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과 채권값이 동반 상승하는 등 투자여건이 호전되면서 랩어카운트(전문자산관리서비스) 시장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랩어카운트 시장은 최근 한달동안에만 2조5,000억원이 늘어나며 3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강남 큰손’ 등 거액 투자자들의 증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펀드에서 랩으로의 이동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말 현재 랩어카운트 계약자산 규모는 32조3,283억원으로, 처음으로 30조원대를 넘어섰다. 이는 한달전(29조8,276억원)에 비해 2조5,000억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순증 규모로는 지난 4월(5조4,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랩어카운트로 유입된 신규 자금은 약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9월 이후 랩 잔고(CMA형 랩 포함)가 4,000억원 이상 늘었고, 현대증권 역시 5,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최근 인기를 모았던 자문사 연계형 랩도 9월말 현재 약 3조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랩의 이 같은 성장세는 최근 코스피지수가 1,900선까지 뛰어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유동성이 풍부해 지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자금들이 증시의 추가 상승과 수익률을 기대하며 랩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한 증권사 지점장은 “주식시장의 여건이 좋아지면서 그 동안 망설였던 고액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보다 랩어카운트 쪽으로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며 “이전과는 달리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점도 변화된 양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에는 환매한 펀드 자금 가운데 일부가 랩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점도 목격되고 있다. 펀드를 해지한 투자자들이 분산 투자의 일환으로 환매 자금의 일부를 랩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환매 자금의 최소 30% 가량이 랩시장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의 한 상품기획 담당 팀장은 “최근 주식형 펀드 자금에서 빠져 나온 투자자중 일부가 환매 자금의 일부를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랩 상품에 넣고 있다”며 “펀드를 했던 투자자들은 오히려 랩의 가치를 더 잘아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고 유동성 역시 풍부한 상황에서 대안 상품으로 랩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랩이 인기를 끌면서 관심 계층이 증가세에 있다는 점은 이러한 전망에 더욱 힘을 싣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30-40대 직장인들도 랩에 많은 관심을 갖는 등 연령층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증시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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