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공: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필자는 5년 전 모 일간신문에 구글의 정보검색 독점을 경고한 적이 있다. ‘구글레오폴리(Google-opoly)’란 신조어를 인용해 당시 구글 경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을 쓴 것.
구글과 독점을 의미하는 모노폴리를 합쳐 만든 이 개념은 구글의 시장독점 논리를 경계하는데 적절한 표현이었다.
지난 2006년 여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인터넷연구소에서 런던 정경대(LSE)에 다니는 엘리자벳 쿠버링이라는 친구를 만났다. 그녀는 박사 논문으로 구글의 검색 독점화에 대한 정치·경제적 분석을 한다고 했다. 구글은 필자나 엘리자벳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장차 신(新)경제를 지배할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성장의 상징으로 읽힌다.
승승장구의 길 걷는 구글
익사이트,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인포시크, 마젤란, 웹크롤러. 이들은 이젠 사라진 검색엔진들의 이름이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이들의 춘추전국시대였다. 구글은 이 모든 검색엔진을 빠른 시간 내에 평정했다. 지난 1998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두 학생이 만든 검색 사이트가 불과 몇 년 만에 검색시장을 석권했고, 이제는 사업 반경을 끝없이 넓히고 있다.
구글이란 이름이 ‘구골’(googol)이라는 무한대의 숫자 개념에서 생겨났듯이 구글은 인간이 참고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길을 안내하는 미래 길잡이가 되기를 자처한다.
구글이 지배하는 신경제에서는 구글 검색 순위의 꼭대기에 올라야 생존할 수 있다. 세뇌라도 해서 항상 기억에 남길 원하는 수많은 기업들에게 구글의 검색 ‘로봇’은 사활을 책임진 신(神)의 존재가 된다.
구글은 기본 검색기능에서 출발해 문어발처럼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정 물건의 이미지와 가격정보를 서로 다른 자원으로부터 비교해 찾는 프루글 서비스, 위성사진으로 특정 장소를 찾아주는 구글 어스 서비스, 그리고 유튜브의 인수 등 지금까지 승승장구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1998년 두 명의 대학생이 만든 구글은 불과 몇년만에 검색시장을 석권한 뒤 사업영역을 끝없이 넓히고 있다.
인식지도 장악에 대한 우려
구글 어스 서비스가 처음 선을 보였을 때 유저들에겐 충격 그 자체였다. 매번 클릭할 때마다 첩보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위성사진이 줌 인 되면서 자신이 사는 거리며 주차장에 주차한 자동차, 그리고 집 지붕 위까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
가고자 하는 곳을 찾아주고, 찾고자 하는 정보의 길라잡이로 나서며, 어지간한 관련 이미지 정보의 링크를 보여준다. 또한 미국 정부 문서와 연동해 각종 보고서의 위치를 찾아주는 구글의 서비스는 인간이 몸과 두뇌로 할 것들을 단순 키워드로 그 길에 이르게 한다.
생각의 시발점과 찾아야 할 정보의 첫 관문에 구글이 점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구글은 인터넷 검색뿐만 아니라 이동 중에도 어디서나 함께할 수 있는 휴대폰 콘텐츠 시장으로의 진출을 겨냥하고 있다. 이미 애플 아이폰 등 몇몇 휴대폰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구글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휴대폰을 통해 폭넓게 검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애플처럼 단독으로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어 자신의 콘텐츠로 무장한 구글 폰이 나올 법도 하다. 그들의 능력이 경이롭긴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지도를 장악해가는 구글의 힘이 내심 두렵게 느껴진다.
글_ 이광석 뉴미디어평론가 suk_lee@mail.utexas.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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