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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G 버스 폭발! 수소자동차는 안전할까?

지난 8월 서울 도심에서 압축천연가스(CNG) 버스가 폭발, 승객과 행인 등 1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한 여성 승객은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매연과 소음이 적어 친환경 버스로 여겨진 CNG 버스의 이번 폭발사고로 시민들은 불안감과 충격에 빠져있다. 특히 차세대 친환경 운송수단으로서 오는 2012년~2015년경 상용화될 수소자동차 및 수소버스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과연 수소자동차는 시민들이 안심하고 탈 수 있을 만큼 안전할까.

수소는 강력한 폭발력을 내재하고 있는 가연성·폭발성 가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소는 별도의 점화원(點火 原) 없이도 공기와 접촉하는 것만으로 폭발 또는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가스의 확산성은 천연가스의 4배, 가솔린 증 기(gasoline fumes)의 12배에 달한다. 그만큼 폭발 시의 파괴력도 강력하다.

이와 관련 지난 2005년 국내 한 연구팀이 270ℓ와 20ℓ 고압용기에 수소와 공기가 혼합된 가스를 충전한 후 강제 폭발실험을 실시해 본 결과, 수소화염의 전파속도가 무려 초당 337.2m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연구팀은 또 직경 0.1m, 길이 12m의 배관에 수소-공기 혼합가스를 주입한 폭발실험을 실시, 수소와 공기의 농도가 각각 50% 로 동일할 때 폭굉(detonation)속도가 초당 2,120m의 가장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보면 일부 시민들이 수소자동차를 마치 달리는 수소폭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수소자동차는 달리는 시한폭탄!?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수소가 매우 안전한 에너지라고 입을 모은다. 수소뿐만 아니라 휘발유, 천연가스 등 모든 종류의 연료가 폭발의 위험성을 안고 있어 취급에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렇다고 강조한다. 적절한 안전시스템을 갖춘다면 기존 연료보다 더 안전한 이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수소의 강력한 확산성은 폭발력 증대의 원천이 기도 하지만 수소가 공기 중에 누출됐을 때 천연가스처럼 특정 공간에 축적되지 않고 신속히 사라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문에 대량 누출되지 않는다면 가스운(gas cloud) 형성이 미미하며 자연 발화되더라도 순간적으로 화염이 일었다가 사라지는 플래시 화재(flash fire)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자연발화 가능성에 있어서도 수소의 자연발화온도는 약 575℃로 휘발유(500℃), 경유(345℃), 메탄(540℃), 프로판(460℃), 부탄(475℃) 등 여타 연료보다 훨씬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소는 이론적으로 천연가스에 비해 14배 적은 열에너지로도 화재가 일어날 수 있지만 이는 이론에 불과하다. 천연가스가 정전기로도 불이 붙는 반면 수소는 그렇지 않다. 즉 건물내부와 같은 밀폐공간에 수소가 누출되더라도 천연가스 대비 2배 수준의 농도로 축적되지 않는 이상 화재를 넘어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게 수소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덧붙여 수소 화염의 복사열은 여타 탄화수소물질의 10분의 1 정도다. 따라서 누출지점으로부터 일정거리만 유지 하면 화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화염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이상 연기로 인한 질식의 우려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소 저장용기와 CNG 저장용기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수소저장용기를 꼽을 수 있다. 수소의 저장은 크게 고압기체수소저장법, 액체수소저장법, 금속수소화물(Metal-hydride) 저장법, 탄소나노튜브 저장법 등으로 나뉜다. 이를 중심으로 안전성과 저장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단연 수소자동차용 저장용기의 개발이다. 수소자동차야 말로 수소저장용기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기술완성도 및 상용화 가능성을 놓고 보면 일반 승용차나 버스용으로는 고압기체수소 저장용기가 가장 유력한 저장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저장효율 면에서는 BMW의 수소 자동차 '하이드로겐7'에 탑재된 액체수소 용기가 뛰어나지만 제조단가, 수소충전소와의 호환성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 개발된 대다수 수소(연료전지)자동차는 고압기체수소 저장용기를 채택하고 있다.

