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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변형의 빛과 그림자









유전자 변형 농작물은 특정 작물의 생산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보존기간의 증대, 병충해에 대한 내성 증가 등을 통해 농작물의 상품성과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유전자 변형 미생물은 질병예방이나 수명연장을 위한 치료법 개발에 큰 도움을 준다. 이처럼 유전자 변형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은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유전자 변형된 미생물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다른 미생물과의 교류 및 번식을 통해 끔찍한 슈퍼 세균이 탄생할 수도 있다. 유전자 변형의 빛과 그림자인 셈이다.

프랑켄슈타인 기술

유전자 변형(Genetically Modification)에 대한 논란이 하루 이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국내에서 또다시 불거져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5월부터 수입되는 유전자 변형 옥수수로 만들어진 전분과 전분당 제품이 대량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당 옥수수를 수입하는 식품회사들은 전 세계적인 곡물 가격의 대폭 인상으로 저렴한 유전자 변형 농작물을 사용해야 수지가 맞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전자 변형 농작물을 농약이나 중금속 등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위험을 내포한 농작물과 동일시하고 있는 것.

유전자 변형 논란에는 로마 교황청까지 가세하고 있다. 로마 교황청은 지난 3월 10일 ‘세계화 시대의 신(新) 7대 죄악’을 발표했는데, 이 중에 유전자 변형이 포함돼 있다.

유전자 변형은 생물의 유전자를 유전자공학 기술을 사용해 인공적으로 재(再) 배합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이 원하는 형질을 갖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인류는 예전에도 같은 종(種)끼리의 교배를 통해 원하는 형질의 개체를 얻어내는 방식으로 일종의 유전자 개량을 해왔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은 같은 종뿐만 아니라 교배를 통해 얻을 수 없는 다른 종의 유전자를 사용해서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인공적이고 직접적이다.

일반적으로 유전자 변형에 필요한 것은 DNA 재조합 기술인데, 이 기술은 특정 DNA를 제한효소(DNA를 잘라내는 일종의 칼)로 절단해 목적하는 유전자 조각을 만든 다음 벡터라고 하는 유전자 운반자에 접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DNA를 만든 후 이 DNA를 유기체에 주입하면 변형되거나 새로운 형질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전자 변형 기술을 프랑켄슈타인 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SF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주인공이 여러 시신의 일부를 떼어 와 새로운 인조인간을 만든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유전자가 변형된 생명체는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또는 GEO(genetically engineered organism)라고 부르는데, 유전자 변형 대상에는 미생물·식물·동물 등 모든 생명체가 다 포함된다.

지난 1973년 살모넬라균의 유전자를 이식받은 대장균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것을 계기로 유전자 변형 생명체가 처음 탄생했다. 1978년에는 허버트 보이어가 유전자 변형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제네테크사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는 인간의 인슐린을 생산하는 대장균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은 유전자 변형 연구의 시작에 불과하다. 유전자 변형은 미생물뿐만 아니라 식물, 동물, 나아가서 이론적으로는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변형의 다양한 용도

유전자 변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유전자 변형 농작물이다. 유전자 변형 농작물은 특정 작물의 생산력을 높이고, 보존기간을 증대하며, 병충해에 대한 내성을 키움으로써 상품성과 효용가치를 높일 수 있다. 유전자 변형 농작물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은 일반 농작물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생산력이 높은 유전자 변형 농작물이야말로 현재 지구인이 겪고 있는 식량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유전자 변형 농작물로는 ‘무르지 않는 토마토’로 잘 알려진 플레브 세이브 토마토가 있다. 지난 1994년 시판된 플레브 세이브 토마토는 토마토를 무르게 하는 현상을 억제하는 새로운 유전자인 플레브 세이브를 박테리아를 이용해 증가시켜 토마토에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플레브 세이브 토마토를 선보인 미국의 몬산토사는 1996년 새로운 유전자 변형 농작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자사의 맹독성 제초제 라운드업에 견디는 콩인 라운드업 레디를 유전자 변형으로 개발해 연 1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린 것.



농작물 외에도 유전자 변형은 다양한 용도를 가지고 있다. 유전자에는 생물의 탄생, 성장, 질병, 노화 등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따라서 이 같은 유전자를 변형하게 되면 질병예방이나 수명연장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유전자 변형 미생물의 경우 인슐린 생산 이외에도 구강질환을 예방하도록 도와준다. 즉 인간의 치아를 상하게 하는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 균을 유전자 변형시켜 산(酸) 대신 에탄올을 배설하게 하는 것. 또한 종양을 없애고 크론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변형 미생물도 연구 중에 있다.

