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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골프의 과학 : 비거리 300야드의 꿈을 향해

스포츠 과학은 살아있다

올해 1월 하와이에서 열린 SBS 챔피언십 2라운드 7번홀에서 세계 랭킹 4위인 스티브 스트리커 선수는 비거리 424야드의 드라이버샷을 날리며 갤러리들을 열광시켰다. 이 기록은 아직도 미국프로골프(PGA)와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통틀어 올해의 최장 드라이버샷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강력한 드라이버샷은 꿈에서라도 이뤄보고 싶은 모든 골퍼들의 로망이다. 물리학자들은 골프에 담긴 과학의 원리를 알면 이 꿈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고 말한다. 스티브 스트리커가 될 수는 없어도 동료들의 부러움 속에서 주말골퍼계의 강자로 인정받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거리냐 정확도냐, 그것이 문제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 신규 골프장의 평균 길이는 18홀을 기준으로 지난 1990년 약 7,000야드에서 최근 7,500야드로 500야드나 늘었다. 국내에도 이미 군산에 7,777야드 골프장이 운영 중이며 춘천에는 7,450야드 골프장이 시범개장을 앞두고 있다.

이런 추세는 골퍼들의 경기력 향상과 첨단과학기술로 점철된 골프용품의 등장에 대응한 결과지만 현대 골프에서 비거리의 중요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하는 방증이기도 하다. '비거리= 실력' 이라는 함수관계가 성립된다고 해도 실언은 아닌 셈이다.

비거리를 말할 때 모든 전문가들은 빠른 헤드 스피드를 절대명제로 꼽는다. 드라이버를 빨리 휘두를수록 헤드의 관성모멘트(MOI,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물체가 회전을 지속하려는 성질)가 커지고, 그만큼 골프공에 전달되는 힘도 세져 비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민체육진흥 공단 체육과학연구원(KISS) 김광준 선임연구원에 의하면 일반 골퍼의 평균 헤드 스피드는 남성이 시속 135㎞, 여성은 100㎞ 정도지만 PGA와 LPGA 선수들 의 평균은 각각 180㎞, 155㎞에 이른다. 김 연구원은 "모든 조건이 같다면 이러한 50㎞의 헤드 스피드 차이만으로 약 50~100야드의 비거리 격차가 나타나고 스코어를 줄이는 데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 밝혔다.

비거리는 또 골프공의 역회전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골프공은 헤드가 타격하는 순간 헤드의 빗면을 타고 위로 구르면서 역회전이 걸린다. 이 역회전에 의해 볼의 위쪽 압력이 아래쪽보다 낮아지게 되고 압력이 낮은 곳으로 볼이 휘어지는 '마그누스 효과'에 따라 추가 부양력이 발생, 비거리에 이득이 된다. 테니스나 탁구에서 볼에 톱스핀을 걸어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드라이버샷의 경우 헤드와 볼의 접촉시간이 단 0.0005 초에 불과하지만 최대 1~2톤에 이르는 힘이 가해지며 볼의 역회전수는 3,000rpm(초당 50회)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외에도 비거리는 스위트스폿 타격 능력, 헤드의 빗면 경사도(로프트 각도), 볼의 탄도, 몸의 근력과 유연성 등 무수한 물리·역학·생리학적 요인의 산물이다. 이 모두가 최적화돼야 비거리도 극대화된다. 문제는 프로선수조차 매번 이를 달성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로프트 각도에 숨은 20야드

특히 많은 프로골퍼들은 비거리와 샷의 정확도가 반비례 성향을 보인다며 비거리 만능주의를 경계한다. 비거리에만 집착하면 자칫 정확도가 하락, 라운딩을 망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남자골프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김경태 프로는 "비거리가 길면 유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비거리가 길어질수록 방향성이 떨어질 수 있다" 며 "비거리 향상은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는 샷의 정확성을 갖춰야 한다는 전 제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 같은 딜레마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최근 3D 골프 시뮬레이터 '3차원 골프볼 궤적 프로그램' 을 개발한 고려대 반도체물리학과 김선웅 명예교수는 자신의 헤드 스피드에 맞는 드라이버 헤드의 로프트 각도만 알아도 상당한 비거리 향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 헤드 스피드 별로 최장 비거리를 구현하는 로프트각을 찾을 수 있었다" 며 "이 각도의 헤드를 쓰면 헤드의 공격 각도와 볼의 탄도가 최적화돼 최대 20야드 이상 비거리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이상적 로프트각은 드라이버샷 헤드 스피드가 시속 60 마일일 때 19~20도, 70마일은 16~19도이며 80마일 15~17 도, 90마일 13 ~14도, 100마일 12도, 110마일 10~11도, 120마일 9도, 130마일 8도다. 다만 실제 로프트각은 시뮬레이션 산출치보다 2~3도 가량 낮아야 한다.

