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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50대
입력1999-03-10 00:00:00
수정
1999.03.10 00:00:00
우리 식구는 오랜만에 함께 모여 식사하기로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그런데 동네 토종 된장국을 맛있게 잘 하는 작은 음식점이 다른 유명 음식점과 상호가 비슷했던지 당연히 그집이겠거니 생각한 아들은 강남의 고급스런 음식점에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가까스로 연락이 돼 가족 모두가 함박웃음을 웃었다. 눈물어린 보릿고개를 한 세월 저만치 전설로만 여기는 우리 젊은이들이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나와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우리 50대를 되돌아 봤다.태어나자마자 민족의 가장 큰 비극사로 여겨지는 6·25동란으로 어린시절 황폐한 피란지를 전전하며 눈 가리고 낯 가리며 배고파 부모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 보릿고개를 근근이 넘기면서 성장기 경제문제가 민주정서나 캠퍼스 낭만을 뒷전으로 밀쳐 낼 때 만하더라도 절대빈곤은 벗어나야 한다는 각오로 견디어 냈다. 그래서 한동안 살만 하다 싶었다. 그러나 모두 네탓으로만 돌리는 IMF 구조조정으로 축처진 어깨에 하루 하루를 지탱하는 아픔을 겪고 있는 세대가 바로 50대가 아닐까.
들어도 들리지 않고 들린다 한들 거스르지 않는 이순의 환갑을 바로 앞둔 우리 50대들. 위로는 부모를 공경하고 아래로는 가족을 책임지고 무던히도 속으로 삭이며 인내와 순응밖에 모르고 살아왔다. 그 뿌리 깊은 체질을 어찌 젊은 세대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라면과 인스턴트 식품에 젖어 그저 동시 다발적으로 현란한 스폿라이트를 좋아 하면서 해거름 벗뉘처럼 포근하고 애잔한 가락을 어찌 이해하겠는가.
온통 카페다, 커피숍이다 하여 젊은이들만의 문화로 가득해 마땅히 쉴 곳도 없는 사회의 병폐를 만들어 낸 장본인으로 내몰릴 때는 끝모를 심연으로 자맥질하는 것 같아 슬픈 심정 가눌 길이 없다. 그러나 우리 50대들이 체념만하고 있을 여유가 언제 있었던가. 아직도 모셔야 할 부모와 자신만 믿고 사는 가족이 있는데…. 옛말에 효어친이면 자역효지한다고 했다. 우리가 못다한 효도에 정성을 다 한다면 자식 세대들이 부모공경으로 호강하고 살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라도 해보자.
<고재득 성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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