이다.

2005년 1월 25일
광란의 거리

한낮. 집안에 마련한 사무실에 앉아 있으려니 몸이 자꾸 나른해지는 것 같다. 음료수라도 사려고 밖으로 나갔다. 가장 가까운 상점은 라파예트가와 풀튼가가 X 형태로 만나는 교차로를 건너가면 바로 있다. 그런데 그 상점은 세계 최악의 형편없는 운전자들로 북적이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미니밴들은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도 무시하고 그냥 질주한다. 링컨타운카(Lincoln Town Cars)는 보행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방향등도 켜지 않고 우회전을 해버린다. 보도(步道) 가까이 달리는 버스들은 뜨거운 열기를 뿜어댄다. 이곳으로 이사 온 첫 주부터, 앤과 나는 이 거리를 죽음의 교차로라고 부르고 있다.

2003년, 자동차 사고로 8만 명의 보행자가 상해를 입었고 5천6백 명이 사망했다. 나(34세임)를 포함한 25~34세의 남성들은, 그렇게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매년 10만 명당 5.5명꼴 사망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 연령대 남성들의 주된 사망 원인인 자동차 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10만 명당 26명에 이른다. 하지만, 나중에 위험 전문가들에게서 들은 얘기지만, 이런 통계적 평균치는 개인적 위험 수위만을 암시할 뿐이라고 한다. 뉴욕의 거리는 다른 곳에 비해 훨씬 번잡하며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일반 미국인들보다 더 많이 걸어 다닌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나는 수시로 무단횡단을 한다. 죽음의 교차로를 일직선으로 가로지르면 조금이라도 음료수를 더 빨리 마실 수 있게 된다.9

일지에, 나는 무단횡단의 위험도를 눈 속에서 자전거 타는 것 - 상당히 높지만 제어할 수 있는 위험 - 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겼다. 또 다시 나는 일반적인 자각의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연구 결과, 매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접하는 위험은 그 정도를 아주 과소평가하고 새로운 위험은 과대평가하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처음으로 독일에서 광우병 사건이 터졌을 때,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 80%가 광우병을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광우병은 영국에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였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독일과 동시에 실시된 영국의 여론조사에서는 겨우 40%만이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응답했다. 앤은 죽음의 교차로에서 절대로 무단횡단을 하거나 하진 않는다.10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위험에 훨씬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들에서 일관되게 도출되고 있는 사실이다. 연구 논문들은 그 이유를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여성들은 아이를 임신하고 양육해야 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목숨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도 평가의 차이는 단순히 남성과 여성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1994년 실시한 한 연구에서, 오리건주 유진에 소재한 의사결정연구소의 제임스 플린은 위험도 평가에서 성별로 인한 차이는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자신의 피시험자 집단에서 약 30% 정도에서만 나타났다. 이들은 모든 위험도를 아주 낮게 매겼다. 이 집단군에 속한 사람들은 다른 피시험자 그룹보다 교육 수준도 높고 부유층에 속하며 정치적으로도 보수성향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실패를 모르고 살아온 탓에, 그들은 두려움도 별로 없었고 위헝에 대처할 자신 및 사회의 능력에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005년 1월 26일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는 위험 요소들

배가 고프니 서두르게 된다. 고지방 식단은 심장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인의 사망 원인 제1위. 그런데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맥도날드에 가서 쿼터 파운드 버거에 프렌치프라이, 콜라 그리고 쿠키까지 주문할 작정이다. 왜냐구? 너무 너무 맛있으니까... 그리고 어떤 점에서는 어느 바비큐 파티에서 먹었던, 직화구이 햄버거보다는 몸에 더 좋지 않은가? 이번 달, 미국 보건복지부에서 석쇠에 구운 고기에서 발견된 화학물질을 암유발 가능물질 목록11에 정식으로 추가했는데 이중 일부는 담배 연기에도 들어있는 성분과 같은 것도 있었다.

