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두뇌 훈련’ 기기는 집중력 향상을 비롯해 많은 것을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진 기기 발전속도에 비해 효과 입증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By Jennifer Alsever
<포춘코리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팀>
시스템이나 제품을 사용해 10% 더 똑똑해질 수 있다면, 사람들은 아마 1초의 고민도 없이 구매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 같은 ‘두뇌 훈련’의 미래 시장은 이미13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단어 게임과 마인드 트위스터 같은 게임 시리즈로 누적 사용자만 7,0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는 루모시티 Lumosity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1만 5,000 달러짜리 ‘신경리더십’ 코칭 집중 두뇌 캠프도 있고, 인지 능력을 향상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도 존재하고 있다.
두뇌 2.0시대로 접어드는 최근의 속도는 전류가 소뇌로 흘러 드는 속도보다 빠르게 느껴질 정도다. 두뇌 2.0의 새 시대는 인간의 뇌를 관찰하거나 자극해 더 평온하게 만들고, 집중도를 높이고, 심지어는 더 똑똑하게 만들어 주는 기기로 구성되어 있다.
멜론 Melon, 이모티브 인사이트 Emotiv Insight, 멜로마인드 Melomind, 아이포커스밴드 iFocusBand, 나르비스 Narbis 등으로 불리는 웨어러블 기기들이 그들이다. 가격은 79달러에서 595달러까지 다양하다. 이 기기들은 뇌파검사(EEG)를 사용해 뇌 활동을 측정하고 집중을 도와준다. 싱크 Thync, 피셔 월리스 래버러토리 Fisher Wallace Laboratories, 헤일로 뉴로사이언스 Halo Neuroscience같은 다른 기업들은 두뇌 속 특수 연결고리를 활성화 하는 것으로 알려진 ‘저자극전기 신호(electric pulse)’를 사용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거대 벤처 캐피털리스트로부터 투자도 이끌어내기도 했다. 헤일로는 앤드리슨 호로비츠 Andreessen Horowitz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싱크는 최대 투자자로 코슬라 벤처스 Khosla Ventures를 영입했다.
신경과학 동향을 연구하는 샤프브레인스 SharpBrains에 따르면, 두뇌 훈련 시장은 2020년 무렵엔 60억 달러까지 그 규모가 성장할 전망이다. 웹미디어 그룹 디지털 스트래티지 Webbmedia Group Digital Strategy의 창립자 에이미 웹Amy Webb 또한 이러한 흐름을 예측했다. 그녀는 이에 대해 “주문식뇌 활동 향상 시장의 형성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휴대 기기로 집에 도착하기 전 거실 온도를 조절하듯, 집에 들어갈 때 긴장을 풀도록 기분도 조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희망사항일뿐이다. 현재로선 기기 발전속도가 연구 결과 속도보다 빠르다고 보는 편이 맞다. 신경심리학자이자 뉴 멕시코 대학 신경외과 조교수인 렉스 정 Rex Jung은 “지금은 서부 개척시대와 같다”며 “효율성을 담보할 만한 연구 결과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 분야가 성장하고 있다는 건 좋은 소식이다. 신기술로 두뇌의 작동 원리에 관한 이해도가 크게 증가했고, 뇌파검사 장비가 간소화됐으며, 가격도 훨씬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세인들의 관심은 주로 세포간에 새로운 연결고리를 형성해 스스로 재정렬하는 뇌의 능력을 의미하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과 새로운 뉴런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신경 조직발생(neuro-genesis)’에 쏠리고 있다.
뇌를 변화시키기에 늦은 때란 없는 법이다. 컴플리트 인텔리전스 Complete Intelligence의 CEO 스캇 하퍼드 Scott Halford는 신경과학 연구를 활용해 경영진을 대상으로 사고 최적화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전에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뇌 건강에 관심을 쏟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두뇌 활성화: 두뇌이해가 일과 삶을 향상시키는 이유(Activate Your Brain: How Understanding Your Brain CanImprove Your Work - and Your Life)’의 저자이기도 하다.
최고 전문가들은 오늘날의 기술 수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다. 그러나 이 분야의 현실성과 장래성의 방향에는 믿음을 갖고 있다. UCLA의 뇌심부 자극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정신과 의사 알렉산더 비스트리츠키 Alexander Bystritsky는 뇌파검사 기기가 바이오피드백 기기와 유사하면서도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기기들이 비타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또 뇌에 전기 충격을 가하는 웨어러블 기기 같은 기타 제품도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다수의 기기는 ‘경두개 직류 자극(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이라 불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비스트리츠키에 따르면, 연구를 통해 외부 전기자극의 부작용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이 정립됐고, 일부 연구에선 이 자극이 우울증과 불안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미식약청(FDA)은 일부 기기를 정신 건강 치료용으로 승인하기도했다. 신경과학자들은 수학 학습부터 발작 회복에 이르기까지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실험하고 있다. 미 국방첨단과학 기술연구소(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에선 육군 저격수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뇌를 ‘몰입상태(flow state)’로 유도할 수 있는지 관련 실험이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리고 왜 기기가 작용하는지 (혹은 왜 하지 않는지), 어디에 전류를 보내야 하는지, 어떤 종류의 세기를 적용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경생리학자이자 미 국립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Neurological Disorders and Stroke, NIND) 프로그램장인 다오펀 첸 Daofen Chen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결론적으로 말해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고 있다”며 “전류가 어떤 원리에 따라 통로를 돌아다니는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토대로 인터넷에서 39.95 달러에서 189달러에 판매되는 DYI 키트가 출시되기도 했다. 유튜브에는 9볼트 건전지로 두뇌 자극기를 만드는 법을 설명하는 동영상도 있다(직접 기기를조립해 두뇌에 전류 자극을 주는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겠다).
