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와 건설경기 위축으로 건자재 시장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LG하우시스(108670)가 고부가가치 사업에 진출하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프리미엄 건축자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함으로써 국내 인테리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자동차 부품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강화를 모두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LG하우시스는 올해 3·4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3,818억원과 65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2.2%나 증가했다. 3·4분기로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90%나 늘어난 249억원에 달했다. 증권가에선 LG하우시스의 단기적인 실적 개선 배경으론 폴리염화비닐(PVC) 등 원재료 가격 하락을 꼽고 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사업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근본적인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려웠을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축자재 특판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원재료 가격 하락 효과, 판매 믹스 변화 등으로 뚜렷한 마진 개선을 이뤄내면서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며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는 여전히 불안 요인이나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 노력, 고부가제품 증설 효과 등으로 내년 실적은 상대적으로 양호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선 LG하우시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86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2.87%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하우시스가 집중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은 크게 고단열 창호, 친환경 바닥재, 고성능 건축용 단열재, 엔지니어드 스톤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엔지니어드 스톤을 필두로 한 인조대리석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모습이다. 엔지니어드 스톤은 돌가루가 90% 이상 들어가 천연대리석과 비슷한 품질을 내는 고급 인조대리석으로 호텔·병원 등의 벽면 마감재 등에 주로 쓰인다.
LG하우시스는 자체 엔지니어드 스톤 ‘비아테라’를 통해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엔지니어드 스톤 수요에 맞춰 지난 2016년 하반기 2호 생산라인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총 5,000만달러를 투자해 3호라인을 증설하기 시작했다. 현재 LG하우시스는 글로벌 엔지니어드 스톤 시장에서 4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LG하우시스는 아크릴계 인조대리석인 ‘하이막스’를 통해 신흥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LG하우시스는 글로벌 아크릴계 인조대리석 시장에서 약 20%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미국 듀폰에 이어 2위다. 하이막스는 전세계 랜드마크 건축물과 공항에 내외장재로 적용돼왔다. 아울러 고단열 창호 시리즈인 ‘수퍼세이브’와 기능성 유리, 고성능 건축용 단열재, 식물성 수지(PLA)를 적용한 ‘지아(zea)’ 바닥재와 벽지 등 프리미엄 인테리어 제품 판매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전략은 ‘B2C 시장’ 공략이다. 직영전시장·홈쇼핑·온라인몰 등 모든 유통 경로를 동원해 건설·부동산 등 전방 B2B(기업 간 거래) 시장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에 지난달엔 인테리어 자재 통합 브랜드 지인(Z:IN)을 ‘LG지인(LG Z:IN)’으로 바꾸고 B2C 소비자를 대상으로 브랜드 파워 강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선 오프라인 부문에선 LG전자 가전부문과 ‘컬레버레이션’을 꾀하고 있다. 올해부터 ‘LG전자 베스트샵’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토털 인테리어 제품을 판매하는 ‘LG지인(LG Z:IN) 인테리어’ 매장을 열기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가전과 인테리어 제품을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게끔 한다는 취지다. 홈 인테리어 등의 이유로 인테리어 제품을 살 때 가전제품을 동시에 구매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또한 창호·바닥재·벽지·인조대리석 등 자재부터 주방·욕실 관련 용품 등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체험형 매장으로 꾸린 것도 특징이다. LG지인 인테리어는 현재 서울, 용인, 인천, 일산, 대구, 마산, 부산, 광주, 의정부 등에 위치한 베스트샵 17곳에 입점해 있다.
직영점은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상담, 디자인 제안, 시공업체 연결을 한 번에 제공하는 동시에 서울 논현동 가구거리에 위치한 플래그십 전시장 ‘LG지인 스퀘어’ 등을 통해 프리미엄 건축자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홈쇼핑 노하우도 강점으로 꼽힌다. LG하우시스는 업계 최초로 홈쇼핑에서 창호를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 바닥재·벽지·중문까지 제품군을 확대해왔다. 건자재와 더불어 ‘양대 주력사업’으로 꼽히는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도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LG하우시스는 강철 소재보다 무게를 30% 가량 덜 수 있는 장섬유복합재(LTF)와 연속섬유복합재(CFT) 등을 선보여왔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개발한 CFT를 이용한 범퍼 백핌 인서트사출 기술은 지난 2015년 신기술(NET)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토대로 LG하우시스는 자동차 부품·소재 해외 공급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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