나는 기분좋게 식사를 끝마쳤다. 물론, 약간 느글거리기도 하다. 해마다 미국인 4명중 1명은 식중독으로 고생을 한다. 비교적 경미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입원 치료 32만5천명, 사망에 이르는 사람도 5천명이나 된다. 나는 식중독은 그다지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일지에 적는다. 그리고 나는 이런 일에는 대체로 침착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사람들은 천재지변 같은 위험들은 크게 걱정한다. 그런데 치명적이진 않지만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우려하지 않는다.”라고 리차드 윌슨과 에드먼드 크라우치는 자신들의 공저 <위험성/유익성 분석>에 적고 있다.

맥도날드에서 나온 후 나는 길을 건너, 유니온 스퀘어 농산물 시장으로 들어갔다. 엠파이어, 갈라, 위네샙, 매코운 등 여러 종류의 사과들이 테이블 가득 놓여 있다. 그리고 사과 주스와 잡곡 식빵을 파는 상인들이 있다. 나는 ‘호손계곡농장-데메테르(땅의 여신)도 인정한 생명농법’이라고 적힌 상점에 이끌린다. 상점 안에 있던 수염을 기른 남자가 자신의 농장에서 재배한 작물들은 인공 비료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지어 호손농장에서 키우는 소들도 유기농 사료를 먹는다고 했다. 이것으로 환경오염의 영향을 어느 정도는 완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내가 방금 전에 먹어치웠던 음식보다 과연 이런 식품이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까? “최소한 200배는 더 안전하다.”라고 그 주인은 응대한다. 나는 거기에서 20달러어치 T본 스테이크용 고기를 구입했다.

나는 ‘이처럼 화학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농장에서 내놓은 농작물이 일반 상점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할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위험교육을 받기 전이라면, 나는 분명 '그렇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미국 식약청(1999년)과 농업부(2000년)는 각각 미 전역의 상점에서 판매되는 1천여가지의 식품 샘플을 검사했다. 결론은 잔류 농약이 규정치 이상인 것은 그 중 2%도 안 되었고 그 양도 대부분, 건강에 유해한 정도는 아니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분자생물학 교수인 브루스 에임즈가 1990년대 실시했던 연구는, 미국인들이 섭취하고 있는 농약의 99.9%가 자연적으로 배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양배추, 컬리플라워, 브로콜리, 바나나 등에서 채취한 화학물질을 실험실 쥐에게 먹이면 이 쥐는 암에 걸리게 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브로콜리를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에임즈 교수는 말한다. 충분한 양의 과일과 야채를 함께 섭취해주면 암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의 실험은 위험인식에 관한 두 가지의 일반적 오류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무조건 인공적인 위험이 자연적인 위험보다 더 나쁘다고 무조건 단정짓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핸드폰에서 나오는 방사능 때문에 암에 걸릴지도 모른다며 호들갑을 떨다가도, 정작 해변가에는 선크림도 안 바르고 나간다. 둘째, 사람들의 판단은 부당할 정도로 극단에 치우쳐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위험성과 유익성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 하는 것이다.

2005년 1월 27일
도시에 대한 막연한 믿음과 실제 위험

내가 관람하고 있는 아주 전위적인 실험연극 '밀레니엄 최고의 10인, 그들의 애창곡 슈베리트의 리드를 부르다(The Top Ten People of the Millennium Sing Their Favorite Schubert Lieder)'는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공연이다. 그러나 나는 극 전개가 다소 느슨해진 틈을 타, 비좁은 극장 안을 둘러보았다.