고압가스 저장용기는 Type-Ⅰ부터 Type-Ⅳ까지 총 4 종류가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CNG 버스의 CNG 저장용기는 이탈리아산 Type-Ⅱ 용기였다. Type-Ⅱ용기는 스틸 재질 용기(라이너)의 몸통부위에 수지를 함침(含浸)시킨 탄소 섬유나 유리섬유 복합재료를 실타래처럼 휘감은 후 가열하여 수지를 경화시키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와 달리 수소저장용기는 Type-Ⅲ와 Type-Ⅳ가 사용된다. Type-Ⅱ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용기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복합재료로 촘촘히 감싼다는 것. 이 때문에 Type-Ⅲ, Type-Ⅳ 용기는 외부의 물리적 충격에 의해 파손되더라도 용기가 폭발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단지 찢어질 뿐이다. 섬유로 짠 옷감에 충격을 가하면 찢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내 기술력도 세계적 수준

CNG 버스 사고의 원인이 용기 폭발은 아니었지만 스틸 라이너가 외부에 노출돼 있는 CNG 용기가 폭발의 개연성이 있는 것에 비해 수소 용기는 그마저도 없는 셈이다. 한국기계연구원 산하 재료연구소의 박지상 박사도 "CNG버스용 Type-Ⅱ 압력용기는 스틸라이너 부분에 결함이 생기면 바로 폭발한다"며 "하지만 수소자동차용 Type-III, Type-Ⅳ 복합 용기는 알루미늄 또는 비금속 라이너 전체를 카본복합재가 둘러싸고 있어 균열이 생겨도 폭발 전에 수소가스가 누출돼 매우 안전하다"고 밝혔다.

수소저장용기는 또 이 같은 복합재료에 힘입어 라이너의 재질도 스틸 대신 각각 알루미늄과 비금속 라이너를 채용하고 있다. 용기의 내부하중 대부분을 수지와 섬유로 구성된 복합재료에서 감당하므로 굳이 두껍고 무거운 스틸을 사용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함침 수지는 Type-II, Type-III, Type-Ⅳ 모두 에폭시 계열이 쓰이며 유리섬유는 E-calss, 탄소섬유는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계를 주로 사용한다. Type-Ⅳ용 비금속 라이너의 재질은 대개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이다. 이렇게 Type-III와 Type-Ⅳ는 라이너의 재질을 제외하면 모든 구조가 동일하다.

특히 수소 용기의 제조기술은 우리나라도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Type-III는 기계연 재료연구소와 대구 소재 복합용기 제조업체 이노컴이 지난 2009년까지 정부지원 기술 개발 과제를 통해 350bar 압력의 용기를 개발, 미국 교통국 (DOT)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또한 오는 2012년을 기점으로 본격 출시될 수소자동차 상용모델에 장착되는 700bar 용기의 시제품 개발에도 성공, 성능시연을 완료한 상태다.

휘발유 자동차 보다 안전

Type-Ⅳ의 경우 전북 김제에 사업장을 둔 케이씨알이 국내 대표주자다. 이미 지난 2004년 세계에서 3번째로 수소자동차용 350bar Type-Ⅳ 복합용기의 개발에 성공하고 북미지역 자동차용 고압수소용기 인증(ANSI/CSANGV2-2000)과 압축천연가스(CNG) 용기인증을 획득했다. 이 회사는 또 세계 최초로 복합 용기에 나노기술을 적용, 2~3나노미터(nm)의 미세 점토입자로 탄소섬유의 틈새를 막음으로써 가스 차단성을 2배 이상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유계형 케이 씨알 차장은 "자사의 Type-Ⅳ 용기는 기존 금속제 용기에 비해 50% 이상 가볍고 내부식성, 내환경성, 안전성이 매우 우수하다"며 "용기 전체가 파편이 발생치 않는 비금속 재료여서 혹시 있을지 모를 파편에 의한 2차 사고 까지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복합소재 수소 복합 용기의 안전성은 실험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지난 2000년대초 미국의 친환경비정부단체인 BTI(Breakthrough Technologies Institute)가 실시한 실험 결과, 수소 복합 용기는 용기가 찢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해도 기존 휘발유 자동차보다 안전하다는 평가가 나온 것.

당시 BTI는 수소자동차와 휘발유자동차의 연료용기를 강제로 파괴, 연료를 누출시킨 후 화재를 일으켰는데 휘발유자동차는 1분 만에 실내로 화재가 전이되어 결국 차체가 전소돼 버렸다. 하지만 수소자동차는 누출 부위에서 순간적으로 불길이 치솟았지만 1분 30초쯤에 연소가 완료되며 화염이 사라졌고 차체 및 운전자에 대한 피해도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고효율수소에너지 제조·저장·이용기술개발사업단 김종원 단장은 "국내에서 개발된 Type-Ⅲ와 Type-Ⅳ 복합 용기는 미국 DOT의 엄격하고 철저한 테스트를 통과, 객관적 안전성을 공인받고 있다"며 "수소(연료전지)자동차도 이미 개발된 안전관리 기술과 시스템만으로 상당한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고 관련기술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지금의 가스레인지를 다루는 수준의 확고한 안전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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