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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블록체인 초기 킬러콘텐츠는 규제 없고 반발 적은 엔터·의료분야 될 듯

고양이 키우기게임 '크립토키티' 젊은층에 심상찮은 인기

메디블록 등 맞춤형 의료정보 제공 플랫폼도 수요 무궁무진

복제·불법 논란 끊이지 않는 유통·물류분야도 매력적 분야





블록체인 기술이 초기 단계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뜨면서 개발자들도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파일럿 프로젝트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전 세계 10대들은 동물을 키우는 소형 게임기에 흠뻑 빠졌다. 이른바 ‘다마고치’ 열풍이었다. 미국·일본·한국 등 각국의 소년소녀들은 병아리나 공룡의 밥을 주기 위해 늘 게임기를 들여다보는 게 일상이었다. 이 다마고치의 아이디어가 블록체인에서 구현됐다. 다마고치는 게임기를 잃어버리거나 개발사에서 신규 생산을 중단하면 끝이었지만 블록체인의 다마고치는 개발사가 사라져도 영원히 주인 곁에 남는다. 암호화폐인 ‘이더리움(Ethereum)’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라는 게임에 대한 얘기다. 크립토키티는 생김새와 성격이 다양한 고양이를 분양받아 키우거나 교배해 새끼 혹은 다 큰 고양이를 매매하며 수익을 거두는 게임이다. 지난해 캐나다의 스타트업 액시엄젠(Axiom Zen)에서 선보인 뒤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속도 저하의 원인이 됐을 정도였다. 크립토키티의 희귀고양이는 상품성도 엄청나다. 가장 비싼 고양이는 11만달러(1억2,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현재 크립토키티의 거래 규모는 1,200만달러(131억원)를 넘어섰고 유저들은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다.

블록체인의 초기 킬러콘텐츠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는 정부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기존 이익집단의 저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유저들이 체감하지 못하지만 게임에서는 이미 블록체인의 기본철학인 분산원장기술이 구현됐다. 과거 게임은 중앙서버에 의존했지만 크립토키티처럼 블록체인에 구현한 게임은 개별 사용자 모두의 서버에 정보가 동일하게 복제돼 보관된다. 중앙서버가 없고 네트워크상으로 정보를 동일하게 공유하다 보니 개발사가 사라져도 유저가 보유한 게임 캐릭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김종한 엑센트리 파트너는 “블록체인의 최대 장점은 데이터를 개인들이 보유하면서 분산화돼 있다는 점”이라며 “중앙서버에서 모든 걸 통제하는 것보다 유용하다는 것이 입증되는 영역부터 생활의 혁명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이익집단의 저항이 예상되지만 공익성을 충족하는 영역의 킬러콘텐츠는 의료서비스 부문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메디블록 등 일부 스타트업은 국내에서 의료서비스의 소비자 주권을 강화하는 형태의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메디블록은 환자 개인이 의료정보를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에 보관해 여러 병원을 방문할 때 활용하도록 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또 블록체인을 통해 환자들에게 맞춤형 의료정보 등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 현재 병원마다 데이터 입력코드가 다르다는 점 등 난점이 있지만 이미 수요는 충분히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는 “개인병원의 젊은 의사들은 환자가 방문했을 때 해당 환자가 대형 병원에서 진료받았던 기록과 정보를 활용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많았다”며 “또 아기 엄마들이 아기들의 병원 진료기록을 한군데에 모아서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며 정보를 활용하고 싶어 하는 수요도 있어 환자의 소비자 주권을 강화하고 병원들의 정보 교환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통·물류 분야에서의 가능성도 상당수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에버레저(everledger)’는 유럽에서 다이아몬드 복제·불법 유통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 착안해 다이아몬드의 이력조회를 블록체인에 구현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이아몬드의 생산지에서부터 모양·크기·색상 등 고유의 정보를 입력해 블록체인에 저장했고 유통 과정과 소유자 변경정보도 모두 입력했다. 해당 다이아몬드들은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에서 매매할 때 고유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 절도로 인한 장물매매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도록 계기를 열어둔 것이다. 리앤 켐프 에버레저 최고경영자(CEO)는 “블록체인의 원장은 한 번 쓰이면 임의변경이 불가능해 고가의 자산에 대한 이력정보를 담는 데 최적화돼 있다”며 “에버레저의 플랫폼을 이용하면 앞으로 명품 시계, 고가의 전자장비 등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유통업체 월마트는 IBM과 손을 잡고 멕시코산 망고의 이력 추적에 블록체인을 활용했다. 미국 내 매장에서 판매하는 망고 상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망고 포장지의 QR코드를 찍으면 생산자부터 유통 과정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이 같은 과정은 작업자의 입력 오류 가능성 등이 있어 완전한 신뢰성을 주지는 못하지만 블록체인에 입력한 정보 자체는 조작이 불가능해 기존 서류 형태의 작업보다는 분명히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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