무대 조명들 사이로 뱀처럼 얽혀있는 케이블들, 검정색 페인트가 벗겨진 벽,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출입구 등등. 2년 전, 100명의 사망자를 낸 로드아일랜드 나이트클립 화재 사건이 있은 후로, 클럽이나 극장에 들어오면 나는 긴장하는 버릇이 생겼다. 공연이 끝난 후 밖으로 나온 나는 보도에서도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작년,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에 사는 한 여성이 전기가 통하는 금속 맨홀 뚜껑을 딛었다가 감전사를 당한 일이 있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공전(空電)에 의한 사고였다고 한다. 집으로 오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열차가 승강장 안으로 들어오자 나는 근처 기둥 뒤로 물러선다. 종종 정신이상 범죄자들이 승강장으로 진입하는 열차를 향해 사람을 밀치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런 도시의 위험들을 나의 위험 목록의 중간 정도에 기록해 두려고 한다. 그러나 통계상으로 볼 때, 이런 위험 등급도 안전을 장담하지는 못 한다. 매년 화재사고로 사망하는 미국인 수는 10만 명당 1명이 약간 넘는다. 보도 감전사고나 지하철 승강장에서 떠밀려 죽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다. 최근 몇 년간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를 보더라도, 매일같이 보도를 걷고 전철을 이용하는 인구 8백만 도시에서 전기감전 사고가 일어난 것은 한번 뿐이었고 승강장에서 떠밀리는 사건도 몇 건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지각의 장난에 걸려든 것 같다. 유용성-친숙함을 뜻하는 이 말은 오랜 기간 가져온 막연한 위험보다 더 무서운 위험 시나리오들을 너무도 쉽게 만들어낸다. 공포-심장마비처럼 흔한 위험보다 드물게 나타나지만 치명적인 위험(독거미, 뱀, 상어의 공격)이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불균형적인 시각-언론 등에 자주 보도되는 것은 그만큼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하게 된다.

전철 안에서 긴장을 풀며 나는 mp3 플레이어를 켰다. 집까지 두 블록을 걸어가는 동안에도 계속 음악을 들었다. 거의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나는 ‘밤에 혼자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시선을 자극해 스스로를 용이한 표적물로 만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 누구일까?’ 하며 주위 행인들을 살펴보았다.

혹시 한밤중에 자신만만하게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귀에는 mp3 이어폰을 꽂고 어디 수상한 사람이라도 있나하고 살펴보는 나 같은 사람이 아닐까? 일지에 나는 범죄를 겨우 중간 정도의 위험요소로 기록할 것이다. 지난 수십 년 간 그래왔듯이 이 도시는 지금도 가장 안전한 곳이다. 과연 정말 그럴까? 그렇다. 여기 그 예가 있다. 1990년, 2,245명으로 최고치에 달했던 살인범 수가 2004년에는 575명으로 75%나 줄어들었다.

뉴욕은 이제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가 되었다. 게다가 비교적 젊은 축에 드는 남성으로, 나는 잠재 피해자 목록에서 상당히 아래쪽을 차지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뉴욕에서 가장 명망 높은 범죄학자인 존 제이 대학의 앤드류 카르멘 교수는 이를 그릇된 가정이라고 주장한다.



여성들은 대부분 무리를 지어 다니는 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고 나이든 사람들은 대체로 늦은 밤 시간대에는 외출을 자제하며 기혼자들은 일반적으로 부부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2005년 1월 30일
높은 위험

로키산맥에서 일주일간 스키와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 오늘 나는 비행기를 타고 몬타나로 날아간다. 3만7천 피트 높이의 고지대는 공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이온화 방사능에 노출될 위험성이 평지보다 100~300배나 높다. 영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승무원들이 연간 이온화 방사능에 노출되는 양이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승무원들의 암 발병률 역시 약간 높다는 것이 다른 연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항공기 여행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은 나처럼 비행기를 자주 타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미한 편이다. 그러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갑자기 난기류를 만나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렸다. 여기서 빠져나오느라 비행기가 150 피트 정도는 하강한 것 같다. 나는 완전히 흥분상태에 빠졌다.

