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투니버스와 챔프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하고, 지난해 개국한 애니맥스와 애니박스 등은 청소년 이상 성인층을 공략하고 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더욱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게 됐다. 자신의 입맛에 따라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골라서 시청할 수 있게 된 것.
애니메이션 채널이 적을 때는 투니버스만 봐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애니메이션 채널들이 각각 어떤 색깔을 지니고 있고, 무슨 애니메이션을 방송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아무리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어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른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일이 해당 채널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자료를 찾을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고 가만히 TV 앞에 앉아 되는대로 애니메이션을 보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지금부터 애니메이션 채널의 모든 것을 함께 하나씩 알아보자. 이 글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나에게 맞는 애니메이션 채널과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유아 전문 채널, 투니버스와 챔프
케이블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투니버스와 챔프는 미취학 아동들과 초등학생을 주된 시청 대상으로 한다.
우선 투니버스부터 살펴보자. 지난 1995년 개국한 투니버스는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 채널 중의 최강자. 방학 때는 시청률이 케이블 전체 채널 가운데 1위를 기록하기도 한다.
투니버스의 대표 애니메이션으로는 ‘짱구는 못 말려’와 ‘개구리 중사 케로로’, ‘명탐정 코난’ 등이 있다. 이중 짱구는 못 말려는 개구쟁이 짱구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다.
평범한 가정 주부인 엄마와 샐러리맨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짱구. 짱구는 액션가면 로봇을 좋아하고, 기분이 좋을 때는 짱구 춤을 선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중고생을 비롯해 성인도 즐겨 본다. 엉뚱하지만 귀엽고 재미있는 짱구의 모습을 한 번 보면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주인공 케로로 중사는 케론성에서 파견된 지구 침략군의 일원. 이들은 지구를 공격하기 위해 먼 우주를 건너 왔지만 임무는 실패하게 되고 각자 지구에서의 평화로운 삶에 적응하게 된다.
특히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애니메이션 자체 뿐만 아니라 캐릭터 사업 등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봤던 작품이다.
명탐정 코난은 소년 탐정 남도일의 활약상을 그린 애니메이션. 겉보기에는 어린 아이지만 미궁에 빠진 사건도 척척 해결해 낸다.
만화를 보는 아이들이 마치 자신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었다. 짱구는 못 말려는 월~목 오후 5시,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금요일 오후 6시에 방송되고 있다. 명탐정 코난은 월~목 오후 7시에 방영된다.
챔프의 대표 애니메이션은 ‘도라에몽’, ‘유희왕’ 등이 있다. 챔프 역시 케이블 채널 사이에서는 시청률 10위 안에 들면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도라에몽은 일본에서 1973년 처음 전파를 탄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국민 만화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다.
주인공 노진구는 허약하고 볼품없는 초등학생. 매번 퉁퉁이와 비실이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22세기에 살고 있는 노진구의 후손이 고양이 모양의 로봇인 도라에몽을 진구에게 보낸다.
타임머신 기능을 갖추고 있는 도라에몽은 진구를 도와 각종 어려운 일들을 해결해 나가고, 진구는 씩씩한 소년으로 변해간다.
여기에 쥐만 보면 무서워 숨고, 단팥빵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도라에몽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유희왕은 카드 게임을 통해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주인공 유희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희왕은 지난 1996년부터 일본의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된 만화가 원작으로 지금까지 일본에서만 총 3,000만권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카드 게임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유래된 것. 등장 인물들은 카드마다 봉인돼 있는 괴수를 불러내 서로 싸우게 함으로써 실력을 겨룬다. 현재 도라에몽은 월·화 오후 5시, 유희왕은 월~금 오후 6시에 방송되고 있다.
청소년·성인 전문 채널, 애니맥스와 애니박스
지난해 나란히 개국한 애니맥스와 애니박스는 기존의 애니메이션 채널과는 달리 각각 청소년과 성인층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 동안 애니메이션 채널들이 주로 유아와 초등학생 위주의 방송을 내보낸 것과 비교해 볼 때 파격적인 편성이 아닐 수 없다.
위성 애니메이션 채널인 애니맥스는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위성방송 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와 일본 소니픽처스사의 합작 회사인 애니맥스는 소니의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을 다수 보유한 것이 강점.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오늘부터 마왕’과 ‘블러드 플러스’. 오늘부터 마왕은 야구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유리의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어느 날 불량배들에게 붙잡혀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박게 된 유리는 변기를 통해 다른 차원의 세상인 진마국에 가게 된다.
이곳에서 왕이 된 유리. 그에게는 남자 약혼자마저 생기게 된다. 과연 유리는 진마국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무리 짓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블러드 플러스는 사람의 피를 마시는 괴물인 ‘익수’를 만들어 내는 쌍둥이 동생 디바를 없애야 하는 사야의 이야기를 다룬다.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사야. 어느 날 사람의 피를 마시는 익수가 나타나면서 사야의 삶은 엉망이 된다. 그러던 중 사야는 알 수 없는 남자로부터 검을 전달 받고 익수와 익수를 만드는 동생을 없애야 하는 운명을 짊어지게 된다.
오늘부터 마왕은 월~금 오후 7시 30분, 블러드 플러스는 월·화 오후 8시에 전파를 타고 있다.
본격적인 성인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을 표방하는 애니박스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전문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현재 애니박스는 케이블과 위성, 위성 DMB인 TU미디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애니박스는 극장판 ‘드래곤볼’, 극장판 ‘라제폰 다원 변주곡’, ‘건담 이글루 1년 전쟁 비록’ 등을 방송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특히 극장판 ‘포켓몬스터’ 시리즈와 ‘스팀보이’ 등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외국 채널, 카툰네트워크와 디즈니
대표적인 외국 애니메이션 채널인 카툰네트워크와 디즈니는 가족 애니메이션을 추구한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을 방송하지 않고 따뜻하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애니메이션을 방송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
이들 채널은 도입 초기에만 해도 아이들의 영어 공부를 위한 채널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자체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케이블·위성 애니메이션 채널인 카툰네트워크는 타임워너의 계열사인 터너 브로드캐스팅 시스템과 중앙방송의 합작 회사다. 해외 재송신 채널이었던 카툰네트워크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내법인으로 전환해 한국어로 방송을 하고 있다.
카툰네트워크는 카툰네트워크의 오리지널 시리즈와 워너브라더스 등에서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을 공급 받는다는 게 가장 큰 강점.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톰과 제리’, ‘파워 퍼프 걸’ 등이 카툰네트워크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월~금 오후 1시 30분에는 파워 퍼프 걸, 월~금 오후 3시에는 톰과 제리가 전파를 타고 있다. 또한 월~금 오후 3시 30분에는 ‘로드 러너 쇼’가 방송되고 있다.
케이블·위성 애니메이션 채널인 디즈니도 뛰어난 애니메이션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해외 재송신 채널이라 자막 방송을 하고 있는 디즈니는 아직 대중적인 인기는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도날드 덕’, ‘구피’ 등 경쟁력 있는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기대해봐도 좋은 채널이다. 특히 영어로 방송이 되고 있어 아이들의 영어 교육에 관심 있는 학부모라면 눈 여겨 봐야 할 채널이다.
글_김영필 서울경제 기자 susopa@sed.co.kr
▶ 애니메이션 방송 시간은 해당 방송사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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