창업가들은 심각한 두뇌 장애를 치료하고 정상적인 대뇌로 최적화하기 위해 한층 더 정교한 기기에 투자를 하고 있다. 전극을 사용해 신경병증 통증이나 발작 환자를 치료하는 수영모자 형태의 기기를 판매하는 유럽의 뉴로일렉트릭스 Neuroelectrics는 이 제품으로 2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현재 보스턴에 있는 병원 두 군데에서 임상 실험을 하고 있다. 한편 헤일로는 기억력 및 인지 능력 향상과 발작, 우울증, 알츠하이머 등 신경 및 정신질환 치료를 목표로 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헤일로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대니얼 차오 Daniel Chao는 현재의 두뇌 치료 기기를 자동차 산업의 포드 모델 T에 비유하고 있다. 그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차오와공동창업자 브렛 윈가이어 Brett Wingeier는 헤일로의 신뢰도를 꾸준히 높여왔다. 이전 회사 뉴로페이스 NeuroPace가 간질 치료를 위한 이식형 두뇌 자극기기를 개발해 FDA 승인을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차오는1,000명을 대상으로 헤일로의 신형기기에 대한 효율성과 안전성 검사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검사는 ‘이중맹검 형태의 대조 실험(double-blind, controlled experiments)’으로 진행됐다. 헤일로는 연구진과 다양한 두뇌 장애 치료를 위한 임상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한 의문은 당연히 있게 마련”이라고 말혔다.
싱크의 CEO 이시 골드바서 Isy Goldwasser는 회사가 4,000명을 대상으로 MRI와 EEG 검사를 하는 등 기기 효율성 및 안전성 연구를 수년간 진행해왔다고 강조했다(이 기기는 경두개 자극을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 연구 결과 중에는 기기 사용자들이 플라시보(위약효과) 기기를 사용한 사람보다 긴장과 불안이 낮다고 응답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의 제품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은 분명 있다. 보스턴에서 헤어숍을 운영하는 존 클라크 John Clark(69)는 지난해 8월부터 일주일에 5~6번 가량 기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내게 맞춰 기계를 사용하면 정말 효과가 좋았다”며 “우울증과 불면증에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골드바서는 기기 출시 후 “수백만 달러”의 제품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그림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증거도 불충분하다. NIND의 첸은 “연구 결과에 대한 도덕적 논의가 있었고, 두뇌 자극기기의 임상적 준비 정도와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느냐에 대한 대중들의 논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술이 향상되겠지만, 현재로서 소비자들은 이 기술의 초기 버전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얼리 어답터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첸은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어떤 측면에선 소비자가 연구 대상”이라고 말했다.
직접 사용해 본 싱크
두뇌 전자기기 착용은 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했을까?
직접 경험보다 더 좋은 것은 없기에 필자가 직접 싱크의 299달러짜리 모듈을 사용해보았다. 이 기기는 시중에서 4개월째 판매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이 기기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자극하기 위해, 얼굴의 감각 및 근육 운동을 담당하는 뇌신경인 3차신경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FDA는 기기가 의료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모듈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이를 고려하면 기기가 영양 보충제처럼 취급된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의약 규제로 방해를 받지 않는 것은 좋지만,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충제를 믿지 않는 소비자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모듈은 접착제를 사용해 관자놀이에 붙이도록 돼있다. 저주파로 진동해 신경경로에 신호를 전달한다. 긴장을 풀거나, 반대로 에너지를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다. 싱크에 따르면, 이 기기는 와인 한잔과 에스프레소 샷 한잔 정도 사이의 효과를 낸다고 한다(‘진동(vibes)’ 사용은 그렇게 좋은 용어 선택이 아니다. 기기도 그렇지만, 의료치료라기보단 1970년대 서퍼의 느낌을 준다).
모듈은 아이폰과 블루투스로 연동하는 방법이 적힌 매뉴얼과 함께 검정색으로 세련되게 포장돼 나에게 도착했다. 나는 작은 삼각형의 모듈을 접착제를 사용해 오른쪽 관자놀이에 붙이고 ‘평온’을 선택했다. 다른 쪽은 내 목에 고정했다(‘에너지’를 선택하려면 다른 접착제를 사용하고, 이를 귀 뒤쪽에 착용해야 한다).
싱크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은 뒤 10분 간의 평온 진동모드를 선택했다. 여성의 목소리를 따라 세션이 진행됐다. 긴장을 풀라는 말과 함께 은은한 기타 소리가 배경음을 깔리면서어떻게 내 에너지가 조절되는지 설명이 흘러나왔다. 몇 분 후 그녀는 강도를 높여 ‘최적의 지점(sweet spot)’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강도를 높이자 전류가 따가워졌고, 머리가 약간 아플 정도로 강하게 진동이 느껴졌다.
때문에 모듈을 내 관자놀이에 몇 번이나 다시 맞춰야 했다. 잠시 후 참을 만한 위치와 강도를 찾아내자 긴장이 완전히 풀렸다. 그 후 한 시간 가량은 스트레스가 없었지만, 머리에서 이 모듈을 떼어낼 때만 기다렸다. 다음날 느낀 에너지 향상은 시도한 만큼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모듈을 몇 번 조정하다가 자극이 고통스러워15분 짜리 세션을 중간에 그만둬야 했다.
싱크의 공동창업자 겸 CEO 이시 골드바서는 사용자들이 사용 초기에 흔히 겪는 일이라고 했다. 모듈을 제 위치에 두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5번 정도 해보고 나면, 그 다음부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조언대로 스카이프를 통해 싱크 직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시도했을 땐 사용경험이 훨씬 나아졌다. 그러나 그 후 관자놀이가 쑤시고 아프다는 것 외에는 다른 특별한 점은 느끼지는 못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