이것이 지나친 반응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안다. 그리고 뒤의 연구들을 보더라도 이를 잘 뒷받침해준다. 비행기 여행은 여러 운송수단 중 가장 안전하다. 1억 여객마일당 사망률은 연간 평균 0.03에 불과할 정도로 그 위험성이 극미하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거의 30배나 더 높다. 그런 비이성적인 두려움이 내 잘못은 아니지만, 좌우지간 나는 정말이지 그 정도로 무서웠다. 뉴욕대학의 신경생물학 교수인 조셉 르듀는 뇌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및 기타 두뇌영상 연구를 활용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두려움을 조절하는 곳은 시상(視床)으로, 행동, 자율신경계, 내분비계의 반응을 유발하며 잠재적 위협에 신속하고 강력하게 반응한다. 위험에 대해 신중하게 살피는 기능을 하는 피질의 활동은 그 후에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두려움을 느끼고 그 다음에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위험으로 인해 강력한 감정이 유발되는 경우, 실제 위험발생 확률은 사람들의 두려움 정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 한다고 한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이것이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확률 무시(Probability neglect)라고 하는 이러한 인지왜곡(cognitive error) 관련 연구 자료는 상당히 풍부한 편이다.

한 연구에서는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앙이 발생할 확률이 10만분의 1이건, 1천만분의 1이건 간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거의 같은 액수의 보험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짧은 시간동안 아프긴 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은 전기충격을 받게 된다는 상상을 해 보라고 요청했다.

그리고는 이런 전기충격을 면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돈을 지불하겠느냐고 물어보았다. 전기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99%인데도 사람들이 내겠다는 평균 액수는 10달러였다. 1%의 가능성을 피하기 위한 평균 금액 7달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정말로 확률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2005년 2월 3일
운전 중 주의력 분산

191번 고속도로를 타고 테톤스을 향해 북쪽으로 달리고 있다. 차창 너머로 들쑥날쑥 솟아올라 시시각각 변하는 산맥이 시야에 들어온다. 나는 창문을 내리고 라디오 주파수를 찾았다. 그러나 컨트리 음악은 되도록 피했다. 컨트리 음악이 정신 건강에 안 좋다는 주장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각 나는 단지 록음악이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1992년, 소셜 포스(Social Force)라는 잡지에 스티븐 스택, 짐 군드라크라는 두 연구원이 “컨트리 음악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들은 49개 대도시 지역에서 방송되는 음악을 분석했는데, 컨트리 음악을 방송하는 시간이 월등히 많은 곳일수록 자살률도 현저히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컨트리 음악은 부부불화, 알코올 중독, 직장에서의 소외감 같은 문제를 다룬 가사를 통해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라고 저자들은 적고 있다. 나는 이런 연구 자료들을 아주 주의 깊게 분석중이다.

그 연구는 명확한 인과관계는 아니더라도 통계적 상관성을 확립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만약 실제로 그렇다면 그 효과는 이미 자살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만 나타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시속 65마일로 달리면서 나는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차창 너머의 풍경 몇 컷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때 휴대폰이 울린다. 같이 일하는 뉴욕의 편집장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향후 기사 내용에 관해 10분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지에 나는 분명히 운전을 내가 하는 행위 중 가장 위험한 일로 분류했다. 자동차 충돌은 4~34세의 사람들을 사망으로 이르게 하는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그 위험성을 얼마나 배가시키는지는 인식하지 못 하고 있었다. 운전 중 통화12를 할 경우, 부주의적 무분별 즉, 눈앞에 유유히 지나가는 물체도 못 보고 지나치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1999년, 하버드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대니엘 시몬스와 크리스토퍼 채브리스가 이 지각현상에 대해 분명하게 증명해 보였다. 그 실험의 결론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할 경우, 아주 뚜렷하게 보이는 사물/사람도 못 보고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실험에서는 피실험자들이 농구공을 패스하고 있었는데, 그들 중 대부분이 고릴라 분장을 한 채 걸어가는 사람을 보지 못 했다.

지난 해, 부주의적 무분별에 관한 한 연구에서는 주행 시뮬레이터를 이용하기도 했다. 유타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스트레이어는 운전 중 통화를 하는 경우, 운전자들이 브레이크를 밟는 속도가 18% 더 늦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전에도 그는 휴대폰 통화중인 운전자들이 규정치 이하로 알코올을 섭취한 운전자들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바 있다.

