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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인상] 꽃잎 떨어지는 원리 규명.."수확 증진 기여"

■ 곽준명 DGIST 교수

꽃잎·나뭇잎·열매 등 식물마다

항상 일정한 위치에서만 '탈리'

'리그닌'이 이탈세포만 분리해

본체 영양손실·세균 침입 막아

잔존세포→표피세포 분화도 밝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6월 수상자인 곽준명 DGIST 교수 연구팀.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봄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떨어질 때 왜 식물의 꽃잎이나 나뭇잎·열매는 항상 일정한 위치에서 떨어지는지 호기심을 품은 적이 있는가? 나아가 과일나무에서 설익은 열매가 떨어지는 것을 억제하거나 고추처럼 오히려 너무 안 떨어지는 경우 쉽게 딸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는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가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6월 수상자로 선정된 곽준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는 이처럼 식물의 세포 신호 전달체계와 유전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식물은 나뭇잎이나 꽃잎·열매가 일정한 위치에서 떨어져야 생존에 유리하다는 게 밝혀졌다. 그렇지 않으면 세균 등 외부위험에 노출되고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 또한 식물을 단단하게 지지해주고 생장에 관여하는 주요 구조물질 중 하나인 리그닌(lignin)이 떨어지는 나뭇잎이나 꽃잎·열매에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리그닌은 세포 화합물인 페놀 폴리머의 일종으로 세포벽 분해 효소가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울타리 역할을 한다.

곽 교수는 “봄에는 꽃이, 가을에는 나뭇잎이 항상 일정한 위치에서 떨어지는 식물의 탈리(Abscission) 원리를 활용하면 곡식과 과일의 수확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탈리가 일어난 후 리그닌이 식물 본체에서 식물체의 표면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봤다. 식물세포는 단단한 세포벽에 쌓여 있어 분화와 발달과정에서 세포가 어떻게 활동해 구조물을 만들고 세포벽을 조작, 처리하는지 명확한 과정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곽준명 DGIST 교수가 꽃잎이 본체로부터 분리되는 현상인 탈리가 일어날 때 본체에 있는 리그닌이 꽃잎이나 나뭇잎·열매를 정확히 떨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곽 교수는 리그닌이 식물의 떨어지는 부분의 이탈세포에서만 형성되고 세포벽 분해효소를 탈리가 일어나는 부분에만 국한시켜 꽃잎이 본체로부터 정확한 위치에서 떨어지게 하는 분자 울타리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탈세포를 정밀하게 분리해야 세균 등 외부 위험으로부터 본체를 보호하는 딱딱한 층이 잔존세포에 정밀하게 형성돼 식물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아냈다.

탈리 부분에 존재하는 두 종류의 이웃세포를 발견하고 식물 본체에 남은 세포를 잔존세포(Residuum Cell), 본체에서 떨어지는 5부분의 세포를 이탈세포(Secession Cell)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탈리 과정에서 잔존세포가 표피세포로 분화하는 현상도 관찰해 식물의 표피세포가 배아 시기에만 운명이 결정된다는 기존 학설도 뒤집었다. 곽 교수는 “식물의 표피세포가 배아 발생 초기에 운명이 결정돼 전 생애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비표피세포인 잔존세포가 표피세포로 재전환해 분화되는 현상을 최초로 발견했다”며 “이 비밀스러운 생명현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해 논문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지난해 5월 셀(Cell) 표지 논문에 게재됐다.

곽 교수는 “환경변화에 따라 세포의 운명이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규명해 궁극적으로 생명현상에 대한 답을 찾아가겠다”고 포부를 피력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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