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가 올해 3월 24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뒤 구로·동대문구 등의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지역과 인접한 한강변에서는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없었지만 가격 부담이 덜한 지역으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19일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가 이달 5일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토허구역 재지정 전후로 서울 구로·동대문·노원구의 상승 폭이 크게 뛰거나 하락세 둔화가 뚜렷해진 양상을 보였다. 토허구역이 해제된 기간(2월 10일~3월 24일)과 재지정 이후(3월 31일~5월 12일)의 누적 변동률을 비교한 결과다.
구로구는 토허구역 확대 전후 상승률이 0.02%에서 0.26%로 올라 서울에서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동대문구는(-0.04→0.17%) 0.21%포인트 올라 마포구(0.23%포인트)와 성동구(0.22%포인트)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노원구는 -0.11%에서 -0.01%로 하락 폭을 크게 줄였다.
경기도에서는 광명시와 성남시에서 하락 폭이 크게 줄거나 상승 폭이 뛰는 모습을 보였다. 광명시는 토허구역 해제 때 -1.21%를 기록했다가 토허구역 재지정 이후에는 -0.39%로 둔화됐다. 성남시는 같은 기간 0.11%에서 0.77%로 상승 폭이 크게 뛰었다.
반면 △강남구(3.13→1.23%) △서초구(2.62→1.21%) △송파구(3.24→1.22%) △과천시(2.88→2.04%)는 상승 폭이 줄었다. 2~3월 가격이 급등했던 강남권에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토허구역 재지정 전후 거래량도 강남 3구와 한강변 자치구들은 급감한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토대로 월별 서울 자치구별 거래 건수를 분석한 결과 강남 3구와 용산구의 4월 거래량이 전월 대비 97.7%까지 감소했으나 서대문구와 동대문구의 감소 폭은 각각 25.1%, 28.4%에 그쳤다.
그동안 강남과 가까우면서도 토허구역 규제를 피한 한강변이나 과천 등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가격 부담이 덜한 곳으로 매수세가 번져나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연구원은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서울 인기 지역의 가격 부담, 대출규제 강화로 기타 지역을 대안으로 모색하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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