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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클라우드시장 빅뱅]삼성·현대차·LG 클라우드 전환가속...10조 시장 빅뱅

'삼성 어카운트'용 DB시스템·현대기아차 ERP 등 속속 전환

LG 2023년 90% 이상 롯데 대한항공 공공기관도 잰걸음

빅데이터·AI 역할 본격화하며 비용절감→혁신도구 위상 변화





충북 진천의 산업단지 개발현장 상황실.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장비를 모니터링하는 ‘두산커넥트’ 솔루션에 굴착기 엔진필터 교체 신호가 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일 내에 점검하지 않으면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예비경고였다. 50톤급 초대형 굴착기부터 휠로더, 굴절식 덤프트럭 등 십수대의 건설기계가 움직이는 작업현장은 언뜻 보기에는 제각각 일하는 것 같지만 땅을 파고 다져 실어나르는 작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빈틈없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장비 하나만 이상이 생겨도 전체가 손을 놓아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만큼 예방정비가 중요하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관계자는 “두산커넥트에는 전 세계 6만5,000여대 장비에 갖춰진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의 정보가 수집되며 이를 통해 연료가 20% 미만으로 줄거나 오류가 생기는 장비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수만여개 장비의 정보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중심에는 클라우드가 있다. 두산그룹은 통합 디지털 플랫폼을 클라우드에 구축해 장비 모니터링과 예방정비뿐 아니라 5세대(5G)를 활용해 원격에서 건설기계를 조종하고 발전소를 안정적으로 운용한다. 대표적인 중후장대(重厚長大) 전통산업이지만 4차 산업혁명의 첨단 신기술을 모두 응용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잇달아 클라우드 전환을 본격화하며 한국 클라우드 시장이 ‘빅뱅’의 원년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나 삼성페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삼성 어카운트’용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수억개에 달하는 모바일 기기와 IoT 기기들에 대한 인증을 기존 데이터베이스(DB)가 소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전사적 자원관리(ERP) 등 핵심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바꾸고 있고, LG CNS는 그룹 계열사의 클라우드 전환율을 오는 2023년까지 9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SDS는 그룹 계열사 정보기술(IT) 시스템의 대부분을 클라우드로 옮겼으며 롯데그룹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상품 출시와 맞춤형 인재 채용, 고객 대응에 활용 중이다. 대한항공도 클라우드 전환에 동참했다.

올해부터 금융 분야의 중요 정보도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바뀌었고 공공 분야에서는 보안 강화를 위한 망 분리의 대안으로 클라우드가 떠오르며 금융·공공 분야 클라우드 전환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클라우드 도입률이 12.9%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0.6%)에 한참 못 미치는 한국 시장이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대전환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클라우드 전환은 이것이 산업의 종류와 영업 형태를 가리지 않고 고객가치의 혁신을 이끄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도입 초반만 하더라도 비용을 아끼거나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업들은 대개 자체 서버를 구축하고 별도의 관리인력을 둬왔는데 이를 클라우드로 아웃소싱하는 형태였다. 특히 사업 특성상 업황이 들쭉날쭉하고 변동성이 크거나 곳간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기업일수록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게 유리했다. 예컨대 스타트업의 경우 당장 자금도 부족한데다 고객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워 서버를 얼마나 구축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설 때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필요한 만큼 데이터 저장공간을 쓰고 해당 관리비용만 내면 되므로 합리적인 선택지였다.

그러나 빅데이터가 보편화하고 머신러닝을 활용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본격화하면서 클라우드의 위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구글 등 주요 클라우드 인프라서비스(IaaS) 공급자들이 자신의 클라우드 고객에게 AI나 IoT·블록체인·머신러닝 등을 결합한 플랫폼서비스(PaaS), 소프트웨어서비스(SaaS)를 제공하면서 클라우드 이용이 곧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의미하게 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데이터를 외부(클라우드)에 맡길 때 가장 우려하는 보안 문제도 첨단기법 활용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DC는 매출에서 클라우드 기반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인 조직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매출 성장이 평균 2배 더 빠르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다만 아무리 클라우드가 대세라고 하더라도 충분한 고민 없이 무작정 전환을 외쳤다가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클라우드 전환이 먼저가 아니라 현재 기업의 서비스를 어떤 방향으로 혁신하고 싶은지 청사진을 그린 뒤 거기에 걸맞게 변화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대기업 그룹의 한 관계자는 “사업이 어떤 형태로 바뀌고 얼마나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충분히 검토한 뒤 계열사별로 전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기능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비용을 낭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클라우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5년만 클라우드를 써도 자체 서버 구축보다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며 “클라우드의 각종 솔루션을 활용해 비용 이상의 기업혁신을 이루지 못한다면 오히려 낭비”라고 전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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