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프레임 속 치킨게임으로 적자의 늪에 빠진 이커머스 업계가 ‘각자도생’을 시도하고 있다. 지속가능 여부가 의심될 정도의 치열한 경쟁과 적자 누적.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전략을 수립·실행하고 나섰다.
6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가 대형마트를 겨냥해 지난 7월 시작한 ‘주말 장보기’ 코너가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코너는 ‘오늘 내일 마트 가지 마세요’란 직설적인 안내 카피 아래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라면·샴푸·기저귀 등 생필품을 최저가에 판매한다.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성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주말 생필품 매출이 40% 이상 늘었다. 위메프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에게 그동안 가격 메리트를 부여하는 정책으로 승부해왔다”면서 “여기에 더해 주말 장보기 섹션을 마련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 내부의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오프라인 마트 고객을 더 적극적으로 빼앗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쇼핑의 구분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가운데 아예 이 경계를 허물어버리겠다는 전략이다.
티몬은 할인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 ‘타임커머스’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한 달에 하루로 그치는 데이마케팅을 넘어 하루를 24시간으로 쪼개 프로모션을 걸고 있다. 최대 할인율이 90%에 육박하는 ‘타임어택’은 하루 15회 정해진 시간에 오픈한다. 오전 6시에는 ‘모닝특가’, 11시에는 ‘유아동타임’ 오후 4시에는 ‘간식타임’ 등 할인 행사를 여는 식이다. 특정 카테고리 상품을 원하는 고객이 가장 몰리는 시간대에 해당 상품을 할인한다.
티몬 관계자는 “고객이 기대감을 갖게 해 티몬에 더 자주 접속하게끔 하는 전략”이라며 “언제 티몬에 접속해도 항상 특가상품과 할인혜택 등의 이벤트를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간대별 할인 상품 정보는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 데이터베이스와 일정 부분 연동된다. 상당수 소비자들이 포털에서 상품명을 검색한 뒤 최저가를 제공하는 쇼핑몰에서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감안하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크다고 평가할 수 잇다.
11번가는 오픈마켓을 뛰어넘어 포털사이트와 같은 정보 창고가 되겠다는 ‘커머스 포털’ 진화 전략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고객이 11번가에서 상품명을 검색하면 제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련 콘텐츠가 표출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지난 3월 SK텔레콤 주총에서 “11번가는 고객들이 놀러 와 편하게 쉬면서 상품을 구입하는 곳, 고객이 재미를 느끼고 정보를 찾으며 스스로 참여해 자연스럽게 상품을 사는 커머스 포털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11번가 검색창에 ‘가을 원피스’를 입력하면 ‘다크 플로럴 원피스로 가을을 입으세요!’ ‘선미 원피스 얼마?’ 등 제목의 쇼핑 콘텐츠가 표출된다. ‘양말’을 검색하면 ‘양말과 함께 다양한 스타일링’ 콘텐츠와 제품 정보가 함께 나온다. 커머스 포털을 지향하며 지난 7월 선보인 ‘11번가 콘텐츠’ 서비스다. 김지승 11번가 서치센터장은 “론칭 두 달 만에 콘텐츠 검색을 통한 연관 상품 클릭률이 평균 대비 2배로 증가했다”며 “올해 안으로 1,000여 개 키워드에 대한 콘텐츠를 제공해 고객이 포털사이트에 가지 않아도 11번가 내에서 쇼핑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이 외에도 ‘실시간 쇼핑 검색어’ 서비스와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동영상 리뷰’도 제공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이베이가 대주주인 G마켓과 옥션은 ‘없는 게 없을 정도’의 상품 다양성과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한편 소폭이지만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이커머스 업체인 만큼 더욱 안정적인 서비스를 하는 데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가운데 쿠팡은 배송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가격 경쟁에는 큰 관심이 없다. 로켓배송을 더욱 강화하고 새벽배송과 음식배달 서비스를 고도화해 이커미스 업계를 평정하는 것은 물론 배달의 민족 등 기존 배달업체 시장도 빼앗아 온다는 방침이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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