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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령공주 숲에서 자라는 신비로운 나무 '야쿠스기' 이야기 [최정석의 우드아카데미]

원령공주의 스틸컷




저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도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데 특히 ‘원령공주(모노노케히메)’를 보며 경이로운 감정을 느꼈죠. 대자연의 표현이 너무나도 드라마틱하고 극적이라 상상력이 놀랍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나무를 공부하던 중 알게 되었습니다. 원령공주에 등장하던 대자연이 상상이 아닌 현실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섬, 그 섬은 바로 야쿠시마(Yakushima)였습니다. 나무와 이끼로 뒤덮인 숲, 그리고 숲과 정령들의 집이 되는 섬. 하야오 감독은 이 섬 야쿠시마의 매력에 빠져 거의 1년 간을 기거했던 적도 있었다네요. 오늘은 이 야쿠시마와 야쿠시마에서 자생하는 나무 ‘야쿠스기(야쿠시마의 삼나무)’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실제 배경이 되는 곳은 야쿠시마에서도 고케무스모리(이끼의 숲)라고 불리는 곳이랍니다.


야쿠시마는 저에게도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 중 1993년 2번째로 지정될 정도로 유명한 섬이었더라구요.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이 2013년에 지정된 것을 보면 야쿠시마가 일본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듯 했습니다.

야쿠시마는 동중국해와 태평양의 경계, 열대와 온대가 교차하는 지역에서 해저화산 융기로 생긴 돌덩이 섬입니다. 작은 섬에는 1,800m가 넘는 봉우리가 6개나 솟아있는 것은 물론 가파른 산비탈과 깊은 골짜기도 많죠. 생태지리학적으로 가치가 아주 높은 섬으로 꼽히는데 특히 해발 1,000m 지점에서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는 삼나무숲이 아주 유명합니다.

야쿠시마의 상징인 조몬스기의 모습입니다. 1966년 야쿠시마 해발 1,300m에서 발견된, 최대이자 최고(最故)의 야쿠스기죠. 발견 당시 추정 수령은 4,000년으로 일본의 신석기시대인 조몬시대부터 살아왔다고 해서 ‘조몬스기’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정4,000년 정도 살았으리라 추정하지만 정확한 수령은 사실 확인되지 않고 2,500~7,000년까지 로 다양하게 생각되고 있습니다. 높이는 25.3m, 둘레 16.4m로 크기 역시 야쿠시마 삼나무중 최대입니다.


초록이 푸르른 나머지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주는 야쿠시마의 숲입니다.


이 삼나무숲, 즉 야쿠스기의 원시림은 1924년 12월 9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1954년 3월 20일 특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데다 1993년 유네스코세계유산에 등재됐습니다. 2001년부터는 야쿠스기에 대한 모든 벌목이 완전히 금지됐는데요. 벼락을 맞거나 산사태로 인해 자연적으로 죽어 땅에 떨어진 지 5년 이상된 나무에 한해서만 방출을 허락하였습니다. 섬 내의 야쿠스기는 모두 이름이 붙여진 채 정부로부터 직접 관리되었고, 반출되는 모든 야쿠스기에도 번호가 매겨져 어디로 이동되는지 기록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6년 3월부터는 이런 나무들에 대해서도 반출을 금지하기 시작했고 2018년 6월 야쿠스기의 마지막 경매가 열리며 더는 구할 수 없는 나무가 된 상황입니다.



야쿠스기는 모두 이름이 붙여져 정부에 관리되고, 반출되는 모든 야쿠스기 역시 번호가 매겨져 이동경로가 파악된다고 합니다.


2016년 3월부터 야쿠스기의 반출이 전면 금지되고 2018년 6월 야쿠스기의 마지막 나무 경매가 열리며 더이상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전설의 나무가 돼 버렸습니다.


야쿠스기는 일년에 고작 1~3㎜씩만 자라는 단단하고 화려한 나이테를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때문에 야쿠스기의 나이테를 분석하면 몇 천 년에 걸쳐 변화해온 동아시아 기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죠. 태양의 흑점이 언제 활동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내용을 연구하는 학문이 나이테 연대측정법(Dendrochronology)인데, 이 학문의 중심이 되는 나무가 바로 야쿠스기죠.

야쿠스기의 공예품중 일부입니다만 작은 나무구슬하나에 40~50여개의 나이테가 보여지는 것을 보면 조금은 공감하실수 있을 듯 합니다.




저희 죽산목공소에도 꾸준히 모아둔 야쿠스기가 제법 있습니다만 단순한 판매용이라기보단 함께 나무와 나이테를 보며 풍성한 이야기꺼리를 함께 맛보는 그런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더 귀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나무를 배우다 보면, 특히 이 야쿠시마와 야쿠스기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저 숲을 걸어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들어 저절로 휴가날짜를 손 꼽아보게 되네요. ^^ 감사합니다.

주문제작돼 설치된 야쿠스기 테이블의 모습입니다.


■최정석은

나무를 사랑하는 20년 경력의 가구장이다. 온라인 인테리어 유통기업인 ‘스튜디오삼익’의 대표이사이자 나무 애호가들 사이 명성 높은 ‘죽산목공소’와 ‘우드아카데미’의 마케터,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우드아카데미는 필자가 함께 배우고 강의하는 목재 수업의 이름이자 목재해부학 박사님이신 정연집 선생님을 중심으로 여러 강사진과 회원들이 배움을 나누는 터이다. 필자는 자신이 배운 지식들을 다시 나눈다는 마음을 담아 칼럼 제목을 ‘우드아카데미’로 지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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