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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신관치시대] <1> 금융위기·친서민 업고 '화려한 부활'

홀대받던 모피아, 국정실세로 컴백… '시장 쥐락펴락'<br>시장자율 중시 국정기조 퇴색 민간인사 하나 둘씩 자리뜨고<br>관료출신이 금융권 요직 점령 과거보다 규제·조건 더 늘어나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민간중용, 관료배제' '시장자율 중시, 관치배격'이 현 정부의 국정기조였다. 그 결과 내각에는 다수의 민간 인사들이 장관급으로 기용됐고 정부의 정책기조 역시 규제완화•시장중시였다. 당시 고위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과천 관가를 중심으로 '관료 출신이라는 것이 무슨 주홍글씨냐'는 자조 섞인 푸념까지 나왔었다. 그러나 촛불사태•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국정기조는 변화돼갔다. 위기를 맞아 정부의 비상시 국정운영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워룸(War Room•비상내각)론'이 비등해졌고 이는 '관치 기술자'인 관료들을 다시 국정의 중심으로 복귀시켰다. 더욱이 이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한 '친서민 행보'는 관료들의 복귀와 관치의 부활을 더욱 부추겼다. '기업 프렌들리, 시장자율 중시'와 달리 '친서민 행보'는 불가피하게 민간에 대한 정부의 개입 확대를 불러올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민간을 다룰 줄 아는 '관치 기술자'인 관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가 회복기에 접어들면서도 한번 뿌리내린 관치의 힘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 많은 규제와 조건을 내세우며 MB식 신관치로 굳어가고 있다. ◇모피아의 '화려한 부활'=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몰아닥친 금융위기에 소방수로 투입된 MOF(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은 신관치의 핵심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민간우대 관료배제'로 홀대 받던 모피아 관료들은 1년 만에 국정의 전면에 등장하며 '관치'를 수단으로 '친서민 중도실용'이라는 새로운 MB노믹스를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 강만수 대통령 정책특보 모두 모피아 출신이다. 문제는 위기를 맞아 특급 소방수들이 불을 껐다면 위기 이후에는 애초 MB노믹스를 이끌었던 민간 인사 등으로 다시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하지만 오히려 민간 출신이 MOF 출신에 밀려 하나 둘씩 자리를 뜨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 파생상품 손실에 대한 책임으로 물러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사태도 일각에서는 관료집단과 민간 출신 금융계 인사들 간 알력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을 장악한 관료들이 너무 커지고 있는 민간 출신의 이른바 '황영기 사단'을 제어한 조치라는 설이다. 비어 있는 금융권 자리의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도 대부분 MOF 출신이다. 이정환 사장이 물러난 거래소는 재정부 차관을 지낸 김석동•임영록씨를 비롯해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철휘 현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이 후보로 거명된다. 산업은행에서 분리되는 한국정책금융공사 신임 사장에는 유재한 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후임으로도 '관료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 ◇신관치의 대표적 사례, 미소재단=시장주의,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MB노믹스도 거꾸로 가고 있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기업에 손을 벌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웠던 올 초에는 그나마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규제를 풀어주고 달래며 기업에 일자리를 유지하고 만들라고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친서민정책이 정치적 성공(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자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신관치의 손은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장. 정부가 친서민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소액대출사업인 '미소금융'에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이런 것(미소금융에 대한 기업 출자) 하나 하나가 관치이고 관료주의 철학이 그대로 배어 있는 것"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친서민정책의 핵으로 떠오른 미소금융이 '신관치의 핵'으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미소금융재단의 재원은 금융권 1조원(휴면예금 7,000억원 포함), 대기업 1조원 등 2조원으로 돼 있다. 삼성ㆍ현대 등 6개 대기업은 어제 각각 500억~3,000억원을 미소금융사업에 기부한다. 결국 정부가 해야 할 서민지원사업을 재정 한푼 들이지 않고 대기업과 금융권 돈으로 하는 셈이다. 대기업의 기부금액 할당에 정부의 주장처럼 강제성이 없었을까.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은 "친서민정책에 따른 지지율 상승은 돈을 내놓으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무언의 압박"이라고 토로했다. 쉽게 말해 알아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미소금융재단 자체도 신관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수밖에 없다. 애초 휴면예금을 토대로 7,000억원이던 재원을 2조원으로 확대하면 어디서 신규로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기존 기업의 각종 사회공헌사업 기부금 일부를 이쪽으로 돌리게 될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던 민간 부문의 서민소액대출사업 등이 설 자리를 잃고 그 자리를 신관치의 이름으로 비대해진 미소재단이 차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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