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둔화 우려 속에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 팔면서 증시가 곤두박질 쳤다. 이로 인해 이틀 연속 코스피지수가 50포인트 이상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62조원이 증발했다. 전문가들은 이틀간 급락하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만큼 오는 5일 미국 고용지표가 나올 때까지는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5.01포인트(2.59%) 내린 2,066.26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지수가 3% 넘게 떨어지며 2,060선마저 무너지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6월28(2,062.9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2일에도 51.04포인트 하락한 코스피지수는 이날까지 이틀간 무려 106.05포인트가 떨어지는 기록적인 폭락을 보였다. 코스닥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6.15포인트(1.14%) 내린 531.91로 거래를 마친 코스닥시장도 이틀간 12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530선을 간신히 지켰다. 이틀 연속 급락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각각 59조6,550억원, 2조4,060원이 줄어들었다. 이틀간 약 62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 셈이다. 증시 급락을 주도한 건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달 2일과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3,710억원, 7,88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7월 한 달간 순매수 금액 1조4,000억원 중 대부분을 최근 이틀 동안 내다 판 것이다. 개인과 기관이 이날 하루 각각 7,183억원, 2,902억원을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외국인 매도세의 직격탄을 맞아 급락세를 보이면서 증시에 충격이 컸다. 우리나라의 대표지수로 외국인 참여도가 높은 코스피200 구성종목 가운데 17종목 만 상승했고 4종목이 보합세로 마감했을 뿐 179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이 6.39% 하락한 것을 비롯해 LG화학(-4.56%), 현대차(-4.46%) 등 시총 상위 10위권 종목이 모두 떨어졌다. 모든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의료정밀(-4.93%), 운송장비(-4.11%), 건설(-3.63%), 증권(-3.35%) 등은 낙폭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외국인의 매도를 부추기며 이날 증시를 크게 흔든 주요 원인은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의 7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 2일 미국 소비지출 마저 감소세로 전환됐다는 소식이 미국의 이중침체(더블딥) 우려를 가중시키며 투자심리를 꽁꽁 얼려버렸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채무증액안이 나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듯 했지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큰 불안감으로 나타나며 당분간 투자심리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차적으로는 2,050선을 형성하겠지만 미국의 고용지표 등이 나쁘게 나올 경우 2,0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000선 안팎을 바닥으로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분위기에 휩쓸려 무작정 투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미국의 경기가 바닥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여기에서 더 급격하게 나빠질 가능성은 많지 않고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탈이 튼튼하기 때문에 증시도 추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6월 미국 주택가격이 회복세를 보인 것은 미국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인 것이므로 시장이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며 “최근 나오는 경기지표는 지난 3월 국제유가 고공행진의 결과로 볼 수 있는 만큼 이후 나오는 경기지표는 점차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은 안전자산인 채권도 이틀 연속으로 팔아 치웠다. 외국인들은 전날 국내 시장에서 채권을 1,060억원 판데 이어 이날도 1,030억원을 팔았다. 다만 외국인은 이날 국채선물(3년)을 4,103계약을 사들여 앞으로 전망은 나쁘게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국채선물지수는 전날보다 0.20% 오른 103.14로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의 수익률(오전 11시 기준)도 각각 0.05%포인트, 0.06%포인트 하락한 3.82%, 3.94%을 기록하며 매수세가 몰렸다. 최동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지표가 당분간 안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돼 단기적으로는 채권금리가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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