2005년 2월 4일
극단적인 행동

스키를 탈 때면, 나는 내 자신에게 도전을 한다. 사실, 내게 스키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유일한 스포츠다. 와이오밍의 그랜드 타기(Grand Targhee) 스키장은 코스가 아주 쉽다. 그래서 나는 리조트 경계지역을 넘어 반원형의 낮은 절벽 꼭대기로 올라갔다. 활강 준비 완료! 리조트내에서 스키를 타는 것은 아주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런 나의 생각은 옳았다. 2003~2004년 겨울 동안, 미국내 스키 리조트에서 41명이 사망하고 37명이 중상을 입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사람이 어딘가에 가서 죽을 확률은 1백만분의 1도 안 된다. 바인딩 기술의 발달로 다리 골절상을 입는 비율도 1970년 이래 90%나 줄어들었다.

하지만 위험도를 결정하는 것은 노출 빈도다. 뉴욕 사람들은 떨어지는 코코넛 열매에 맞을까 걱정하는 일은 없지만, 만약 파푸아 뉴기니에서 산다면 그 위험은 실제로 상당히 높을 것이다.13 이와 비슷하게,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눈사태는 위험요인이 아니지만 오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리조트의 안전수칙을 요하는 장소에서 모험을 감행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위험이 된다. 지난 5년간, 스키장 관리 영역 밖의 위험지역에서 백컨트리 스키를 타다 눈사태를 만나 사망한 사람은 연간 평균 7명이나 된다. 스키를 열광적으로 즐기는 미국인이 30만 명도 안 된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이 수치는 상당한 위험도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백컨트리 스키가 내가 하는 것 중 최고의 위험군에 속한다는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오늘 나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어쩌면 나도 낙관적 편견이라는 함정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 대부분이 그렇다. 한 예로, 많은 사람들이 수학적 불능이라고 할 수 있는 운전을 자신이 평균 이상으로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도 단순히 논쟁 그 자체를 위해, ‘내 스키 실력은 평균 이상’이라고 말 한다고 해 보자. 이렇게 말하면 내가 좀 더 안전해지는가?

스키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위험한 스포츠의 숙련가들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한다는 점에서, 대답은 한마디로 ‘아니오’이다.14

이안 맥캠먼이라는 연구가가 1972~2001년 사이에 미국에서 일어난 598건의 눈사태 관련 정보를 분석한 결과, 눈사태 평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손쉬운 위험평가 방법을 택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증거(Social Proof)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즉, 자신이 스키를 타러 가려고 하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스키를 타는 것을 보고 그 슬로프가 안전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먼저 본 후, 그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원숭이의 경우가 그런 예다. 그들은 이제 약속이라는 덫에 걸리게 된다.

동료들에게 자신이 결단력있고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비록 그것이 잘못된 것일지라도 자신의 결정을 끝까지 고수하려 한다. 그리고 그들은 익숙함이라는 함정에 빠진다.

달리 말하면, 과거에 어떤 일을 아무 탈없이 무사히 해냈다면, 그 일을 안전하게 다시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활강 시작, 나는 진로를 조심스럽게 고른다.

2005년 2월 5일
무슨 일이 닥칠지 결코 알 수 없다.

러닝머신이라는 고정상태의 지상에서 최고 기록인 시속 10.8로 달리며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달리기의 쾌감을 느낀다. 발밑의 고무벨트는 축축하고 미끄럽다. 끔찍한 낙상 사고를 주의하기 위해 굳이 운동기구로 인한 연간 부상자수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브룩클린에서는 공원 조깅을 즐겨한다. 그런데 거기에서도 위험한 상황은 일어날 수 있다.

공원 내 마지막 비탈길을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조심하세요!’하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나는 급히 옆으로 비켰는데, 하마터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말에 밟힐 뻔 했다.

내게 조심하라고 소리쳤던 사람은 말 위에서 그저 속수무책으로 고삐만 잡고 있었다. 1850년도에는 그렇게 말을 타고 달렸다. 그러나 오늘날 뉴욕에서 누가 그런 위험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위험 전문가들간에 이런 위험을 지칭하는 말이 있다. “흑고니(Black Swan)는 아주 희귀한 것이다.

