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3~14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ECB는 반대로 양적완화(QE)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정례 회의 직후 성명에서 내년 3월까지는 현재와 같이 채권매입 규모를 월간 800억 유로로 유지하고 4월부터 12월까지는 월간 600억 유로로 낮춰 시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ECB는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0.40%와 0.25%로 묶기로 했다. 특히 ECB는 이날 ‘내년 12월’을 언급하면서도 과거 정책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필요하다면 그 이후에도” 양적완화가 지속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산 매입 규모와 시행 시한도 다시 손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CB가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연장하기로 한 것은 양적완화 기조에도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제까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상승률이 2%에 이를 때까지 국채매입 프로그램 등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유로존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0.6% 상승하는데 그쳤다.
유럽을 강타한 정치적 리스크도 ECB가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가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등 유로존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정치적 요인이 커졌다며 ECB가 경기 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테이퍼링(점진적 양적완화 축소)을 선택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오에르크 크레머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정치 불안정 때문에 ECB가 통화정책을 바꾸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ECB의 이번 결정은 다음 주 FOMC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할 것이 유력한 연준의 통화정책 축소 기조와 반대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ECB와 연준이 통화정책에서 반대되는 길을 가고 있다며 앞으로 유로화 가치가 더 떨어져 달러화와 유로화가 ‘1달러=1유로’를 이루는 패리티가 더 빨리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 소시에테제네랄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이르면 내년 초 유로화와 달러가 패리티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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