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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 귤껍질로 폐품 분해한 제주 여고생...과학기술에 상상력 입혀라

2부.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워라 <2> 미래 경쟁력 키는 STEAM

'STEAM' 본질은 기술과 실생활 연결하는 교육방식

전통 직업 사라지는 초연결사회 일자리창출과도 밀접

주입식 버리고 체험·탐구·실험중심 패러다임 만들어야

‘제주 감귤의 리모넨 추출 및 리모넨을 활용한 발포스티로폼(PS) 폐품 분해 연구’

특정 연구기관이나 대학원·대학교가 제출한 연구보고서 제목이 아니다. 이 보고서는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주 감귤에서 리모넨을 추출하고 이를 PS 폐품을 분해하는 데 적용하기 위해 진행한 연구 결과다. 학생들은 매해 생산되는 감귤 49만5,000톤 중 5%가 폐기된다는 사실과 귤껍질의 리모넨이 PS를 분해할 수 있다는 논문 결과에 착안해 연구주제를 정했다. 이들은 리모넨이 PS를 분해한다는 가설을 설정하고 ‘실험설계-실험과정-시행착오 극복’ 등의 과정을 거친 끝에 에탄올과 증류수로는 리모넨을 분해해낼 수 없고 유기용매인 클로로포름을 활용할 경우에만 분해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초연결을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융합이다. 이 융합의 기조가 교육정책에 반영된 것이 ‘STEAM’이다.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 수학(Math)의 각 첫 글자에서 따온 STEAM은 다섯 분야를 따로 공부할 것이 아니라 융합해 하나의 새로운 학문으로 접근하자는 개념으로 학생들에게 과학적 자본을 배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제주중앙여고 학생들이 지역 특산품인 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는 환경공학·생물학·화학 등 세 학문이 동원됐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STEAM은 단순히 과학기술 교육에 국한되지 않는다. 융합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STEAM 교육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실생활과의 연계다. 이 과정에서 과학·수학은 개념과 원리를 잡아주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인문학적 소양은 기술을 실생활에 접목하는 끈이 된다. 창원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3월에 발표한 ‘미끄럼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신발 밑창 무늬 찾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생활편의 방법을 찾기 위해 물리학과 공학을 접목한 사례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창의성은 융합에서 나오고 융합적 사고가 가능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문제 해결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며 “STEAM의 본질은 기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많은 나라들이 앞다퉈 교육현장에 STEAM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발트해 연안 소국인 에스토니아가 STEM(Science·Technology·Engineering·Math)의 첫 삽을 뜬 후 미국과 영국 등도 STEM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수학(Mathematik), 정보통신(Informatik), 자연과학(Naturwissenschaft), 공학(Technik)의 앞 글자를 따온 MINT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일자리 축의 이동=STEAM이 전 세계적인 교육정책 기조가 된 것은 산업구조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이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은행·제조업 등 전통적 산업에서는 일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에 반해 AI, 가상현실(VR), 드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코어를 구성하는 영역에서는 일자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에스토니아 등 북유럽에서 STEAM 교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붐을 일으킨 스카이프, 핀테크 기업 트랜스퍼와이즈는 모두 에스토니아에서 시작됐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06~2016년 STEAM 학문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총 132만6,47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났다. 특히 신규 일자리 중 컴퓨터 관련이 102만7,860개로 80% 이상을 차지했는데 이러한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코딩 열풍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홍정민 휴넷에듀테크연구소장은 “기술발전으로 3R(읽기·쓰기·산수) 기반의 업무는 기계가 더 잘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에 전통적 업무는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며 “STEAM의 확산은 일자리 인력 수급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에서 프로젝트 수행으로=현재 우리나라 STEAM 정책은 일자리 수요가 가장 많은 코딩교육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코딩을 특수전문기술로 이해하는 시각이 많지만 코딩은 기술이 아닌 기계와 소통하는 언어이고 언어는 학습을 통해 습득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내년부터 우리나라 초등학생 5~6학년부터 코딩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STEAM 교육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미래에는 반복되는 일의 경우 기계가 도맡고 인간은 창의적인 일을 수행하는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티칭(교육)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현행 STEAM 교육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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