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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를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서울경제신문이 15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45개의 주요 제조와 유통, 정보기술(IT) 업체를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과 그에 따른 사회구조 변화에 대한 긴급 경영 설문을 실시한 결과 기업들은 사물인터넷(IoT)과 바이오·로봇이 가장 유망한 분야라고 답했다. 최근 이슈인 인공지능(AI)은 그 뒤를 이었다. 이들 분야에서 금맥이 터진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진행 속도도 독일 같은 선진국에 비해 늦은 것으로 조사돼 정부가 제대로 된 통합 지원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문 내용을 보면 '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 유망한 분야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응답기업(복수응답 포함)의 32.3%가 IoT를 첫손에 꼽았다.
인터넷과 가전·자동차는 물론이고 AI와도 관련이 있는 IoT가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 셈이다. 두 번째는 로봇(19.8%)이었다. 로봇의 경우 일상생활 지원용뿐만 아니라 산업용에서부터 재난용·군사용까지 그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다음으로는 바이오(16.7%)와 가상현실(VR·14.6%)이었다. 불치병 치료와 생명연장은 인류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분야고 VR는 인류의 학습 한계 및 활동 제약을 없애주고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AI(13.5%)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분야다.
하지만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은 드물었다.
서울경제신문 설문 결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를 자체적으로 얼마나 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기업의 3분의1(28.9%) 정도만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정 부분하고 있다'는 답변이 가장 많은 53.3%였고 17.8%의 기업은 '아예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응답이 77.8%에 달하는 점과 비교하면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과 핵심 화두는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업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업 속에서도 발견된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있다고 한 업체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준비 분야를 물은 결과 1위(38.9%)는 '수익 및 효율성 제고'였다.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당장의 경영성과를 높이는 데 급급하다는 의미다. 2위는 신사업 진출(27.8%)이었지만 3위는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업재편(22.2%)이어서 결과적으로 60%가 넘는 기업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더라도 우선 체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합병(M&A) 추진은 11.1%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진행 속도도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이나 미국 등 주요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진행속도는 어떤가'라는 질문에 무려 64.5%의 업체가 '다소 느리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비슷하다'는 17.8%였고 '다소 빠르다'는 13.3%에 불과했다. '매우 빠르다'는 한 표도 없었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이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경기 위축으로 변화의 흐름을 알고 있으면서도 공격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제조업 혁신 3.0' 같은 스마트공장 보급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AI 같은 첨단산업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부와의 교통정리도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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