최근 유전자 변형 미생물을 이용한 치료법 중에 유전자 치료라는 새로운 파생요법이 등장했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번식할 때 숙주 역할을 하는 세포에 자신의 유전 정보를 주입해 똑같은 바이러스를 많이 생산하는 것을 응용한 것이다.

이 때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인간이 원하는 대로 변형하면 원하는 형질을 가진 유전자를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이 같은 파생요법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낭포성섬유증, 겸상적혈구빈혈증, 근육성이영양증 등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여러 질환을 치료하는데 성공한 것.

유전자 변형된 미생물을 이용해 기존에는 얻기 힘들었던 산업용 물질을 값싸게 대량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생물의 유전자 구조를 바꾸어 인간에게 유익한 물질을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유전자 변형 미생물로 석유를 생산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유전자 변형 농작물과 미생물에 이어 유전자 변형 동물의 활용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경우는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의 표현형을 보거나 의료연구 과정에서 개발한 여러 가지 신물질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해 만들어진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유전자 변형 동물로는 초파리가 있다. 초파리는 사육이 쉬운데다 게놈 구조가 척추동물보다 간단하다. 또한 전통적인 실험동물인 쥐도 유전자 변형 대상으로 많이 사용된다. 질병이 세포와 조직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기가 쉽기 때문이다. 비만과 당뇨병 치료를 위해 해당 질환을 앓는 쥐라든지 폐경이 이루어지지 않는 쥐, 면역 기능을 상실한 쥐 등 실험 목적에 맞는 각종 유전자 변형 동물들이 현재 여러 연구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유전자 변형 농작물과 마찬가지로 유전자 변형을 통해 고기나 알, 젖의 생산력을 증대시킨 유전자 변형 가축도 있다.

유전자 변형의 명암

유전자 변형을 활용한 농작물과 미생물, 그리고 동물은 일상생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0년 전인 지난 1998년 자국산 콩과 옥수수 수확량 중 30%가 유전자 변형 농작물이었다. 미국으로부터 콩과 옥수수 수입량의 절반, 그 외에도 상당수 농작물을 수입해오는 우리나라는 유전자 변형 농작물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유전자 변형 농작물은 저렴한 탓에 가축 사료로 많이 이용되는데,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유전자 변형 식품을 먹게 되는 경우도 벌어지게 된다.

현재 유전자 변형 식품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돌연변이를 일으킨 식품을 먹으면 언젠가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기업이나 학계에서는 별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철저한 검사를 통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모두 제거되고 선진국 역시 안전하다는 판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트립토판 사건처럼 유전자 변형 식품에 의한 식중독 사건도 여러 차례 있었다. 트립토판 사건이란 지난 1989년 유전자 변형된 식품첨가제 트립토판이 들어간 식품을 먹고 36명이 사망한 것을 말한다. 당시 1만 명이 백혈구 이상 증가, 근육통 등의 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체로 식품의 재료가 인체에 유해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명됐고, 유전자 변형 자체가 문제였던 것으로 판명된 사례는 드물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유전자 변형 생명체로 인한 자연환경 파괴 및 유전자 변형 식품을 앞세운 다국적 기업들의 식량 무기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과학자들도 인정하듯이 유전자 변형 생명체, 특히 미생물의 경우 외부로 유출될 경우 다른 미생물과의 교류 및 번식을 통해 누구도 의도하지 않던 끔찍한 슈퍼 세균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제초제나 살충제에 내성이 있는 유전자 변형 농작물의 경우 여러 대를 파종하고 그때마다 농약을 뿌리면 주변의 잡초나 해충들이 오히려 내성을 가질 수 있다.

특히 라운드업과 라운드업 레디를 세트로 묶어 판매했던 몬산토의 경우처럼 다국적기업이 맹독성 농약과 여기에 버티는 종자를 저렴한 가격에 함께 판매한다면 아시아 지역의 빈농들은 이들에게 경제적으로 예속됨은 물론 해당지역의 작물 다양성도 사라질 수 있다. 즉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병충해나 천재지변이 닥친다면 그로 인한 흉작 피해를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걱정은 차라리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동물에 대해 유전자 변형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가까운 시일 내 인간에 대해서도 유전자 변형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유전자를 변형할 수 있다면 유전병, 선천적 기형 등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을 할 정도로 부(富)를 갖춘 상류층들이 유전적으로 월등한 후손을 얻기 위해 멋대로 유전자 변형을 강행한다면? 그리고 이 같은 유전자 변형이 누적된다면?

일부 과학자들은 같은 인간임에도 다른 계층의 사람과는 생식이 불가능할 정도의 유전적 차이를 나타내는 신인류가 등장할 소지도 있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봉건질서의 잔재로 여겨졌던 신분제도, 인종차별이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부활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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