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은퇴 후 다양한 여가활동과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이제는 계속 일을 하려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9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고령층(55~79세) 3명 중 2명(64.9%)이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기에 일을 계속하려는 이유는 수명연장으로 인하여 은퇴 이후 삶의 기간이 길어졌고 활기찬 노후 패러다임이 등장하면서 정신적·신체적 활력유지를 위해 일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노년기에 일을 계속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고령층의 생활비 마련방법은 ‘스스로 해결한다’는 비중이 10명 중 7명(69.9%)으로 가장 많고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에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65세 이상 고령인구에 진입하는 내년부터 생산연령인구는 급감하고 고령인구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의 2017~2067년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2년 73.4%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2067년에는 45.4%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반면 고령인구 비율은 올해 14.8%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67년 인구의 절반(46.5%) 수준이 돼 생산연령인구(45.4%)를 앞지를 전망이다. 앞으로 생산연령인구는 줄고 고령자는 늘어나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부담증가로 국가재정 문제가 심각해지고 세대 간 갈등이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정부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저출산·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의 ‘계속고용제도’를 벤치마킹해 2022년부터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계속고용제도는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기업이 계속고용제도·정년연장·정년폐지 중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가 28.4%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일하는 고령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고령화로 인한 일손부족과 사회보장비 부담 증가에 대처하고 있다. 일본은 2013년에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희망하는 모든 근로자는 65세까지 고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고령자가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고령자 고용안정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후생성 조사결과에 따르면 31인 이상 사업장 약 16만개 가운데 계속고용제도(79.3%) 도입이 가장 많고, 다음이 정년연장(18.1%), 정년폐지(2.6%)의 순으로 나타났다. 계속고용제도 도입이 높은 이유는 60세에 정년퇴직 후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낮출 수 있어 기업의 비용부담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55~6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7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높고 2013년에 희망자 전원에 대해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한 이후 지속적인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대수명의 증가와 건강수준의 향상으로 70대 중반까지 왕성한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민간기업의 평균 퇴직연령은 50대 중반에 불과하다. 노년층이 건강하고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국가와 기업과 개인이 힘을 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일하려는 고령자의 의지만큼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해 근로자의 근로기간을 65세까지 연장하면 국민연금·건강보험 납입기간이 길어져 국가의 사회보장비 부담 증가를 완화할 수 있다.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인 65세까지 근로기간이 연장되면 소득공백기가 발생하지 않게 되어 노인빈곤 문제가 개선된다. 또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보완할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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