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판도라는 독성을 지닌 대기를 갖고 있는 데다 토착민인 나비족의 저항까지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인류는 나비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 원격조정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 아바타를 탄생시킨다.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의 의식이 주입된 아바타는 나비의 무리에 침투하게 된다. 하지만 나비족의 여전사와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이들과 하나가 되간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주의 운명을 결정짓는 대규모 전투가 시작된다.
이 같은 내용을 가진 아바타가 당초 예상보다 늦게 제작된 것은 카메론 감독의 판단 때문이다. 그는 파란 피부와 고양이 같은 얼굴을 가진 3m의 외계인인 나비를 실감나게 구현할 기술이 갖추어질 때까지 제작을 보류했던 것.
터미네이터 2에서 컴퓨터로 제어되는 액체금속 로봇 T-1000을 선보였던 카메론 감독은 영화의 박진감을 높이기 위해 카메라 전문가인 빈스 페이스와 패트릭 캠벨을 시켜 인간의 눈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미지를 저장하는 페이스/카메론 퓨전 카메라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다음 가상현실 세트에 가상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가 그가 원하는 나비의 모습을 촬영한 후 이것을 실사영상과 합성했다. 실감나는 3D 영화 아바타의 첨단 제작기법을 소개한다.
카메론 감독이 사용한 3D영화 제작기법
1. 무대 설치
방음 스튜디오의 가장자리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카메라 숫자는 세트의 크기에 따라 72~96대 정도며, 이들은 모두 하나의 연결망으로 이어져 있다. 그 다음 디지털 렌더링된 환경과 구조물을 이용해 스튜디오의 벽을 대신한다.
렌더링이란 2차원의 화상에 형태·위치·조명 등 외부 정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그림자· 색상·농도 등을 고려하면서 3차원 화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스튜디오의 바닥에는 가상공간에서의 위치 정보를 알려주는 눈금이 그려져 있다.
2. 모션 캡처
무대에서 움직이는 배우, 무기, 소품 모두에 반사점이 찍혀 있다. 카메라 연결망은 이 반사점의 위치를 추적하게 된다. 반사점의 움직임은 컴퓨터에 기록되고, 삼각측량을 통해 위치가 파악된다. 이 반사점 데이터들은 뼈대 역할을 하는 와이어 프레임에 결합된다.
와이어프레임이란 컴퓨터 그래픽에서 윤곽을 라인의 배열로 나타낸 3차원 영상을 말한다. 그림으로 말하면 일종의 스케치와 같다. 여기에 살과 옷을 입히면 영화 속에 나오는 나비족의 몸이 되는 것이다.
사실 와이어프레임에 색을 입히고 질감 처리를 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은 별도 문제다. 이 때문에 배우, 무기, 소품에 찍혀 있는 반사점을 통해 실제 행동을 데이터화하고, 이렇게 얻은 데이터에 맞춰 와이어프레임을 움직임으로써 자연스러운 모습을 구현하는 것이다.
3. 3D 촬영
이렇게 만든 나비를 3D로 촬영해야 한다. 과거의 3D 기술은 옆으로 나란히 장착된 2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함으로써 사람이 양 눈으로 물체를 볼 때와 같은 효과가 나도록 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2대의 카메라가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기 때문에 차지하는 공간이 크고, 목 시선이 고정돼 있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페이스/카메론 퓨전 카메라 시스템도 2 대의 카메라를 사용한다. 하지만 사용되는 디지털이미지 센서가 소형이면서도 해상도가 높고, 촬영 중에 두 카메라의 목 시선을 조절할 수 있다. 목 시선이란 피사체를 보는 시선의 방향을 말하는데, 사람은 눈이 2개이기 때문에 양안의 목 시선도 각각 따로 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퓨전 카메라 시스템은 근거리에 있는 피사체를 찍을 때는 두 카메라의 목 시선을 하나로 모을 수 있고, 원거리에 있는 것을 찍을 때는 목 시선의 간격을 적당히 띄울 수도 있다. 마치 사람의 눈과 같다. 이 2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하나로 모으면 현실감이 더해진다.