즉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초월하여 일어나는 상황을 뜻한다.” 2004년도에 뉴욕 타임즈의 한 특집 기사에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이렇게 적고 있다. 탈레브는 <능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Fooled by Randomness)>의 저자이기도 하다. 흑고니가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의외성이 오히려 그러한 일이 벌어지도록 여건을 조성하는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끔찍한 위험을 막아보자는 생각에, 믿을만한 과학자들이 흑고니에 대해 많은 고찰을 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것은 윌슨과 크라우치의 지적을 그대로 옮기자면 “아주 명백하게 입증된 물리학 이론들에 의거해 예견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관찰되거나 앞으로도 결코 볼 수 없을 사건이 개입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롱아일랜드의 브루크해븐 국립 연구소에서 입자가속기를 작동시킬 경우, 나는 이렇게 오후 달리기를 즐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론상으로 볼 때, 입자들끼리 재결합하여 “strangelet”(스트레인지 쿼크)가 만들어지고 결국에는 이것이 물질을 모두 흡수하면서 행성 전체가 직경 100미터의 고밀도 천체로 바뀌게 된다. 무슨 공상과학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루크해븐 연구소 소장은 2000년, 가속기 가동 시작을 허용하기 전에 물리학자들에게 가상 시나리오 작성을 지시할 만큼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상한 물질이나 인류의 종말을 다룬 수많은 가상 시나리오-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자가복제를 하는 나노로봇(그레이 구)과 나노 유기체(그린 구: Green Goo)로 뒤덮인 세상, 끔찍한 생물무기 테러 등-에 대해서는 리차드 포스너의 <재앙: 그 위험과 대응>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미국 고등법원의 판사이자 시카고대학 로스쿨 강사이기도 한 그는 이처럼 드물게 일어나지만 결과가 치명적인 위험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재앙적 위험의 예상비용을 그런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들에 소요되는 예상비용과 비교해 볼 때, 우리의 노력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적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돌진해오는 바위 덩어리인 2004 MN4는 어떤가? 그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관찰 기록을 분석한 결과, 과학자들은 소행성 2004 MN4가 지구를 2만2천마일 비켜갈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구가 100% 안전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지구에 접근하는 거대 소행성은 약 1천1백 개로 추정되는데, 그 중 30%는 아직 그 실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 상태이다. 그 소행성 중 하나가 지구와 충돌하기라도 한다면 그 파괴력은 전 세계의 핵무기를 동시에 폭파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15

소행성 위험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 점에서 NASA에게 고마워한다. 그러나 다른 위험에 대한 노출은 나의 라이프스타일, 결정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위험을 평가하는 나의 능력에 최소한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게 된다. 이 일지 프로젝트가 끝날 즈음, 내가 매긴 위험도 등급과 전문가가 매긴 것을 비교하며 박스 스코어의 총계를 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는 상습적으로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부류에 속했고 이 부류는 전체 미국인 중 소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잦은 인식의 오류를 범하고 그리고 내 논리는 감정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향후 내가 개선해 나가야 할 사항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전체 성적은 B-다.” 라며 로페이크는 내게 후한 점수를 주었다.

나는 최종상담을 위해 솔빅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형편없는 성적 때문에 의기소침해진 나를 북돋워주려고 애를 썼다.16그는 상해 및 사망으로 귀결되는 그릇된 인식과 행동오류를 기록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했다.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우리가 내리는 판단의 긍정적인 면을 입증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수백 가지는 아니더라도 수십 가지의 위험 상황들에 대해 정확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당신도 지난 2주간 정확한 위험 결정들을 내렸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니까, 이렇게 살아있는 것 아닌가?”

컨트리뷰팅 에디터인 제임스 블라호스는 3월에는 싸이-테크 오스카상 관련 기사를 취재한 바 있다

두려운 사실들

1. 뉴욕의 센트럴 파크가 낙하지점이라고 한번 상상해보라. 소행성 충돌은 1,660 메가톤급 폭탄과 같은 위력을 갖고 있으며 매그니튜드 6.8의 지진을 유발하게 된다. 또한 폭 2.5 마일의 거대한 분화구가 생기고 트레일러만한 바위가 롱아일랜드와 뉴저지까지 날아가게 된다. 그리고 미국의 3개 주가 완전히 초토화된다.