스윙을 할 때는 관성의 법칙에 의해 드라이버의 샤프트가 휘어지기 마련인데 스윙 초기 샤프트 중심에서 뒤쪽에 있던 헤드가 공을 타격하는 시점에서는 중심보다 앞으로 나오는 포워드 밴딩(forward bending) 현상 때문에 로프트각 증가 효과가 발생하는 탓이다. 김 교수는 "1인치의 포워드 밴딩은 약 1.5도의 로프트각 증가에 해당한다" 며 "자신의 포워드 밴딩 수치에 맞춰 헤드의 로프트각을 조정해야 한다" 고 말했다.



공격각도 5도의 마법

헤드의 로프트각과 함께 헤드 스피드의 증대 없이 드라이버샷 비거리를 늘릴 수 있는 비법이 또 하나 있다. 바로 5도의 공격각도다.

KISS의 김광준 선임연구원은 "공격각도는 헤드가 볼을 타격하는 순간의 헤드 진행방향과 지면 사이의 각도로서 지면과 수평으로 타격하는 일명 쓸어치기 타법보다 5도 업스윙으로 타격을 했을 때 비거리에 상당한 이득이 생긴다" 고 밝혔다. 기존에 지녔던 공격각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5도의 다운스윙을 구사했던 골퍼가 5도 업스윙을 하면 비거리 추가분이 약 20야드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김 교수의 시뮬레이션 결과로도 드러난다. 헤드 스피드 100마일의 골퍼가 헤드 로프트각 12도의 드라이버로 -5도 타격을 했을 때 예상 비거리는 219야드였지만 공격 각도를 5도로 바꾸는 것만으로 243야드까지 향상됐다.

지난해 미국의 유명 티칭프로인 브루스 패터슨 역시 PGA 최고의 장타자로 불리는 J.B.홈스와 타이거 우즈의 드라이버샷을 분석, 5도의 마법을 확인했다. 당시 그는 5도의 공격각도가 가장 이상적 볼의 탄도를 형성, 어떤 헤드 스피드를 가진 골퍼라도 비거리가 늘어나며 그 효과는 샤프트의 어드레스 각도가 45~47도에서 제대로 발현된다고 밝혔다.

공격각도 5도의 습득법은 비교적 쉽다. 볼을 평상시보다 더 좌측에 놓으면 된다. 볼 1개의 길이가 약 2.5도의 공격각도 상승효과를 낸다. 원래의 공격각도가 0도라면 볼 2개 길이만큼 티(tee)를 좌측으로 옮기면 되는 것이다. 단지 이때는 볼의 방향성이 바뀔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결국 자신의 헤드 스피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로프트 각의 헤드를 사용하며 5도의 공격타격을 습득하면 어느 날 문득 자신감 넘치는 드라이버샷을 날리는 자신을 발견할지 도 모른다. 물론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골프에도 정도는 없다. 하지만 과학 원리를 이해하고 부단히 노력한다면 남보다 실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크게 단축시킬 수 는 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정신력의 근간은 체력

PGA, LPGA 등 엘리트 골퍼들의 경기력 향상에는 유연성, 근력, 파워,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등 체력 요인의 뒷받침이 요구된다. 신지애 선수가 현재 LPGA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골프계의 여제로 군림할 수 있었던 근간에도 이러한 체력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실제로 앉았다 일어서는 스쿼트 운동을 하며 한 번에 들어 올릴 수 있는 신 선수의 최대 근력은 무려 139㎏에 달한다. 이는 일반 여성 프로골퍼의 80~100㎏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남성 프로골퍼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즉 신지애 선수는 하체의 강한 힘이 파워풀한 스윙과 안정된 경기력의 원동력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체력훈련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그리고 체력은 경기력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칠까. 지난 2007년 3월부터 6개월간 국내 엘리트 골퍼 20명을 대상으로 근력 적응기, 최대 근력 향상기, 파워 및 근지구력 전환기, 유지기, 회복기 등 5단계의 체계적 주기화 트레이닝을 실시한 결과는 상당했다.

구체적으로 주기화 트레이닝을 지속 실시한 실험군 선수들은 스쿼트 동작에서의 최대 근력 평균치가 트레이닝 전 153㎏에서 트레이닝 후 161㎏으로, 최고 근 파워는 640와트에서 697와트로 향상됐다. 주기화 트레이닝에 참여하지 않은 대조군 선수들의 최대 근력이 155㎏에서 139㎏, 근 파워는 614와트에서 601와트로 오히려 감소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이렇게 향상된 근력과 근 파워는 헤드 스피드, 볼 스피드, 비거리 등의 차이로도 나타난다. 대조군 선수들이 통계학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수준의 변화만 보인 것과 달리 실험군 선수들은 드라이버샷 헤드 스피드가 시속 105마일에서 113마일, 볼 스피드는 155마일에서 166마일로 10마일 가량 빨라졌다. 그 결과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268야드에서 286야드로 평균 18야드 향상됐으며 라운딩 스코어도 평균 3타나 줄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신력 부분이다. 하루 4회에 걸쳐 대표적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분비량을 측정했는데 트레이닝 전에는 정상수치보다 모두 높았지만 트레이닝 후 정상수준으로 감소했다.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도 이와 동일한 양상이었다. 결론적으로 체력은 심리적 압박이 심한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원천이자 내분비계의 균형을 통한 컨디션 유지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는 말이 결코 틀리지 않은 셈이다.
글_체육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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