4. 골라 찍기
컴퓨터를 통해 모션 캡처한 연기를 가상현실 세트에 입력한 다음 카메론 감독은 가상카메라(virtual camera)를 들고 세트에 들어간다. 이미 만들어 놓은 가상현실 세트를 돌아다니며 그 중 원하는 부분을 골라 찍는 것. 이는 실사영화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세트에 카메라맨이 핸드 헬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원하는 장면을 찍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가상카메라에는 LCD 디스플레이, 버튼, 그리고 비디오게임 컨트롤러 비슷한 것이 달려 있다. 그가 움직이면 무선 및 광학탐지기가 가상카메라의 위치를 추적하고 이것을 무대 밖의 컴퓨터에 전달한다.
이 컴퓨터는 가상현실 세계를 카메론 감독의 위치에서 본 것처럼 렌더링한 후 이를 태블릿에 보낸다. 가상카메라가 무엇을 찍는지는 LCD 디스플레이에 다 나온다. 카메론 감독은 과거 같으면 크레인이나 헬리콥터가 있어야 찍을 수 있는 높은 시점에서도 촬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 배우를 찍은 3D 영상이 이 장면에 합성된다.
5. 입체 효과
일반적으로 3D영화는 편광(偏光)을 이용한다. 2대의 영사기에 각각 수직과 수평으로만 편광이 일어나게 하는 필터를 씌우고, 사람의 눈에도 같은 종류의 필터가 부착된 안경을 씌움으로써 입체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 그런데 입체감은 편광 필터의 성능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편광 능력이 떨어지는 편광 필터나 안경을 사용하면 입체감이 떨어진다. 또한 관객이 스크린에서 약간이라도 고개를 돌리면 편광 성능이 구현되지 않는다. 이를 크로스토크 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좌안과 우안으로 보이는 영상을 1초에 144번씩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리얼D 3D 프로젝터는 크로스토크 현상이 없으며, 화질이 훨씬 선명하다.
POPSCI INTERVIEW: 제임스 카메론
과학에 기초해 3D마법 만들어낸 영화감독
과학 자문들은 짜증만 날 뿐: 나의 과학지식은 오히려 골치만 아프게 했다. 극본을 쓸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산(山)을 공중에 뜨게 할 수 있을까?
이론상으로는 산이 순도 높은 상온 초전도 소재로 돼 있고 강력한 자장이 걸려 있다면 공중에 뜰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아주 작은 크기의 상온 초전도 소재일지라도 아주 강력한 자장을 걸어야 뜰 수 있다. 이 때문에 과학 자문들은 이런 말을 한다. "산을 공중에 띄울 정도의 자장이면 사람 혈액 속에 있는 헤모글로빈이 다 튀어나올 걸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야. 우리 영화의 줄거리를 이어나가는데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물리 법칙이 있다면 그것을 적당히 이용만 하면 될 뿐이라는 것이지."
때로는 과학지식도 쓸모 있어: 나는 나비들이 살고 있는 판도라 행성을 센타우루스자리 알파, 즉 알파 센타우리에 위치시키고 싶었다.
알파 센타우리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로 4.37광년 떨어져 있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 때문에 알파 센타우리는 성간여행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소설의 소재로 자주 사용돼 왔다. 사실 알파 센타우리는 인류가 성간여행을 현실화할 경우 가장 먼저 방문하게 될 후보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육안으로 볼 때 알파 센타우리는 하나로 보이지만 사실상 쌍성계다. 태양과 매우 비슷한 알파 센타우리 A, 그리고 오렌지색 왜성으로 태양보다 좀 더 가볍고 차가운 알파 센타우리 B로 이루어져 있는 것.
그곳에는 행성도 있을까. 내가 데리고 있던 천체물리학자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행성이 있더라도 서로 다른 축에서 알파 센타우리 A 또는 B와 섭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도플러 효과를 통해서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이를 뒤집어 얘기하면 알파 센타우리에도 행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행성은 알파 센타우리에서 3억6,800만km는 떨어져야 안정된 궤도를 얻을 수 있다. 알파 센타우리에는 2개의 항성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가공의 태양계 2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과학지식의 힘을 빌려 그 태양계들을 실감 있게 보이도록 했다.
관객은 멋진 영상을 좋아해: 영화를 만들 때 나의 목표는 항상 멋진 영상에 이야기를 담아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다. 영화를 제작할 때 과학의 역할은 멋진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관객은 뭔가 새롭고 멋있어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 영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게 나의 견해다. 나도 영화제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즐겁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표가 더 많이 팔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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