2. 세계 최초의 보험 증권은 5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대상(隊商) 운영자들을 상대로 발행되었다고 한다.

3. "바보 같은 소리죠." 하버드 데이비드 로페익의 말이다.

4. 와일드가 말했던 위험 형평성의 한 예로는 잠김 방지 브레이크로 차량 안전도를 한 단계 높여놓고서 총알처럼 달리는 독일의 택시를 꼽을 수 있다.

5. 이것은 영국의 비율이다. 영국 정부가 10억 승객 킬로미터(passenger-kilometers)당 사망자수를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1991~2000년까지의 그 비율은 비행기 0.02, 보트 0.4, 버스 0.4, 열차 0.49, 자동차 3.1, 자전거 42, 도보 59, 오토바이 106로 나왔다.

6. 전체사 수치에 대한 보충 설명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손실년수라는 우울한 계산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3살 난 아이가 익사하는 경우, 미국의 현재 평균 연령이 77세임을 감안했을 때 손실년수는 74년이 된다. 결국 아이의 죽음은 75세 노인이 암으로 사망한 것보다 이 아이의 죽음은 더 슬픈 일이 된다. 왜냐하면 75세 노인의 손실년수는 2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내 5대 사망 원인으로는 심장마비, 암, 뇌졸증, 만성 하부 호흡기 질병 및 사고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손실년수로 계산하면 사고가 단연 으뜸이다.

7. 1997년, 대통령/의회 합동의 위해성 평가 및 위기관리 위원회는 실내 공기 오염을 국민 기초보건의 위협 요소로 지목했다.

8.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특히 흡연자들 사이에서 라돈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2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9. 한편 음료수를 사는 행위 그 자체도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지폐와 동전의 절반가량에 전염균이 살고 있다고 한다. 매년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지폐/동전 관련 상해로 응급실로 실려온다. 자판기가 넘어지는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도 한해 평균 5명이나 된다.

10. 문제의 Y 염색체! 미국안전협회 조사 결과, 25~34세 사이의 남성이 사고사 할 가능성은 여성보다 3배나 높았다.

11. 야외 요리용 숯에는 살충제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12. 또는 무언가를 듣는 것 역시 위험하다.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실시한 MRI 실험에서도 문장 하나를 듣는 동안, 뇌 속의 시각영상처리활동의 속도가 29%나 느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화에 너무 열중하게 되면 운전 중 갑작스럽고 특이한 상황이 돌발할 경우, 이에 대한 판단력을 상실하고 대응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라고 연구가들은 말한다.

13. 1984년, 저널 오브 트라우마 (Journal of Trauma)에 4년간 파푸아 뉴기니 도립병원에서 내원환자를 분석한 보고서가 실렸다. 머리, 허리, 어깨 상해 환자 중 2.5%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코코넛 열매에 맞아 부상당한 경우였다. 낙하하는 코코넛이 가하는 충격은 1톤 이상의 힘이 강타하는 것과 비슷하며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14. 한 예로, 급류타기를 즐기는 노련한 래프터의 사망률은 초보자보다 거의 4배나 높다.

15. 2000년, 잠재 위험이 있는 지구접근물체 관련 영국의 특별 대책팀은 행성의 충돌이 있고 난 후 다음 번 충돌까지의 평균 시차를 짧게는 1천년에 한번에서부터 길게는 1천만년에 한번 정도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전자는 도시 하나를 전멸시킬 수 있는 직경 75 미터의 소행성의 경우이고 후자는 지구 대멸종을 불러올 수 있는 직경 7 킬로미터의 거대한 운석이 여기에 해당된다.

16. 적어도 나는 그는 그랬다고 생각한다. 놀랄 일도 아니지만, 위험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병적인 유머 감각을 갖고 있다. "궁극적인 위험은 삶 그 자체다. 왜냐하면 죽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100%이기 때문이다." 그들 사이의 농담은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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