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방산업종과 한화그룹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2배 가까이 뛰며 ETF 상품 중에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빅테크·반도체, 2차전지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역성장하며 수익률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와 에너지 정책에 따라 업종별 희비가 명확하게 엇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PLUS K방산’ ETF는 올해 1월 2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116.77% 오르며 전체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이어 ‘TIGER K방산&우주’가 106.66%, ‘PLUS 한화그룹주’가 99.29%, ‘SOL K방산’이 86.39% 상승하며 뒤를 이었다.
방산업종 다음으로는 조선업종이 수익률이 높았다. 같은 기간 ‘SOL 조선TOP3플러스’가 60.48% 올랐으며, ‘TIGER 200 중공업’과 ‘TIGER 조선TOP10’도 각각 59.95%, 54.29% 상승해 우수한 성과를 냈다.
이밖에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금 선물, 고배당 관련 종목들도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우려로부터 자유로운 종목들이 크게 오른 가운데, 방산과 조선 등 관련 산업들을 대거 영위하고 있는 한화그룹주가 크게 수혜를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2차전지, 미국 반도체·빅테크에 투자하는 ETF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가 –42.17%로 최하위 수익률을 기록했고, 다음으로는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도 39.72%,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이 31.41% 떨어지며 저조한 성과를 냈다. ‘PLUS 미국테크TOP레버리지(합성)’,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도 20%대 하락했다.
엔비디아, 애플 등 미국의 기술기업들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제조·조립 등 공급망을 두고 있어 중국산 부품에 대한 고관세 정책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중국에서 15~25%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애플과 테슬라는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와 AMD 등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이 제한이 실적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선·방산 업종의 경우 주가가 단기간에 많이 올라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부담이 누적됐고, 미중 무역 갈등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은 만큼 배당주, 경기방어주 등을 중심의 방어적인 투자 전략을 취할 것을 권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상반기 수익률이 플러스일 경우 3분기에는 상반기 주가 수익률 1등 업종은 언더퍼폼을 가장 크게 한다”며 “과거 경험을 기준으로 보면, 상반기 주가 수익률 1등인 방산 업종에 대해서는 경계심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 전략가는 “현재 미국 증시는 펀더멘털(기초 체력)보다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상태”라며 “리스크 대비 보상 구도는 매우 나빠지고 있으며, 주당순이익(EPS) 상승이 실질적인 매출 성장보다는 비용 절감, 자사주 매입 등 일회성 요인에 의존하고 있어 수익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