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시장에서 우리나라가 4세대(4G) 이통통신의 실험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세계 처음으로 모바일 와이맥스(와이브로) 장비를 상용화한데다 이통서비스 환경과 휴대폰 제조능력 면에서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에릭슨과 벨연구소 등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와 연구개발 업체들이 속속 국내로 몰려오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알카텔루슨트의 벨연구소는 지난 16일 SK텔레콤과 4G 이후 기술ㆍ서비스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국내에 공동 연구를 위한 조직을 구성하는 문제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양사는 클라우드컴퓨팅(cloud-computing)으로 통신망 운용비용을 줄이고 망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무선네트워크 가상화 기술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MOU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양사 간 논의과정에서 벨연구소가 국내에 연구조직을 만드는 얘기도 오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알카텔루슨트의 한 관계자는 "1차적으로는 정보교환과 토론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것 외에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양사에 가장 좋은 방안은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 뒀다. 벨연구소는 최근 인천시ㆍ경원대와도 스마트그리드(smart-grid) 개발을 위한 협력관계를 체결하기도 했다.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도 6월 4G 이동통신 분야에서 한국 기업ㆍ연구소와의 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국내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위해 5년간 약 15억달러(1조7,6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에릭슨은 또 KT와는 4G로 가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무선네트워크 가상화를 위한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최근에는 이에 필요한 장비공급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일산연구소에 이 장비를 설치하고 테스트를 거친 후 내년 상반기 중 이동통신망을 클라우드컴퓨팅을 이용한 이동통신망 장비로 교체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가 KT와 함께 무선네트워크 가상화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업체들이 국내에서 한국 업체와 제휴관계를 맺거나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4G 기술개발에 뛰어든 것은 우리나라가 가진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경쟁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4G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장비 외에 이동통신 서비스 환경과 단말기 개발이 따라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두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 또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를 상용화하는 등 이미 4G를 위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세계 2위와 4위의 휴대폰 제조업체가 있고 이통서비스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4G시장 진출을 노리는 통신장비나 기술개발 업체들이 우리나라를 4G시대의 최적 환경으로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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