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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카카오커머스-코리아센터 합병 사실상 무산

카카오 측 업계보다 낮은 몸값 제시에

코리아센터 기업공개(IPO)로 전환 '몸값 높이기'

반면 낮은 이익에도 10조 쿠팡·1조 카페24 등

이커머스업체 몸값 갈수록 '천정부지'

카페24의 강력한 경쟁사로 꼽혀온 코리아센터와 카카오(035720)커머스의 합병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기업가치 산정에서 견해차가 커 결국 코리아센터가 기업공개(IPO)을 통한 ‘몸값 높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코리아센터에 지나치게 낮은 기업가치로 합병을 제안해 코리아센터가 합병보다 IPO로 방향을 굳힌 것으로 안다”며 “코리아센터 입장에선 IPO로 몸값을 더 높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 역시 “당분간은 카카오만의 커머스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코리아센터와도 지속적인 논의로 상호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는 지난 12월 카카오의 커머스 사업부문을 분사해 카카오커머스를 설립했다.

이커머스 관련 기업인 코리아센터는 쇼핑몰 솔루션 ‘메이크샵’ 외에도 해외직구 서비스 ‘몰테일’, 가격비교 플랫폼 ‘에누리닷컴’, 팟캐스트 서비스 ‘팟빵’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332억 원, 영업이익 63억 원을 기록했다. 메이크샵은 카페24와 같은 쇼핑몰 제작 플랫폼으로 시장 점유율은 카페24에 이어 40% 가량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몰테일’은 국내 해외직구시장에서 2위 업체인 오마이집의 2배에 달하는 점유율(40%)을 자랑하는 선두업체다.

코리아센터는 아직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 조건대로면 상장을 먼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리아센터 관계자는 “카카오 측과 여전히 협의 중이지만 입장 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오는 6월을 기점으로 합병이 여의치 않으면 먼저 IPO부터 진행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병 불발은 양사 간 기업가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카카오커머스는 코리아센터의 현재가치를 바탕으로 평가했고 코리아센터는 이커머스의 미래가치를 본 것이다. 현재 이커머스 기업의 몸값은 전 세계적으로 미래 기대감이 선반영 돼 있다. 코리아센터와 동종 기업인 카페24는 7일 기준 시가총액만 9,300억 원 수준이다. 카페24의 2017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701억 원, 180억 원으로 같은 해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150배가 훨씬 넘는다.

지난해 중순만 해도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주가 상승으로 최고 1조8,000억 원까지 시가총액이 껑충 뛴 바 있다. 코리아센터는 현재 기업가치 5,000억 원 이상으로 상장을 준비 중인 반면, 카카오커머스는 이보다 더 낮은 몸값으로 합병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센터 입장에서는 합병보다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는 게 훨씬 더 유리하다.



이커머스 관련 기업은 현재 이익이 거의 없거나 적자 수준이지만 폭발적인 성장세로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유통시장 합산 점유율은 40% 미만으로 사상 처음 떨어졌다. 반면 이커머스 시장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38%로 전년 동기 대비 3%포인트 꾸준히 성장 중이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의 연말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88배 수준으로 시장 평균 프리미엄을 크게 상회한다.

국내로 봤을 때 쿠팡도 지난해 말 소프트뱅크에 2조 3,000억 원 규모 투자를 받을 때 10조 원 가량의 기업가치로 평가됐다. 신세계의 이커머스 법인인 쓱닷컴 역시 지난해 어피니티와 BRV에게 1조 원 규모 투자를 받을 때 기업가치 2조 원 정도로 평가받았다. 쿠팡과 쓱닷컴 모두 2017년 기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몸값에 ‘플러스 알파’가 더해지고 있다.

/박호현·이재유·조윤희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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